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26 17:38최종 업데이트 22.07.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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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한 승객이 우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A : "공공재무국 소속 직원들인데 20명쯤 되는 것 같아요.."
T : "파리지국 컴퓨터 접속 끊었죠? SMS로 연락합시다."
M : "네, 저들이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 모든 컴퓨터에 접속하려 해요."
T : "자카리 드 키에비트 방식 사용하세요. 몇몇 컴퓨터 시도하면서 잘 안 되는 것처럼 하고 난처한 듯 행동하세요. 전산체계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지금 시간에 접속이 어렵다고 설명하세요."
M : "예, 설명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놀라는 척 하고 있기가 제일 힘드네요."


한 시간 후…


A : "저 사람들,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갔습니다."
 
공권력의 단속을 피하려는 '잡범'들의 대화처럼 보이는 이것이 실은 다국적 운송네트워크기업 '우버(Uber)'의 고위 관계자들이 나눈 문자다. 프랑스 공권력이 우버 파리지국 조사에 나서자 그들은 원격으로 전산망을 조작해 모든 사내 컴퓨터에 접속을 할 수 없게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지난 수년간 우버 파리지국은 이런 방식으로 미국 본사와 연락을 취하며 당국의 법망을 빠져나갔고 사업은 날로 번성해갔다. 그리고 유사한 방식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서비스를 열었으며 그렇게 그들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우버의 시나리오
 

2016년 1월 26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우버와 무면허 택시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AFP 통신 등은 미국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가 십여 년 전 글로벌 확장을 하기 위해 택시업계 폭력 시위를 역이용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적인 전략을 구사했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2022년 7월 10일 소위 '우버파일'로 불리는 18기가 분량의 대규모 기밀 자료가 몇몇 외신에 전격 공개됐다. 우버가 어떻게 짧은 시간에 전 세계 운송업을 장악하게 됐는지 전모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파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시간을 앞으로 돌려 2015년 7월 3일. 프랑스 전역에서는 전례 없는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우버의 업계 진출을 막기 위해 택시 업계가 길거리로 나선 것. 많은 지역에서 차량을 뒤집고 돌을 던져 파손하는 등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버 프랑스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 1년여 되는 시점이었다.

수일간 폭력 시위가 이어지자 마침내 우버는 프랑스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다. 당시 집권 중인 사회당 정부도 우버 서비스에 우호적이지 않는데다 관련 업계의 대규모 시위는 이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기존 택시 업계는 이렇게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불공정한 방식의 신규 사업에 제재를 가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공권력도 영(令)이 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당시에는 모두들 그렇게 믿었다. 적어도 이번에 공개된 파일들을 통해 전모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와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르몽드> 등 29개국 40여 매체가 공동취재를 통해 이번에 공개한 우버 파일은 당시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실제로는 우버의 치밀한 전략에 따라 잘 짜인 시나리오의 전개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버가 처음 프랑스에 상륙한 것은 2011년. 당시까지만 해도 프랑스에는 운전면허가 있는 승용차 소유자와 차량이 필요한 승객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주는 사업(VTC)과 관련한 어떠한 법적 테두리도 없었다.

택시업계는 이 서비스를 공정하지 못한 경쟁으로 간주하고 2013년부터 업계 차원의 집단 반대 시위에 들어간다. 기술혁신이 예상치 못하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면서 정치권도 뒤늦게 관련 법률 정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존 택시운송처럼 우버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인가 받았다.

우버가 맞춤형 맞불 전략으로 대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른바 우버팝(UberPop) 서비스의 개시가 그것이다. 우버의 첫 사업모델이 VTC라는 형식으로 합법적 테두리에 들어갔음에도 그들은 우버팝이라는 새 모델로 더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선보인다. 

이제는 택시 면허가 없어도 운전면허증만 소지하면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승용차를 가지고 운송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택시 면허에 필요한 재정적, 법률적 요구사항이 전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승용차를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프랑스 택시 업계가 폭력적 시위로 나서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프랑스 택시 업계에게 우버팝의 영업모델은 마치 식당 창업에 필요한 기본 요건 없이 아무나 길에서 음식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 공급자에게 요구되는 신원, 조세 등 조건이 필요 없고 따라서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고, 수입에 따른 세금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버의 믿는 구석
 

2014년 10월 3일 우버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영국 센트럴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이사회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버 측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피해 POP모델을 철회하기로 결정한다. 나중에 밝혀진 내용이지만 이 역시 우버 측의 시나리오에 따른 결정이었다. ICIJ와 가디언 등 외신들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의 우버 최고경영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은 일련의 폭력시위에 대해 "폭력은 우리의 성공을 보장한다"며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이 우버 최고경영자에게 그러한 자신감을 주었을까? 그가 믿는 구석은 다름 아닌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었다. 우버 파일은 당시 마크롱 재무장관과 그의 팀이 최소 14번 우버 경영자 측을 만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크롱 당시 장관은 임명된 지 한 달 후부터 우버 측과 교섭하고 있었다.

마크롱 재무장관은 우버가 프랑스에서 사업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우버의 유럽담당 로비스트였던 마크 맥건은 프랑스 정부의 우호적 움직임에 고무돼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본사에 보낸다. "한마디로 말해 '멋지다' 이런 건 처음 본다.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결국 우리는 춤을 추게 될 거다 ;)"

마크롱 장관은 우버 측에 수차례 문자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 이런 문자를 통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챙기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이 문제를 결정할 거예요. 일단 지켜봅시다. 당신을 믿습니다."

그리고 공공재무국 요원들이 우버 파리지국을 조사하고 있을 때 우버 측은 마크롱 장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귀찮게 해 죄송합니다만 공공재무국 소속 공무원 20여 명이 지금 사무실을 급습했습니다……. 혹시 관련 부서에 조언을 요청해줄 수 있습니까?" 이 문자에 마크롱은 답장을 하지 않았지만 메시지 아래에는 '읽음' 표시가 돼 있었다.

우버 측은 당시 프랑스 내무장관 베르나르 카즈뇌브에게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호의적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리고 우버의 최고경영자 칼라닉은 마크롱 재무장관에게 문자를 보낸다. "카즈(카즈뇌브 내무장관의 애칭)를 믿어도 될까요?"

우버 최고경영자 칼라닉의 이 문자에 대한 마크롱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어제 총리와 회동이 있었어요. 카즈뇌브가 곧 택시들을 조용해지게 할 겁니다. 난 관련법들을 고칠 거예요. 카즈도 딜(deal)을 받아들였어요. 파리에 언제 오실 건가요?"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후, 프랑스 정부는 VTC 영업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250시간의 교육을 단지 7시간으로 줄이는 새 법령을 발표한다. 프랑스 정부가 VTC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우버팝을 합법화시킨 셈이 된 것이다. 

이 법령 포고에 대해 우버 측은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답변한다. "이 법령은 우리가 수개월동안 밀고 있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진전'은 영원하지 못했다. 2022년 1월, 파리 항소법원은 우버에 대해 과거 우버팝의 기만적 상거래와 불법적 택시영업에 대한 혐의로 40만 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과연 이것이 한 기업의 단독 범죄행위였을까? 정부의 공권력 도움 없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위기의 대통령... 탄핵까지?
 

2019년 5월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테크 포 굿' 회담에 앞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버 파일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프랑스 정부의 조력행위에 대해 마크롱 당시 재무장관이자 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내일 다시 같은 자리에 있어도 자신은 그렇게 할 것이라는 부연과 함께.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2기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은 정면승부를 택했지만 여론은 들끓고 야당은 즉각 국회차원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인은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

한 프랑스 언론인의 말처럼 국민이 민생고를 겪는 이 순간에도 국가 수뇌부에서는 은밀한 이해충돌이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의 행위라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는 방식이라도 용인될 수 있을까? 백 번 양보해 정부의 은밀한 활동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법을 개정해가며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는 행위도 눈감아줘야 할까?

우버 파일을 취재하다 대화를 나누게 된 한 프랑스 변호사의 말이 귀에 맴돈다. "자본주의를 내세워 정부의 간섭을 피하려는 그들은 정작 그들이 필요할 때는 정부의 특혜를 절실히 원한다. 그들은 위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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