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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 입구. 지하에 있다.
 함께라면 입구. 지하에 있다.
ⓒ 문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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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합니다. 시민운동가 이원영이 특별한 라면 가게를 차렸습니다. 부끄럽지만 동네 분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개업식을 합니다."

6월 24일, 금요일 퇴근길에 받은 문자다. '뜬금없이 웬 라면 가게?'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가 6.1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두 달 전,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면서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를 받았다. 내가 있는 성북에서도 지지하는 정당의 구의원 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에 용산구의원으로 출마하는 이원영까지 후원하기에는 부담이 됐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서 때문이다.

이원영은 용산구의원에 네 번 도전했다. 세 번 낙선을 했으니, 네 번째는 꼭 당선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낙선했다. 10.14%의 득표율에 그쳤다. 거대 양당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진 것이다. 

보수세력이 강한 용산에서 진보정당의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모한 도전이다. 그럼에도 네 번째의 출마를 결심한 이원영, 그의 무모함은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지난 2일 개업식 날,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함께라면'이라는 가게를 찾았다. 

낙선은 예상했다, 다만
 
개업식 손님들께 드릴 음식을 나르고 있는 이원영.
 개업식 손님들께 드릴 음식을 나르고 있는 이원영.
ⓒ 문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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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동 금양초등학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라면 가게는 지하에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벌써 많은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면을 끓이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용산시민연대, 용산역사문화협동조합, 희망연대노조, 동자동사랑방 등에서 온 손님 40여 명이 좁은 라면 가게 안을 꽉 채웠다. 손님들께 대접할 음식을 나르느라 이원영은 정신이 없었다. 시민운동가에서 '사장님'으로 변신한 그가 왠지 낯설지 않았다. 오랜 친구인 그와 짧은 환담을 나누었다.

"낙선은 예상한 일이었어. 그래도 득표율은 20%가 넘을 거라고 예상했어. 10%를 간신히 넘겼어. 충격이었어. 나를 아는 많은 분이 표를 주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해 주셨는데도 20%를 넘지 못했다니 말야. 

몇 년 전부터 동네에서 식당을 해보고 싶었어. 책도 읽고 장사에 대한 공부를 했어. 원래는 선거운동 시작하기 전에 개업하려고 했는데 같이 일할 사람을 못 찾았어. 선거가 끝나고 용산시민연대 회원 중에 도와주시겠다는 분을 만나서 개업했어. 라면은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잖아. 아침부터 점심 때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는 용산시민연대 활동을 할 거거든."


6.1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고 이틀 후, 그는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선거운동 시작 전에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그의 여행 소식이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이 올라왔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고 제주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포스팅이었다. 

나는 그가 쓴 글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울었다. 진보정당 선거 결과의 참담함은 번외로 하더라도 그가 걸어온 가시밭길을 주민들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 속상해서다. 무려 12년 동안 네 번의 선거에 나가 주민의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외친 이원영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화가 났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무상급식 조례제정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했고, 2013년부터 5년간 용산구에 지으려고 했던 화상경마장 반대 운동을 했다. 2020년부터는 노동자종합지원센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만나고 있다.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취약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조직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2022년 현재까지 용산구청은 시설 매입과 임차가 어렵다며 차일피일 센터 설립을 미루고 있다. 센터가 없어 용산시민연대 활동가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또 작년부터 현재까지 남영역에 없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남영역 앞에서 캠페인을 한다. 그런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다니, 용산구민들은 복을 제 발로 찼다.

마지막 출마였기에 더욱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리라. 네 번째 겪는 일이어도 낙선이라는 결과는 아프다. 겉으로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안다. 털고 일어나야만 했다. 그가 20여 년 몸 담고 있는 용산시민연대 활동을 돈 걱정 없이 지속하려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라면가게에서 이익을 남길 생각은 없어. 시간당 1만 원의 내 인건비 정도만 가져가면 돼. 이것도 쉽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이익이 생기면 2호점, 3호점을 낼 거야(웃음). 10년을 할 생각이야. '함께라면'이 단순한 라면가게가 아니라 손님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주는 가게가 되기를 바라. 라면 먹으러 와서 작은 추억을 만들고, 손님이 주인 같은 가게를 만들고 싶어."

"선거 한 번 더 나왔으면 좋겠다"
 
'함께라면'에서는 먹고 싶은 라면을 골라서 직접 끓여 먹는다. 라면과 사리, 밥, 모든 게 무한리필이다.
 "함께라면"에서는 먹고 싶은 라면을 골라서 직접 끓여 먹는다. 라면과 사리, 밥, 모든 게 무한리필이다.
ⓒ 문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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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에서 제공하는 사리. 라면과 사리는 무한제공이다.
 함께라면에서 제공하는 사리. 라면과 사리는 무한제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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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그에게 어떤 덕담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사이다 같은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건너편에 위치한 탓에 초등생 손님이 많다고 한다.

임시 오픈 기간인 6월 한 달 동안 초등학생은 1천 원, 어른은 3천 원을 받았다. 정식 오픈을 하는 7월 1일부터는 5천 원을 받는다. 아이들은 라면값이 너무 싸서 망하지 않겠냐면서도 실컷 먹고 갔단다. 배불리 라면을 먹고 가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했다고 한다.  

'함께라면' 가게는 모든 것이 셀프다. 먹고 싶은 라면을 고른다. 깐새우, 계란, 양파, 콩나물, 버섯 등의 사리를 원하는 만큼 넣고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끓이면 된다. 물론 밥도 있다. 본인이 끓인 라면이니 맛이 없어도 주인 탓을 할 수 없다. 라면을 포함한 모든 재료는 무한리필이다.

개업식에 온 손님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이원영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 용산구청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한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억울함이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활동할 때부터 이원영을 알았어요. 구의원 선거에 세 번 나갔는데 떨어졌죠. 이번에 또 떨어졌으니 네 번째 떨어진 거죠. 자꾸 떨어지면서도 선거에 나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어요. '돈 많은 사람들은 선거에 나가서 이기고 권력을 잡지만 돈 없는 사람은 그렇게 못 하잖아요. 저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원영은 정말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본인도 힘들 텐데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마음에 짠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원영이 한 번 더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원영의 낙선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청소노동자의 말을 듣자, 나는 더욱 속상했다. 청소노동자 옆에 앉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공동본부장인 서광순씨가 보였다. 덕담을 요청했다. 

"선하게 생긴 모습처럼 마음이 따뜻한 분이에요. 보기와 다르게 강단도 있어요. 이런 인물이 지방선거에 네 번 도전했는데 한 번도 당선이 안 되었어요. 이것은 거대양당 구도와 선거제도의 문제점 때문이에요.

이렇게 훌륭한 지역 정치인이 라면 가게를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지하에 위치한 가게에 들어서니 그의 마음과 닮은 가격표가 보였어요. 누구나 소소한 금액으로 배부르게 먹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정치하는 이원영이 보고 싶어요."


그럼에도, 이원영이 부럽다

비록 당선되지 않았지만 이원영은 주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랬을 것이다. 세 번의 낙선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도전을 결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이원영은 아직도 남 앞에 서는 것에 자신이 없다.  

"주변에서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네 번의 선거를 치렀어. 하지만 나는 후보 체질은 아닌 것 같아. 나를 찍어 달라고 말하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 선거운동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다가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폐지 줍는 노인의 얘기를 들었고,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어. 정치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학교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많이 배웠어.

임시 오픈을 하고 3주가 지나니 자영업자의 삶을 조금 알 것 같아. 식당하면서 동네 분들도 자주 오시고 멀리서도 아는 분들이 오시는 걸 보고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보다 일상의 삶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 반드시 버틸 거야. 즐겁게 일할 거고."


주민들에게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니, 네 번의 출마에서 한 번도 당선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원영이 부러웠다. 이번 주 불금에는 '함께라면'에서 약속을 잡을 것이다. 술은 팔지 않지만 사 가지고 와서 마시는 건 괜찮다고 했다. 막걸리를 사 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가게 이름 참 잘 지었다.

'함께라면'(못 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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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 인터뷰집,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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