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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로 잘 사는 법이 궁금했던 저는 자람패밀리(부모의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에서 자람지기로 일하며 부모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부모 다시보기' 시리즈는 '요즘 부모'들을 대표해 '부모나이 11살'인 제가 부모학 전문가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에게 묻고 들은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기자말]
부모가 되니 할 일도 많지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배우고 배워도 아이는 매일 자라고 있으니 어제와 오늘이 다르니까요. 배운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난감할 때도 많고요. 아이의 사춘기를 앞둔 요즘, 무얼 배우고 어떻게 해야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궁금해 이성아 대표께 묻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 안의 힘 '부모성'
 
부모가 되고는 배울 게 참 많습니다.
 부모가 되고는 배울 게 참 많습니다.
ⓒ priscilladupreez, Unsp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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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아이가 부쩍 사춘기에 다가가는 것 같아요. 사춘기 부모로서 저는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서 슬슬 불안해져요. 좋은 부모가 되려면 뭘 더 배워야 할까요?
"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궁금하신 거지요? 저도 그게 참 알고 싶었어요. 그 출발점에 대해 저에게 인사이트를 준 이야기가 있으니 들어보세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조각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작가 오귀스트 로댕에게 사람들이 '평범한 돌덩이에서 어떻게 저렇게 살아 숨쉬는 것같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로댕이 대답해요. 나는 단지 돌에서 불필요한 부분만을 덜아냈을 뿐 입니다'라고요. 

대학원 수업 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인데 로댕이 진짜 이렇게 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좋은 부모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 네에? 이 이야기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연관이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아연님은 로댕에게 질문했던 사람들과 비슷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로댕이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연님은 좀 더 많은 육아 지식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내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지요?"

- 네. 부모로 사는 건 매일 새롭고, 매일 모르는 게 나타나니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로댕은 다른 관점으로 설명하지요. 내가 뛰어난 기술이 있거나 엄청난 노력을 해서 명작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돌덩이는 이미 걸작을 품고 있었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니 감춰져 있던 모습이 드러났다고요."  

-그 말은 저도 이미 '좋은 부모'라는 걸작을 품고 있는데 모르고 있다는 건가요? 
"네. 우리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자는 거예요.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기에 충분한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걸 '부모성(父母性)'이라고 불러요. 부모는 무언가를 더 채워야 하는 부족한 대상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힘을 가진 존재에요. 무언가 불필요한 것들에 덮혀 그 힘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부모인 내가 나 자신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많은 게 바뀌어요. 나는 부족하기에 더 채워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렇거든요." 

- 내가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사람이라니 뭔가 느낌이 달라요. 그동안은 '뭘 더 알아야 하지? 뭘 더 배워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제 안에 훌륭한 부모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디 숨어 있는지 잘 찾아보고 싶어져요. 
"이미 드러난 부분도 있고, 무언가에 덮혀 드러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요? 우리 한 번 같이 찾아봐요. 아이가 첫 걸음마를 시작하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때 어떠셨어요?"

부모인 내가 놀라웠던 순간
 
아이의 첫 걸음마. 세상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첫 걸음마. 세상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 jchristian406,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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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청객이 따로 없었어요. 환호성을 하며 물개 박수를 쳤지요. 그 조그만 아이가 저를 보고 한 발 한 발 주춤주춤 걸어오던 모습이 생생해요. 팔을 벌려 아이를 안으며 울컥했던 기억이 나요. 
"저도 그래요. 그 순간에 우리를 움직인 것이 '지식'인가요? 예를 들어 '아이가 첫 걸음마를 시작한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니 그 순간 손을 내밀어 안아주고 열렬하게 호응해주는 것이 아이의 성취감에 도움이 된다' 뭐 이런 거요."  

- 에이, 그건 완전 자동반사였죠. 저 원래 그렇게 환호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맞아요. 배운 적 없는데 너무나 기뻤고, 아이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그 순간 우리를 움직인 힘인 '부모성'은 우리 안에 이미 가득해요. 부모가 되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을 거예요. 우리의 부모성이 발현되는 순간들입니다." 

- 이렇게 듣고 돌아보니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뿌듯했던 순간이 하나 하나 떠올라요. 성격이 급해서 제 걸음이 무척 빠르거든요. 일행들이 좀 천천히 가라고 뒤에서 불러세울 때도 많은데 아이들과 있을 땐 자연스럽게 제 걸음이 느려져요. 길을 걷다 주저앉아 개미를 보면 저도 같이 앉아 개미를 보고, 민들레 홀씨를 날리면 박수치며 지켜봐요. 의식한 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아이들 속도에 맞추고 있는 제가 신기했어요.
"일행들이 불러세워도 앞서가던 내가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추는 게 '부모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배워야만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오히려 그런 지식에만 의존하다보면 매 순간 혼란스럽고 주저하게 될 거예요. 배우거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내 안의 '부모성'이 발현되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속도를 늦췄죠. 그 힘은 부모인 내 안에 이미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자람패밀리(https://zaramfamily.com/)는 부모인 나와 가족의 행복한 삶에 대해 연구하고, 부모들의 연결과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이 시리즈는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태그:#부모교육, #부모, #부모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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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좋은 부모,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좋은 삶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자람패밀리에서 부모를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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