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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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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는 금융감독원의 '구체제' 회귀를 우려했다. 

금감원이 과거처럼 철저한 종합검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가면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 소비자단체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상대로 조사에만 골몰하는 사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진보성향 학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감독 기능 강화'에 적합하다며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취임을 둘러싼 각계의 시선은 이처럼 엇갈렸다.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7일 오후 신임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올랐다. 금감원 설립 이래 검사 출신이 금감원장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평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합을 맞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최근 정부 고위직에 윤 대통령과 함께 검찰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기용되면서 편중인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원장 체제 금감원의 기능과 관련한 현실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사에 능한 검사 출신이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업계 전반을 살피는 눈이 필요한 금감원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라임사태 다시 들여다본다는 이복현... 달갑지 않은 '금융업계'

"앞으로 조사 쪽에 날을 세우지 않을까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 체제에 대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업계를 규제할지 모르겠다"면서 "당연히 그 기준이 높지 않겠냐"고 우려섞인 반응을 내놨다.  

종합검사가 부활할 가능성도 높게 봤다. 그는 "금융업계 내부 통제 시스템보다 금감원의 자체 검사에 힘을 주던 옛날로 사실상 돌아가는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올해 초, 금융업계를 향한 전방위 조사 체계인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정기·수시검사로 검사체계를 재편한 바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금감원은 사정기관이 아닌데 검사 출신 원장이 오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뿐 아니라 금융 생태계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 규제를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원장은 과거에 있었던 DLF 불완전 판매나 라임 사태 같은 '문제'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 오전 취재진과 만나 검사가 종결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볼 뜻을 내비쳐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된 사안들은 개별 단위 펀드 사건별로 종결되고 이미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여러가지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안다. 시스템을 통해서 볼 여지가 있을지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우려... 금융업계 군기 잡느라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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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는 금감원이 금융업계 사후 감독에 치중하느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활동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이 원장의 '금융 전문성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검사 출신 성향상 사후 검사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범법 사항을 잡아낼 뿐 아니라 그들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책적 기능도 잘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원장이) 아무리 금융 수사에 특화된 검사 출신이라 하더라도 정책적인 식견을 갖추지 못한 인사라는 점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역시 "(이번 인사는) 선을 넘었다. '검수완박'에 따른 검찰 출신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라며 "금감원장에겐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 원장이) 아무리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등 금융 수사를 담당했다 해도 그건 수사 전문성이지 금융 전문성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감원장은 금융 산업에 대한 육성 방안과 조사·규제 등 두 가지 관점이 모두 필요한 자리"라며 "한쪽 눈만 가진 검사 출신 인사가 오히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 학계는 환영... "모피아 출신보다 낫다, 이복현 기용은 차선"

한편 진보 학계에서는 수사 전문성을 지닌 이 원장의 취임에 대해 '최소한 차선은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감원장은 민간의 식견 있는 금융 전문가가 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전 부장검사가 된 것은 차선"이라며 "모피아 관료 출신이 내려오거나 재벌·금융사에 고개 숙일 듯한 민간 인사가 전문가라는 이름 아래 임명되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원칙적으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주안점을 둘 수 있는 금융 전문가를 원장으로 영입하는 게 좋다"면서도 "현재 금감원이 당면한 문제 대부분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 소위 '힘 센 사람들' 관련 금융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들에 고개 숙이지 않고 제대로 검사하고 제재할 수 있는 원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원장의 취임 이후) 일부 재벌들이 검찰 공화국이라며 갑자기 거품을 물고 반론을 펴는 것을 보면 거꾸로 이번 인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전문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는 "검사 출신 금감원장은 바람직하진 않지만 이 원장은 일반적인 절도 폭력같은 형사 업무만 하던 검사가 아니다"라며 "경제·금융 범죄를 주로 수사해왔기 때문에 자본시장법과 관련해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금융과 감독에 능통한 보좌역을 앉히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에 임명됐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역시 '감독 기능 강화'를 이유로 검사 출신 원장을 환영했다. 그는 8일 자신의 SNS에 "논란이 있지만 검사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만한 인사"라며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 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이복현 원장은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시민사회나 여야 모두,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서 금융감독행정이 정책적,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오랜 기간 공감해 왔다"며 "금감원장의 요건에 정책적 전문성이 필수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과 역량·의지"라고 설명했다.

태그:#이복현, #금융감독원, #금감원,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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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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