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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낯섦이 주는 떨림과 호기심이다. 떠나기 전 이것저것 준비하는 과정도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맛이고, 공항에 도착하여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 설렘도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훌륭한 맛이지만 그중 최고는 낯섦이 주는 떨림과 호기심이다. 
 
스텝지역인 이 나라는 어딜가든 민둥산들과 만난다.
▲ 키르기스스탄의 첫 인상 스텝지역인 이 나라는 어딜가든 민둥산들과 만난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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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스 국제공항은 수도 비슈케크에서 북쪽으로 25km 위치에 있다. 말이 국제공항이지 우리나라 작은 지방 공항 규모 정도의 아담한 공항이었다. 나도 모르게 인천 국제공항과 비교되며 국뽕이 차올라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어깨가 올라갔다.

직항으로 온다면 6시간 거리라는데 몽골 공항을 경유하는 바람에 총 9시간이 걸려 이곳 시간으로 오후 4시를 넘겨 도착했다. 그러잖아도 처음 오는 곳이라 멀게 느껴진 나라인데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9시간의 거리만큼이나 생경한 모습들이 여행자를 반겼다.
 
키르기스스탄의 관문 마나스 국제공항
▲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마나스 국제공항 키르기스스탄의 관문 마나스 국제공항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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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에 들어서니 복잡한 절차 없이 여권과 얼굴을 간단하게 확인하더니 초스피드로 입국을 허락해 주었다. 출입문을 나서자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 호객꾼들이 직진으로 달려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을 보며 키르기스스탄의 첫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나름 내 루틴으로 어느 나라를 가건 공항에 내려 첫 번째 하는 행동이다. 가슴을 활짝 열고 심호흡으로 그 나라 공기의 느낌을 맛본다. 한낮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로 데워진 뜨거운 공기가 내 심장을 마구 두들겼다. 동남아 국가들의 더운 공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습도가 낮기 때문이리라. 맞닥뜨린 낯선 공기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달려드는 택시 호객꾼들이 이곳이 이국 땅임을 확실하게 깨우쳐 주며 나를 들뜨게 했다. 볼을 꼬집어 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정말 키르기스스탄에 왔구나' 
 
우리나라와 다른 낯선 풍경들
▲ 키르기스스탄 풍경1 우리나라와 다른 낯선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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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볼 수 있는 민둥산들
▲ 키르기스스탄 풍경2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민둥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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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 본 민둥산을 여기서 보다니…첫 키스, 첫사랑을 잘 잊지 못하듯 첫인상도 뇌리에 깊이 박혀 오래 남는다. 키르기스스탄의 강렬한 첫인상 중 하나가 벌거숭이 민둥산들이었다.

공항에서 비슈케크로 들어가면서 첫 대면한 키르기스스탄의 모습은 하루 전 우리 동네에서 보았던 풍경과 너무도 달라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민둥산 천지라니...' 한참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민둥산들을 가만히 눈에 넣었다.

갑자기 어렸을 적 보았던 우리 동네 민둥산 모습이 떠올랐다. 어른들은 봄이 되면 몇 날 며칠을 사방공사(산사태, 토양의 침식작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공사)라고 하는 민둥산 나무 심기 작업에 동원되었다. 아침에 삽과 곡괭이를 챙겨 나가시던 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근 반세기가 지나 머나먼 이국 땅에서 민둥산들을 대하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
 
1971년 조림 현장 사진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 1971년 경기도 광주 조림사업 1971년 조림 현장 사진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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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녹화 성공 국가이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 산천의 모습이 원래부터 이런 줄 알겠지만 불과 반세기 전 한반도 전체는 민둥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나라는 온돌 난방을 해오던 문화라 반도 곳곳 나무는 계속해서 땔감으로 베어졌다. 거기에 6.25 전쟁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나무들까지 거의 초토화되었다. 60~70년대 본격적인 산림녹화 정책과 온 국민의 노력으로 지금의 푸르른 산천을 다시 갖게 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은 가도 가도 끝없는 민둥산 천국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이곳 산들이 민둥산인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동서로 뻗은 톈산산맥과 파미르 고원이 품은 해발 평균 고도가 2750m에 달하고 대부분 국토가 1000m 이상인 고산국가이다. 

높은 지대다 보니 기후는 건조기후와 한대 기후가 섞여 있다. 대부분 국토가 고산 기후대로 스텝 지역이 넓게 분포해 있고 황량한 벌판과 작은 풀들만 듬성듬성 나 있는 민둥산들이 대부분이다. 언뜻 보면 마치 지난봄 화마가 휩쓸고 간 강원도 지역 민둥산을 보는 듯했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눈표범, 독수리, 산양을 신성 시 여긴다고 한다.
▲ 눈표범,독수리 상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눈표범, 독수리, 산양을 신성 시 여긴다고 한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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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가끔 민둥산 꼭대기에 눈표범, 독수리, 산양 상들이 보였다. 아마도 이 나라 사람들이 신성 시 하는 동물들이라 자신들을 지켜주는 영물로 여겨 항상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나라 마을 어귀에 서 있던 장승이나 솟대 같은 역할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아니면 민둥산을 지키는 정령쯤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낯설어도 눈에 익고 마음을 주면 다 정들기 마련이다. 민둥산이 처음에는 삭막해 보였는데 며칠 눈에 익으니 그곳에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말과 양, 소들과 유목민들이 잘 어우러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슈케크에서 이식쿨 호수로 가는 길 내내 펼쳐져 있던 초원과 그 뒤로 듬성듬성 널려 있던 민둥산들이 눈앞에 아련하다. 
 
지겹도록 끝없이 펼쳐진 민둥산들 마저 그립다.
▲ 고속도로에서 바라 본 키르기스스탄 풍경1 지겹도록 끝없이 펼쳐진 민둥산들 마저 그립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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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과 말,소,양 그리고 듬성듬성 풀이 나 있는 민둥산들... 키르기스스탄을 떠올리게 하는 풍광들이다.
▲ 고속도로에서 바라 본 풍경2 드넓은 초원과 말,소,양 그리고 듬성듬성 풀이 나 있는 민둥산들... 키르기스스탄을 떠올리게 하는 풍광들이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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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을 가본 사람이라면 저 아무 일도 없이 무심해 보이는 우리 동네 푸르른 산이 얼마나 고마운 산들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지금 바로 고개 들어 어디를 보든 신록의 우리 동네 산들이 보일 것이다. 매일 보는 산들이라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본 다면 입을 떡 벌리며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귀국 비행기 편에 함께 탔던 키르기스스탄 산업연수생(신규 외국인 노동자) 청년이 생각난다. 분명 한국은 처음인 듯 인천공항이 가까워지자 연신 고개를 창에 묻고 신기한 듯 아래 풍광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생각난다. 그 청년이 우리 산들을 직접 본다면 '와~만 연발하며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당연한 듯 여기 던 내 나라 산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번 귀국 비행기에는 그 동안 코로나로 입국하지 못했던 키르기스스탄 산업엽수생(신규 외국인 노동자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음) 90여명이 함께 입국했다.
▲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인천공항을 바라보는 키르기스스탄 청년 이번 귀국 비행기에는 그 동안 코로나로 입국하지 못했던 키르기스스탄 산업엽수생(신규 외국인 노동자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음) 90여명이 함께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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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입국 보류 되었던 신규 외국인 노동자들 90여명이 함께 입국했다.
저 청년들은 어떤 꿈을 안고 왔을까?
▲ 키르기스스탄 신규 외국인 노동자들 코로나로 입국 보류 되었던 신규 외국인 노동자들 90여명이 함께 입국했다. 저 청년들은 어떤 꿈을 안고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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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후 개인 브런치 계정에 등록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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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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