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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우상호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우상호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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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단체든 업무 성패에 대한 분석과 교훈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이기면 모든 것이 묻혀 지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지면 책임논쟁이 뒤따른다. 대선과 지선을 모두 진 더불어민주당은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화살이 적을 향하지 않고, 아군 장수들을 향하는 것 같다. 계파간의 감정싸움이나 당권을 잡기위한 이전투구라는 의심이 든다. 독일과의 전투에서 장군간의 반목으로 대패한 러시아의 탄넨브르크 전투가 연상된다.

1914년 8월 17일, 독일을 공격한 러시아 북서전선군의 1군 사령관은 레넨캄프였고, 2군 지휘관은 삼소노프였다. 러일 전쟁 때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소노프가 레넨캄프의 뺨을 때렸고, 몸싸움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두 장군의 사이가 나빴다는 게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이들은 북서전선군에서 함께 작전을 해야 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령관 두 명은 동조 기동을 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진격하였다.

러시아 1개 군보다는 강하고, 2개 군보다는 약했던 독일군은 탄넨브르크에서 러시아 2군을 먼저 공격하였다. 위기에 몰린 삼소노프는 레넨캄프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러시아 1군이 지원하였다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열세한 독일의 포위망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컸고, 오히려 독일 8군이 러시아 1군과 2군 사이에서 역으로 포위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2군과 1군은 차례로 패배한다. 당시 전황이 지원할 수 없는 여건이었고, 상급 지휘부의 조치가 없었다고 해도, 사이가 좋지 않은 아군이 적군보다 더 무서운 대표적인 상징이다.

실제로 현장 유세를 다니면서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대위에 대한 많은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전투상황에서 '내부 총질'을 한다는 것이다.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인천에 공천한 것이 잘못된 선택일수는 있지만, 모든 패배의 원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송영길 의원보다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탈락시켰다가 다시 후보로 내세우는 자중지란을 벌였다. 당에서 흔들어 경쟁력에 상처가 난 시장후보가 대선 패배 분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없다.

이재명 전 지사의 출마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그가 출마하여 패배의 도미노를 막았다고 본다. 최소한 민주당 대선 후보 체면을 살림으로서 민주당 체면도 살았다. 김동연 대 오세훈, 안철수 대 이재명 구도가 성립되었다.

입법부와 행정부, 지방정부까지 석권한 민주당의 패배는 한두 사람의 후보나 한두 가지 결정 잘못이 아니고 지난 시간 쌓이고 쌓인 결과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촛불로 역 균형을 잡은 뒤에 자만하고 시간을 낭비했다. 검찰 개혁 시기를 놓치고, 기무사와 종편개혁 등 절호의 기회를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송양지인(宋襄之仁)식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석해야 한다. 검찰 개혁이 목표이면서 가장 검찰스러운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하였다. 감사원장은 대통령 공약에 따른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감사하고 처벌하였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권한과 책임을 놓고 다투는 모양이 되도록 하였다. 몇 개의 의석 때문에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당제 민주주의 명분이 훼손되고, 정의당을 잠재적 아군에서 확실한 적군으로 만들어버렸다.

가장 결정적으로 명분을 훼손하고, 결정적으로 패배한 선거는 지난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이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을 뒤집지 말고 당 밖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여 지원만 해야 했다. 이를 뒤집고 후보를 공천하는 바람에 국민의힘에 대하여 정의와 명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선거에 지더라도 직접적인 패배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국책사업인 가덕도 신공항을 지방선거와 연계시켰다. 민주당이 가장 반성해야 할 실패이다.

대선 후보 결정과정에도 문제점이 있다. 당헌 당규대로 했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출마를 포기한 표를 감안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결선투표를 도입하였다면 패배한 후보 지지자가 불복할 명분이 없었다. 과거에 김두관 후보가 도지사직을 내려놓아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현상이 또 일어났다. 과거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다.

선거에서 진 다음에 책임문제를 따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대추가 가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익지 않고, 봄부터 여름 기간 내내 비와 바람과 햇빛이 만들어 낸다. 지난 5년 기간을 총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개인이나 계파의 이해득실을 가지고 대안 없이 비난만 하면 앞으로 4년 혹은 5년 뒤를 기대할 수 없다. 탄넨브르크 전투가 생각나는 이유는 나만의 생각일까?

태그:#이재명, #송영길, #김동연, #민주당 책임논쟁, #탄넨브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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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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