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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어 날줄과 씨줄로 여러가닥을 엮으면 우리가 아는 비단이 된다. 가벼울 뿐 아니라 부드러운 감촉에 보온성도 탁월하고 질기기까지 하다. 건조한 겨울날에도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고 염색도 자유로워 예로부터 고급 옷감으로 사용해 왔다. 값 비싼 비단은 주로 권력자들이 입었으며 서민들은 혼례와 같이 특별한 행사 때에 두를수 있었다.

실크를 만드는 곤충은 누에 말고도 날도래가 있다. 분류학으로 볼 때 나비와 날도래는 형제자매이므로 비슷한 기관을 갖고 있다. 견사를 내는 입(아랫입술샘)도 같은 구조이며 성분도 동일하다. 명주실은 파이브로인(fibroin)과 세리신(sericin) 단백질의 결합이다. 전자가 비단실의 질긴 속성을 갖고 있으며 그 주변을 후자가 감싸고 있다. 파이브로인은 0.01mm 정도로 가늘지만 질기기 이를데 없으며 세리신은 접착력을 높여준다. 
 
나비목에서 갈라져 나와 일가를 이뤘다.
▲ 굴뚝날도래 나비목에서 갈라져 나와 일가를 이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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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래는 '비단 노끈으로 쐐기를 만들어 문단속을 하는 곤충'으로 풀어낼 수 있다. '날'은 새끼줄을 뜻하는 옛말로써 가마니와 미투리, 짚신, 돗자리 따위에 세로로 엮어진 실을 말한다. '도래'는 문을 고정하는 쐐기를 의미한다.

날도래를 뜻하는 영단어 소모사파리(Caddis fly)는 양털을 꼬아 만든 실(caddice)로써 스웨터를 짜는 털실을 말한다. 물 속에 사는 애벌레가 실크를 내어 낙엽과 모래로 엮은 이동식 집을 만들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기에 수질오염을 가늠하는 환경지표종이며 어류의 중요한 영양공급원이 된다.

흐르는 계곡 물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몸매가 납작하며 떠내려가지 않도록 명주실을 닻처럼 이용한다. 더듬이가 길며 배 끝에는 꼬리털(cercus)이 2개 나 있고 옆구리에는 털이 수북한데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기관아가미(tracheal gill)다. 대부분은 부식질을 먹지만 일부는 포식성이며 침샘에서 실을 자아내어 먹이잡는 그물을 치기도 한다.

대롱 모양의 이동주택을 짓고 산다

띠무늬우묵날도래는 모래나 지푸라기, 낙엽 등을 그러모아 대롱 모양의 집을 짓고 산다. 이동 주택은 앞뒤로 뚫려있어 물이 자유로이 흐르며 유충은 대롱 입구에 상체만 내놓고 먹이활동을 한다.

애벌레의 크기는 30mm 정도이며 위험을 느끼면 대롱 속에 몸을 감추고 한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수중 생활을 위해 다리마다 털이 수북하고 배끝에는 갈고리 같은 발톱이 나 있어 짊어진 대롱집에서 빠지지 않게 해 준다.
 
모래알과 낙엽을 명주실로 엮어 이동식 주택속에 숨어 산다.
▲ 띠무늬우묵날도래 유충과 대롱 모양의 집 모래알과 낙엽을 명주실로 엮어 이동식 주택속에 숨어 산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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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옆구리에도 고리가 있어 같은 역할을 한다. 육상 곤충은 번데기가 되면 움직이지 못하지만 날도래 애벌레는 호흡을 위해서 번데기에 붙어 있는 아가미를 흔들어댄다.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얻기 위해서다. 관찰을 위해 대롱집을 뜯으면 검은 위액을 토해낸다. 물기가 있어서 그런지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으나 성충은 몸에서 고약한 향기를 풍긴다.

골진 검은색 날개가 마치 코듀로이 옷감 같은 바수염날도래는 더듬이가 밧줄처럼 보여서 '바수염'이라고 한다. 씨름 선수가 허리에 둘르는 '샅바'에 흔적이 남아있다. 수컷은 구애를 할 때 더듬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암컷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장난을 친다. 짝짓기 후 암놈은 수면을 스치듯 날며 알을 낳고 세대를 이어간다.
 
대한민국 고유종으로 해외 반출시 정부 승인이 필요함.
▲ 수염치레날도래 대한민국 고유종으로 해외 반출시 정부 승인이 필요함.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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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한살이에 모습마저 똑같아서 생식기를 봐야 구별할 수 있는 수염치레날도래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서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짝짓기 철이면 물가에 수백 마리가 모여들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배 끝으로 돌을 두드려 암컷을 부른다

날도래와 같은 수서 곤충으로서 비슷한 생활사를 가진 강도래(Plecoptera)는 '땋은 날개'라는 뜻이며 막질의 날개가 그물과 같이 생겨서 갖게 된 명찰이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깨끗한 물에서 살아가는 환경지표종이다.

서구권에서는 돌파리(stonefly) 또는 마왕벌레(Beelzebug)라고 부른다. 계곡 주변의 돌 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배 끝에는 길다란 꼬리가 뿔 처럼 돋아있고 굴곡진 가슴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질의 날개가 그물같이 생겨서 강도래라고 한다.
▲ 진강도래의 짝짓기 막질의 날개가 그물같이 생겨서 강도래라고 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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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육식성으로 작은 곤충을 사냥하지만 일부는 이끼나 조류(algae)를 먹는 잡식성이다. 수컷은 배 끝으로 작은 돌맹이나 나뭇잎 등을 두드려서 암컷을 부르며, 타악기 연주가 마음에 들면 암놈도 똑같은 소리를 내어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암놈은 수면 위를 스치듯 날며 최대 1000개의 알을 낳는데 끈적한 물질로 덮여있어 돌에 찰싹 달라붙는다. 한살이 주기는 1~4년이며 애벌레는 12~36번의 허물을 벗고 자라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날도래, #강도래, #환경지표종, #CADDIS FLY, #PLECOP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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