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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에 자리한 해발 약 130m의 개웅산에 오르면 구로구와 광명시 일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세가 완만하여 노약자들도 부담없이 걸어볼 수 있으며 정상부 개웅정에 이르면 동쪽으로 안양천을 넘어 관악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미세먼지 없는 볕 좋은 날이면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지므로 구로구에서 으뜸 가는 조망 명소다.

이번 산책 코스는 가볍게 개웅산에 올라 구로구 전역을 둘러보고 천왕산을 거쳐 항동철길로 내려와 푸른수목원에서 마무리 하는 길이다. 사계절 어느 때에 들러도 좋은 곳이며 지도를 그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개웅산에서 천왕산을 거쳐 푸른수목원으로 가는 코스.
▲ 개웅산과 천왕산 산책 루트. 개웅산에서 천왕산을 거쳐 푸른수목원으로 가는 코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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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출발은 오류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동인아파트 옆길에서 시작한다.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개웅정에 다다른다. 가장 빠르게 정상에 접근하려면 7호선 천왕역 4번 출구로 나와 연지타운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면 된다. 30여 분도 안 되어 정상에 이르므로 개웅산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 길을 추천한다. 
 
개웅정에서 바라본 구로구 일대 풍경.
▲ 개웅산 개웅정. 개웅정에서 바라본 구로구 일대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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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웅정 앞에 마련된 그네와 벤취에 동네 주민이 앉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 개웅산 정상. 개웅정 앞에 마련된 그네와 벤취에 동네 주민이 앉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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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이 관통하는 구로구는 60년대부터 구로공단으로 더 잘 알려졌던 곳이다. 지금은 패션산업과 IT 관련 직종이 활기를 띄는 지역이지만, 경제 발전이 한참인 때는 노동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던 장소였다. 당시 구로구에는 10여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벌집이라 불리던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80년대까지 이어지는 압축 성장은 사람을 갈아넣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농촌 출신의 앳된 소년소녀들이 12시간 넘는 노동에 시달리며 각종 산업재해와 질병을 앓았다. 85년에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인간적인 대우를 요구하며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나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구로공단의 기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산업단지로 조성되었던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다. 1963년부터 10여 년 간 모두 6개의 단지로 만들어졌으며 1~3단지가 구로공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4단지가 인천시에 만들어진 부평공업단지이고 주안공업단지가 속한 곳이 5, 6단지다.
 
▲ 뽕밭에서 바다가 된 구로구 으뜸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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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들어와 민주화와 함께 노동해방이 이루어지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산업구조의 격변으로 노동집약적 공장들이 개발도상국으로 떠나면서 현재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구로공업단지의 중심지였던 가리봉동은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다. 95년 구로구와 금천구가 분리되면서 1단지는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었으며 2,3단지는 금천구에 속하게 된다. 

개웅정을 내려와 오류동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봉화정을 타고 천왕산으로 길이 이어진다. 지명에서 조선시대부터 봉화를 올리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생태다리로 꾸며져있어 7차선 도로의 간섭없이 가뿐히 넘어갈 수 있다.
  
개웅정에서 바라본 서울교통공사 천왕차량사업소 풍경.
▲ 천왕차량사업소. 개웅정에서 바라본 서울교통공사 천왕차량사업소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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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면 온수 방면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개웅산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비해서는 시야가 좁은 편이지만 기분전환 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수생식물이 한가득 피어나는 푸른수목원

푸른수목원 방면으로 내려와 생태다리를 건너면 항동철길의 중간지점으로 내려온다. 오류동에서 항동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구간으로서 주택가 바로 옆으로 난 철길을 따라 지금도 화물차가 간간히 다니고 있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959년에 개설되어 산업 물자를 나르기 시작하여 현재는 군수품을 운반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시골 간이역 정취를 물씬 느껴볼 수 있는 의외의 장소다. 
 
각종 수초와 연잎이 무성하게 피어나 한 여름에 절정을 맞이한다.
▲ 푸른수목원. 각종 수초와 연잎이 무성하게 피어나 한 여름에 절정을 맞이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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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푸른수목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초여름에서 가을까지 항동저수지에는 연꽃을 비롯한 각종 수생식물이 한가득 피어나며 2500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갈대숲과 암석원, 수국원, 어린이정원 등의 20여 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어 둘러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장미원의 한 켠에는 서양식 정자인 가제보(Gazebo)가 있어 80년대에 인기가 높았던 유로 댄스를 떠오르게 만든다.

가제보가 부른 "I like Chopin"은  지금도 추억의 팝송으로 심심치 않게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다. 신디사이저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도입부를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노래다. 항동철길에서 푸른수목원까지는 그늘이 없으므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는 추천하지 않지만, 아파트 숲 사이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무더운 여름밤에는 찾아볼 만하다.

태그:#구로구, #개웅산, #천왕산, #푸른수목원, #항동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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