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말에서 기름을 두르는 조리법을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지지다'라는 말과 함께 '부치다'라는 말이 같이 쓰이고 이러한 조리법은 음식의 이름으로 발전해서 '지짐'과 '부침'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우리에게는 '지짐이', '부침개'와 같이 다른 말을 뒤에 덧붙이기도 했다.

'전(煎)'이 한자어라면 '지짐'과 '부침'은 우리의 고유한 말이라 이해가 쉬워 보인다. 순우리말로는 '지짐이'가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궁중에서는 '전유화(煎油花)'라 하기도 하고 '전유어(煎油魚)'라고도 했으며 민간에서는 저냐, 전, 부침개, 지짐개라고 불렀다.

빈대떡과 파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러한 전(煎)의 대표 격으로 파전과 빈대떡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이다. 파전은 밀가루에 계란을 풀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썰어 둔 파를 넣어 번철에 부치는 것이다. 간혹, 해물을 얹어 굽기도 하고, 해물과 쪽파를 섞어서 해물파전을 하기도 한다.

파전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과거 문헌에는 다양한 해물전이나 어육 전들은 있지만 파전은 없었고 1946년의 방신영(方信榮: 1890-1977)이 쓴 <조선음식 만드는 법>에서 비로소 파전이 등장한다. 파전은 6.25 이후 미군을 통한 밀 보급량이 증가하면서 밀로 만든 음식이 보편화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비오는날 대표적인 음식 파전
 비오는날 대표적인 음식 파전
ⓒ 픽사베이

관련사진보기

 
빈대떡은 녹두를 갈아 몇 가지 소와 버무린 뒤 지져내거나 부쳐내는 음식으로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다양하다. 특히, 떡이 아닌데 마지막에 '떡'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과 '빈대'라는 정체도 마찬가지이다. 빈대떡과 관련된 단어로 가장 오래된 것은 17세기 문헌에 보이는 '빙져'이다. 이는 '병(餠)'이라는 중국어이다. 중국의 '빙져'는 녹두를 맷돌에 갈아 그 분말을 지져서 먹는 떡이니 지금의 '빈대떡'과 일치한다.

'빙져'라는 단어는 17세기에 '빙쟈'로도 나온다. '빙쟈'는 '빙저'를 거쳐 '빈자'로 변형되어 나온 뒤 마침내 '빈대'로 옮겨왔다고 해방직후 국어학자로 활동했던 방종현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렇게 변해온 '빈자'라는 뜻을 한자 '빈자(貧者, 가난한 사람)'로 간주하여 '빈자떡'을 급기야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떡'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 빈대떡은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떡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던 음식으로 보는게 맞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빈대떡은 선술집과 대폿집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었다. 우선은 녹두의 가격이 쌌기에 편하게 먹을 수도 있었고 만드는 기술이 크게 어렵지 않았기에 많은 식당에서 만들어서 팔았다.

카바레라고 하던 현대화된 술집에서도 막걸리와 빈대떡이 메뉴로 올라와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녹두의 가격이 오르고 먹을 것들이 다양해지면서 빈대떡은 별미 취급을 받게 되었다.

비오는 날, 부침개 판매량 169% 증가
 
1962년 2월 2일자 <경향신문>의 메뉴로 막걸리와 빈대떡이 나와있다. 카바레 광고.
 1962년 2월 2일자 <경향신문>의 메뉴로 막걸리와 빈대떡이 나와있다. 카바레 광고.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관련사진보기

 
한여름 비 오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에 파전이나 빈대떡을 찾고는 한다. 한 편의점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장마 시작에 맞춰 10일간(6월 25일~7월 4일) 비가 온 날의 막걸리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해당 기간 비가 오지 않는 날 대비 막걸리 매출이 43.3% 높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하게 말하던 '비 오는 날은 막걸리'라는 관용구가 실제 생활에 적용된 것이다.

그럼 파전이나 빈대떡은 어떨까? 2016년 한 인터넷 쇼핑몰 조사에 의하면, 비가 오는 날 동그랑땡과 부침개 판매량이 비가 오지 않던 2주 전에 비해 169% 증가한다고 한다. 심지어 파전이나 빈대떡 등을 만들어 먹는 밀가루와 부침가루는 각각 13%, 24% 증가하고 파전의 주재료인 대파와 쪽파 등의 부추류도 21%나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처럼 비 오는 날의 파전이나 빈대떡은 막걸리의 마리아주(술과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매칭하는 것)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비오는 날 많은 음식 중에서도 파전이나 빈대떡을 먹는 것일까?

비오는 날 파전이나 빈대떡을 찾는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이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전(煎) 부치는 소리의 주파수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내용이 처음 알려진 건 한 대학 교수의 신문 기고를 통해서였다. 다양한 곳에 부딪치는 빗소리와 파전이나 빈대떡을 만들 때 기름에 의해 나는 소리의 진폭이나 주파수가 거의 유사하다고 한 것이다.

이후에 이 내용은 상식으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할 내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빗소리와 전을 만들 때의 주파수가 같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에선가는 다른 영양학적 이유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비가 오면 일조량이 줄어들어 우울해지기 쉽기에 파전이나 빈대떡 속 파, 밀가루, 해물이 일시적인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기에 찾는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비가 내리면 기온이 평소보다 낮아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 대사작용을 더 활발히 한다고 한다. 결국 소화 기능이 활성화되고 공복을 더 크게 느끼기에 기름이 있는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빈대떡과 다양한 전 그리고 막걸리
▲ 막걸리 한상차림 빈대떡과 다양한 전 그리고 막걸리
ⓒ 수요미식회

관련사진보기


일부에서는 사회적인 이유를 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밭이나 논에 나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비가 오면 들에 나가 일할 수가 없었다. 농사철에 비가 오고 밖에 서 일을 못 하게 되면 사람들이 모여서 별다른 준비 없이도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간단하게 차려 먹는 전(煎) 형태였던 것이다. 농경 시절 비오는 날 편하게 먹던 식문화가 여전히 관습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분명한 것은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이나 빈대떡이 다른 음식보다 먼저 땡긴다는 것이다.

이제 막걸리와 먹을 수 있는 안주로 우리나라를 넘어서 외국의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을 한다. 누구는 치즈랑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양꼬치와 먹는 등 막걸리에 특정 음식을 짝지어 설명하는 경계는 허물어졌다. 과거 먹을 게 부족했던 때 밀가루를 이용해서 먹던 파전이나 녹두를 이용한 빈대떡은 지금은 비가 오는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처럼 되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함께 먹는 전(煎)은 누가 뭐라 해도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마리아주'(조합)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 주 일기예보에 계속 비 소식이 있던데, 홈술로 막걸리에 파전 한 장 지져 먹는 여유를 누려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 동시 게재 합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