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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가장 맞닿아 있는 술 중 하나인 맥주. 우리는 맥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문화로서의 맥주를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기자말]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3집 앨범 'Jubilee'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3집 앨범 "Jubilee"
ⓒ (주)리플레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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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kfast)를 이끌고 있는 미셸 자우너는 전 세계 인디 음악 팬들의 아이콘이다. 이름 때문에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는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정규 1집 < Psychopomp >와 정규 2집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으로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3집 < Jubilee >가 평단과 마니아의 극찬을 받으며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앨범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1989년생인 그는 뮤지션으로서도 승승장구했지만, 성공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에세이 < H 마트에서 울다 >는 뉴욕타임스와 타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 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한인 2세의 이중적 정체성, 한국인 어머니의 암 투병과 죽음이 안긴 상실감 등을 두루 고백한다.

책과 음악을 통해 그는 슬픔과 치유의 과정을 보냈다. 그 시간을 지나 탄생한 정규 3집 < Jubilee >는 그 어떤 작품보다 밝은 정서를 드러낸다. 앨범 제목인 'Jubilee'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뜻한다.

앨범 재킷 이미지에는 주렁주렁 메달려있는 감, 그리고 감을 들고 있는 자우너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아시아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자라난 미셸 자우너는 아시아인들이 선물로 주고 받는 과일인 '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슬픔이 조금씩 휘발되고, 인간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감에 비유했다. 쓴 맛의 감이 달콤해지는 숙성의 과정을 떠올렸다. 

음악과 수제 맥주가 만났을 때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구스 아일랜드의 협업으로 탄생한 'Be Sweet 라거' 맥주.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구스 아일랜드의 협업으로 탄생한 "Be Sweet 라거" 맥주.
ⓒ Goos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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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sweet to me, baby I wanna believe in you, I wanna believe. (내게 달콤해줘 그대, 나는 너를 믿고 싶어. 너를 믿고 싶어)" - 'Be Sweet' 중

얼마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미국의 유명 수제 맥주 브루어리인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와 협업해 맥주를 만들었다. < Jubilee >의 수록곡인 'Be Sweet'의 이름을 따 만든 'Be Sweet 라거'다. 감이 앨범의 중요한 모티브로 쓰였기 때문에, 맥주에도 달콤한 감 향이 곁들여졌다.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과 구스 아일랜드 탭룸 등에서 한정적으로 판매되었다. 이 맥주의 수익은 경제적인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시아계 미국인 노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Heart Of Dinner In New York'에 기부되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기부다. 

뮤지션과 맥주가 협업한 경우는 이외에도 많이 있었다. 데프톤즈와 벨칭비버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데프톤즈의 보컬인 치노 모레노가 직접 맥주의 주 재료인 홉(Hop) 선정에 참여했기에, 컬래버레이션의 정통성이 더욱 짙어졌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이즈를 공존시키는 포스트록 밴드 모과이(Mogwai) 역시 시그니쳐 브루어리와 협업해, '모그와이 비어 사탄'을 내놓았다. 모과이의 대표곡인 'Mogwai Fear Satan'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맥주는, 고추를 부재료로 첨가한 IPA다. 16분 짜리 대곡인 'Mogwai Fear Satan'의 극적인 구성을 맛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도 뮤지션과의 협업을 이뤄낸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해, QR 코드를 통해 AOMG 소속 아티스트의 공간과 플레이리스트를 만날 수 있도록 한 'AOMG 아워 에일'은 흥미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기존의 '아워 에일'에서 바뀐 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쎄를라잇 브루잉이 만들어 공급한 '오열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룹 바이브의 윤민수가 오열하듯 노래하는 창법에 착안했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 5월 16일,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는 '제주라거' 런칭 행사에서 "마케팅에서 메가 트렌드였던 컬래버 굿즈 열풍이 맥주 캔으로 넘어왔고 크게 흥행했다. 고객들은 이런 재미있는 굿즈 맥주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속에 출시된 맥주 신제품은 맥주와 무관한 브랜드의 굿즈로 도배되기 시작해 맥주의 본질은 사라졌고 굿즈 맥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역시 'MBTI 맥주', '베이프 맥주', '금성 맥주' 등 굿즈 맥주를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지적은 자기 반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맥주와 유관한 브랜드라 하면 무엇일까?

바로 음악이다. 우리는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 위에 하이네켄 맥주병을 올려놓고 노래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2010년대의 알앤비 흐름을 주도한 '피비 알앤비' 역시 힙스터들이 즐겨 마시는 팹스트 블루 리본 맥주에 기인한 이름이었다.

맥주와 음악의 관계는 언제나 돈독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술'을 하는 이들은 물론, 공연장에서도 음악과 맥주는 함께 한다. 맥주에 있어 음악은, 그 어떤 제품보다 컬래버레이션의 상대로 적합하다. 그러나 맥주의 맛이 아티스트의 색깔, 콘텐츠의 스토리와 어우러져야 한다. 그 때 더욱 공감각적인 체험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음악스러운' 맥주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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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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