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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와는 멀어졌지만 이제 나는 무엇이든 써 내려갈 수 있다
 만물박사와는 멀어졌지만 이제 나는 무엇이든 써 내려갈 수 있다
ⓒ Avel Chuklanov,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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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요? 만물박사요."


어릴 적 나의 꿈은 '만물박사'였다.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나를 선택하자니 다른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모든 걸 잘하는 만물박사가 나의 어릴 적 꿈이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모든 걸 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나를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는다. 남들과 비슷하게 대학에 가고 졸업한 후 직장을 구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다 보니 점차 시간만 흘러갔다. 

어릴 적 나의 꿈 만물박사와는 멀어지는 시간이다. '만물박사'는 뭐든지 다 알고 뭐든 다 잘해야 하는 척척박사인데 박사는커녕 학사도 겨우 졸업한 지라 한계를 여실히 깨닫는 중이다. 회사 업무에 적응하고 출장을 다니다 보니 세월도 어언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다. 

집-회사를 반복하던 도중 무언가 헛헛한 게 느껴졌다. 이 허전함을 채우려 독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제2외국어도 배웠지만 무언가 제대로 한 게 없고 곧 흥미를 잃게 되었다. 만물박사의 꿈은 언제 이룰 수 있을까? 어릴 적 나의 꿈은 이번 생에서 점차 멀어져만 갔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흥미가 있던 필라테스와 피아노도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때 갑자기 브런치가 눈에 띄었다. 나에게 두 번의 좌절을 안겨준 애증의 공간이랄까? 다시 돌아보기 싫었는데 왠지 오기가 생겨났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하는데 나라고 못 할게 뭐람? 글쓰기 플랫폼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작년 5월 26일에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끊임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처럼 무언가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글로 풀어낼 말은 엄청나게 많았다. 하루하루 써 내려간 기록은 매거진과 작가의 서랍 안에 고스란히 쌓여갔다.

쓰는 만큼 열리는 기회

글을 쓰면 쓸수록 새로운 기회가 솟아났다. 평범한 내가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면서 독자도 생기고 글벗도 생겼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도 되고 공감도 받으며 또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무언가 응어리진 게 풀렸다고나 할까? 고민하며 망설였던 게 글을 쓸수록 배출되었고 이내 안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당연하다고 착각한 것, 누군가의 단면만 보고 오해한 것 등을 풀어냈고 세상을 좀 더 너른 시선으로 보려 노력했다. 

쓰는 만큼 좋은 기회도 생겨났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쓰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되었다. 느슨하지만 단단한 글쓰기 메이트를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글쓰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로 진출하게 되었으며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우주를 만나게 되었다. 세상이 온통 글쓰기가 되었다.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이든 쓰려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나 타인의 눈길, 태도, 말투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과를 되짚어 보며 나만의 시선으로나 누군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또 글을 쓰고 난 후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작가님은 커피도 안 마시고 술도 안 마시고 친구도 안 만나고 나쁜 짓도 안 하고 무슨 재미로 살아요?"라고. 그저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게 재밌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글을 쓰고 난 후 나에게 선사하는 자그마한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어릴 적 꿈인 만물박사가 되지 못했지만, 글을 쓰면 꿈꿔온 그 누구도 될 수 있다. 재능이 없어 시도도 못해본 운동선수가 될 수도 있고, 한번 읽은 모든 걸 기억해내는 천재가 될 수도 있다.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 순간이동을 할 수도 있고, 슈퍼히어로가 되어서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물박사도 될 수 있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무엇이든 다 써 내려갈 수 있는 '글 쓰는 사람'이지 않을까?

태그:#글쓰기, #작가, #브런치작가, #자기계발, #자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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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외유내강인 여행작가. 낯선 도시를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학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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