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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립다.'

탄두르에서 막 구워낸 고소한 레뾰쉬카(Lepyoshka) 빵 냄새가 그립고, 하루에 한 끼는 꼭 먹었던 샤슬릭 양고기 맛이 그립고, 다마스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비슈케크 전경을 보며 8병이나 마신 키르키스맥주 아르빠 맛이 그립다.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끝없이 펼쳐져 있던 그 초원이 벌써 그립다. 
  
유르타와 초원 그리고 호수
▲ 유목민의 후예 키르기스스탄 유르타와 초원 그리고 호수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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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레뾰쉬까, 샤슬릭, 아르빠(맥주)
▲ 키르기스스탄의 추억 (왼쪽부터) 레뾰쉬까, 샤슬릭, 아르빠(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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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유목민 후예 아이들 : 관광객을 대상으로 말타보기 상품을 팔고 있다.
▲ 유목민의 후예들 키르기스스탄 유목민 후예 아이들 : 관광객을 대상으로 말타보기 상품을 팔고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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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인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은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행은 단지 보고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들과 만나며 그간 가졌던 생각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현실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음을 비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생각을 채워가는 여정이 여행이다.

탈출하듯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지만 얽혀 있던 생각들을 꺼내 놓고 '코로나 노마드족'이 되어 훨훨 날다 온 여행이었다.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워왔을 나를 정리해 보려 하는데 정리는 고사하고 벌써 그곳 그리움에 후유증만 호되게 앓고 있다.

코로나 노마드족을 꿈꾸며
 
어딜 가도 끝없는 초원을 만날 수 있다.
▲ 초원의 나라 키르기스스탄 어딜 가도 끝없는 초원을 만날 수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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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키르기스스탄이나 갈래?"

30년 넘게 여행업에 종사했던 친구가 혹하는 얘기를 던졌다. 대부분 여행업이 그렇듯 친구네 회사도 코로나 습격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가끔 만나 서로 신세 한탄을 하며 코로나 시절을 버텼는데 팬데믹 상황이 조금씩 진정되면서 다시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는 기존 업계에 복귀를 노리는 것보다 그간 쌓아온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뭔가를 찾아보겠다며 이것저것 궁리하더니 어느 날 카톡으로 자기 구상을 얘기했다.

"내 경험을 거름 삼아 여행의 가치를 나누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친구 아내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쪽 항공권을 취급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마침 키르기스스탄 행 전세기 운항이 있어 우리의 작당이 시작되었다. 친구는 시장조사와 힐링여행 겸하여 떠나자고 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 시국인지라 너무 비싼 항공권이 문제였다.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출발 5일 전쯤 나는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에이 몰라~ 야 우리 그냥 가자!"

그 한마디로 우리는 진짜 코로나 노마드 여행족이 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은 톈산산맥과 파미르 고원이 품고 있는 나라다.
▲ 비행기에서 본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은 톈산산맥과 파미르 고원이 품고 있는 나라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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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가는구나.'

3년 만이다. 2019년 미얀마 여행 이후 처음이다. 인천공항은 아직도 코로나 습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예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비행기는 전세기였음에도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다만 들어오는 비행기는 만석이라고 친구가 일러주었다.

비행기에 앉아 있음에도 진짜 가고 있는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한참을 대기하던 비행기가 드디어 움직이며 활주로를 달렸다. 가볍게 떠오른 비행기는 이내 구름 속으로 솟구쳤다. 워낙 갑작스레 진행된 여행이기에 예전처럼 큰 흥분을 갖지 못했는데 비행기 엔진 소리가 온몸을 흔들며 여행 맛을 다시 꺼내 클라이맥스로 끌어 올렸다.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공항까지는 대략 5~6시간 정도의 비행 거리라 하는데 몽골 공항에서 중간 급유 문제로 지체하는 바람에 마나스 공항에 도착하니 총 9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다. 피곤한 몸을 끌고 공항을 나서니 후끈 달아오른 뜨거운 바람이 이곳이 이국땅임을 알려준다.

'이제 시작이다.'
 
유목민의 후예들 답게 국기에도 유목민의 상징인 유르타 문양이 들어 있다.
▲ 키르기스스탄 국기 유목민의 후예들 답게 국기에도 유목민의 상징인 유르타 문양이 들어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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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알프스,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나라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중 한 나라로 아직 직항이 없기에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해서 가거나 카자흐스탄에서 넘어가는 경로를 택한다고 한다. 우리는 직항으로 갔으니 참 운이 좋았던 셈이다. 

키르기스스탄은 한반도 크기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에 비해 훨씬 작은 나라다. 거대한 톈산(천산) 산맥과 남쪽의 파미르 고원으로 둘러싸인 이 나라는 전 국토의 80~90%가 산악지대이며 평균 해발 고도가 2750m에 달하는 고산 국가이다. 또한 7천 미터급 고봉들이 존재하며 크고 작은 호수와 광활한 초원들이 펼쳐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스위스)라 불리는 나라다.
 
아메리카에 그랜드 캐년이 있다면 키르기스스탄에는 스카즈카 캐년이 있다. 형형색색 바위들이 신비롭다.
▲ 스카즈카 계곡 아메리카에 그랜드 캐년이 있다면 키르기스스탄에는 스카즈카 캐년이 있다. 형형색색 바위들이 신비롭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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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티 오구즈는 일곱마리 황소라는 뜻으로 멀리서 보면 일곱마리 황소가 있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제티 오구즈 계곡 일부이다.
▲ 제티오구즈 계곡 제티 오구즈는 일곱마리 황소라는 뜻으로 멀리서 보면 일곱마리 황소가 있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제티 오구즈 계곡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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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약 670만 명으로 수도가 있는 비슈케크 인구가 백만 명(2021년 기준) 정도이니 나라 전체가 참 한적한 느낌을 준다. 이 나라는 40여 개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 가서 겪어 보니 이곳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관념을 버려야 했다.

수천 년 동안 이어 온 중앙아시아 유목민 역사를 꿰어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주 개념의 '나라'나 '민족'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조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키르키스 민족이라고 하면서 키르키스어는 모른다고 하는 경우는 이해가 잘 안된다. 

키르기스스탄 날씨는 한낮 기온이 한국보다 4~5도 정도 높지만 실제 거리에 나서면 습도가 높지 않아서 그늘로 들어서면 바로 시원하다. 이슥쿨(Ысыккөл) 지역 호텔들은 에어컨이 없는 호텔도 있어 걱정했는데 가이드에게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하룻밤 주무셔 보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 그대로 새벽에는 추워서 이불을 찾아 헤맸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 장면 중 하나가 마스크였다. 키르키스 사람들에겐 이미 코로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첫날 대형마트에 들렀는데 마스크 쓴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고 사람들이 우리만 보는 것 같아 벗어야 했다. 가이드 말이 이곳에선 마스크를 쓰면 '나 병균 있다'는 표시와 같다는 것이다. 코로나에 의연한 것처럼 보이는 키르키즈 사람들이 뭔가 깨달은 사람들로 보였다.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보는 순간 머리를 내리쳤다.

'아, 다시 현실 세계로구나.'
 
(왼쪽부터) 제티 오구즈 계곡, 비슈케크에서 바라 본 풍광, 키르기스스탄 초원
▲ 키르기스스탄 풍광 (왼쪽부터) 제티 오구즈 계곡, 비슈케크에서 바라 본 풍광, 키르기스스탄 초원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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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이 이 나라의 10분의 1, 100분 1도 안될 테니 내가 느낀 것이 이 나라 전부는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코로나 시국에 운 좋게 비행기 타고 여행을 다녀왔으니 앞으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함께 나눠보려 한다. 최대한 자료를 조사했고 모르는 부분은 현지 가이드나 주한 키르키스 대사관의(출발 전 대사관을 방문하여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대사님과 직원을 소개받는 행운을 얻었다) 힘을 빌려 전달하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후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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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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