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4 10:01최종 업데이트 22.07.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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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퀴어행사반대서명운동을 벌인 종교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오는 16일 예정된 서울광장 퀴어행사 중단 촉구 및 오세훈 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증대상] "WHO, 퀴어퍼레이드서 원숭이두창 확산경고" 퀴어축제 반대단체 주장

'서울광장 퀴어행사반대 서명운동' 참여 단체들은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WHO(국제보건기구)는 유럽의 대규모 게이(동성애) 퍼레이드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원숭이두창이 유럽과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오는 7월 16일 예정된 퀴어행사가 서울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강행된다면 국내에도 이미 상륙한 원숭이두창 등이 확산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유럽 WHO나 영국 보건당국 등의 발표에 의하면 원숭이두창이 성병과 같은 패턴으로 유럽 등지의 게이 퍼레이드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WHO를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통한 원숭이두창(Monkeypox) 확산을 경고한 게 사실인지 팩트체크했다.

[검증내용] WHO, 원숭이 두창에 대해 어떤 입장 취했나  

확인 결과, 유럽에서도 대규모 퀴어퍼레이드가 열려왔지만 WHO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통해 원숭이두창이 확산됐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원숭이두창의 사람 대 사람 전염은 성행위, 호흡기 전파를 포함해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6월 22일 한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사례가 나온 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전파는 흔하지 않아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높은 질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WHO 고위급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23일(현지시각)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의 전례 없는 원숭이두창 발병을 두고, 최근 유럽에서 열린 두 번의 '레이브 파티(Rave Party, 여러 사람이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벌이는 파티)'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연한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WHO-CDC 등 '동성애자 남성 집단에 대한 낙인 경계'

WHO의 6월 17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5일 사이 42개국에서 확인된 2103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가운데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개인의 특성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14개국'에서 보고된 사례는 468건이다. 이중 99%가 0세에서 65세 사이의 남성의 감염 사례다.

WHO는 이들이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이었으나 모든 감염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원숭이두창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아프리카 등에서 실제 발생했지만 보고되지 않은 사례 건수가 보고된 감염 사례 건수 보다 훨씬 많아 남성 집단에서만 원숭이두창이 주로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 보건 관련 단체에서는 오히려 원숭이두창 감염자 가운데 남성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 사례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집단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경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 2020년 2월 28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현재 63개국에서 9200건의 사례가 발견됐다"며 "WHO는 시민 사회 및 LGBTI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을 포함한 성소수자 전반)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해 바이러스에 대한 오명을 없애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CDC 역시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모두를 위한 공중 보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의 사례에 초점을 맞추면 의도치 않게 해당 집단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대단체 "퍼레이드 이후 문제 지적" vs. 주최 측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퀴어축제 반대단체는 퀴어퍼레이드 자체가 아니라 퀴어축제 행사 전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신체접촉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셉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대변인은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퍼레이드를 할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도 "퍼레이드 전후 앞풀이, 뒤풀이 행사나 클럽에서 관계를 맺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이 (감염병)확산의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사는 이날 "퀴어문화축제로 확산된다는 말은 전염 경로상으로 볼 때 말이 안 된다"며 "마치 동성애자들이 모이면 모두 이를 이용해서 성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퀴어퍼레이드를 통한 원숭이두창 확산 가능성은 낮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감염병 관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퀴어퍼레이드) 행사 자체가 (감염 확산) 위험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병의 위험성이나 감염경로에 대한) 홍보와, 환자가 (발생했을 때)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사회적 낙인이 가지는 영향이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WHO, 퀴어퍼레이드에서 원숭이두창 확산 경고" 주장은 '거짓'

퀴어축제 반대 단체의 주장과 달리 WHO가 유럽 대규모 퀴어 퍼레이드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WHO나 CDC 등은 현재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일부 남성에게서 발생한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 효과를 경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와 같은 밀접 접촉이 아닌 거리 행진과 같은 단순 접촉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낮다. 따라서 "WHO가 퀴어퍼레이드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했다고 경고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WHO에서 퀴어퍼레이드에서 원숭이두창 확산이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2.07.07
  • 출처
    서울광장 퀴어행사 중단촉구 공동성명서출처링크
  • 근거자료
    서울퀴어문화축제, 2022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자료링크 AP, Expert: Monkeypox likely spread by sex at 2 raves in Europe(2022.5.24)자료링크 세계보건기구(WHO), Multi-country monkeypox outbreak: situation update(2022.6.17)자료링크 세계보건기구(WHO), WHO Director-General’s opening remarks at the COVID-19 media briefing(2022.7.12)자료링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How CDC is Framing Communication Around Monkeypox(2022.7.12)자료링크 주요셉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대변인,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7.13)자료링크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사,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7.13)자료링크 국가인권위원회, <2021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 발간, (2022.6.22)자료링크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7.13)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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