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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돌보듯 식물을 돌본다. 내게 있어 식물은 은근한 자극이다. 어느 날 문득 지루하거나 삶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과 우울이 고개를 내밀 때, 식물을 돌보면 모두 잊는다. 물을 주고, 잎을 닦고 다듬고 또 흙을 만지며 소리 없는 생명의 신비를 마주한다. 손과 신경에 가해지는 자연스러우며 일상적인 자극은 어떤 즐거움 못지않다. 

식물을 돌보는 두어 시간, 화분을 들고 나르고 해도 피로함은 없다. 어쩌다 새로 나온 여린 잎을 마주하면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고 신비하다. 식물 앞에선 정신이 맑아지고 활력이 생긴다. 마음을 흔드는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괴롭힐 때, 나는 식물에 눈을 돌린다. 

식물 하나 해결하니 또 하나가 문제
 
뿌리가 나온 스투키를 화분에 식재했다.
▲ 스투키 뿌리가 나온 스투키를 화분에 식재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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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세 달 전 물꽂이 해 둔 것들을 화분에 식재하기로 했다. 가지가 제멋대로 자라 크기도 굵기도 일정하지 않은 모양 사나운 스투키가 어느 날 집에 들어왔다. 화분을 돌려놓고 햇빛 방향으로 몸을 틀어 형태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길게 늘어진 가지는 곧 쓰러질 듯했고 성장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죽어가는 것이라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물꽂이를 시도해보자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큰 줄기를 잘랐고 들쭉날쭉한 가지들도 잘라 물꽂이를 시도했다. 기왕이면 길이도 맞춰 주면 좋을 것 같아 긴 줄기를 여러 마디로 잘랐다. 신문지에 각각 싸서 일주일간 그늘에 두었더니 자른 자리가 쪼글쪼글. 이후에는 빈 유리병에 물을 담아 꽂아 두었다. 

처음 시도한 물꽂이 치고는 너무 간단하고 엉성했지만, 나름 정보를 모아 시도한 것이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있었다. 한참을 잊은 듯 지켜보며 간간이 유리병에 물이 마르지 않았는지만 점검했다. 두 달이 더 지나 상태를 보기 위해 꺼냈더니 신기하게도 줄기마다 2-3개의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 요런 기특한 것들...
 
새 잎이 완전히 펼쳐지면 자르려고 했는데, 새 잎의 무게를 뿌리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 잘랐다.
▲ 몬스테라 새 잎이 완전히 펼쳐지면 자르려고 했는데, 새 잎의 무게를 뿌리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 잘랐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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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키 물꽂이를 시도할 즈음, 화원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몬스테라 화분에서 새 잎이 나오고 있었다. 화분을 살 때 주인장은 새 잎이 완전히 나오고 난 후 가지를 잘라 물꽂이로 번식해도 좋다고 했다. 새 잎이 완전히 펼쳐지면 자르려고 했는데, 새 잎의 무게를 뿌리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꾸 모양이 틀어지고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다.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일었다. 며칠만 더 지켜보자고 하다 어느 날 가위를 들고 돌돌 말린 새 잎이 매달린 큰 가지를 잘랐다. 일은 저질렀으니 버려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물꽂이로 새로 나오는 잎이 잘 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행동은 과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두어 달이 지나니 큼직한 뿌리가 3cm 정도 나왔다.
▲ 몬스테라 두어 달이 지나니 큼직한 뿌리가 3cm 정도 나왔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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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지 않은 새 잎은 시들시들 마르고 까맣게 죽어갔다. 다행히 원래 있던 커다란 잎은 생생했다. 두어 달이 지나니 큼직한 뿌리가 3cm 정도 나왔다. 처음 해본 물꽂이치고는 나름 괜찮았다고 만족해하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잎 하나 삐죽 서 있는 썰렁한 화분이지만 앞으로 새 잎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잎 하나 삐죽 서 있는 썰렁한 화분이지만 앞으로 새 잎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 몬스테라 잎 하나 삐죽 서 있는 썰렁한 화분이지만 앞으로 새 잎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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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키우기라는 짜릿한 매력

금전수는 뿌리파리가 극성을 부릴 때 흙을 털어내고 수경재배로 바꾼 것이다. 두 개의 금전수 화분을 정리하며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은 줄기 끝부분을 잘라 물꽂이를 시도했다. 그것들도 줄기마다 뿌리가 서너 가닥씩 나왔다. 내친김에 이것도 화분으로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금전수 줄기마다 뿌리가 서너 가닥씩 나왔다. 내친김에 이것도 화분으로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 금전수 금전수 줄기마다 뿌리가 서너 가닥씩 나왔다. 내친김에 이것도 화분으로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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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식물 기르기 초보용으로 금전수 수경재배 키트를 팔아 여름철 실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단다. 가지 한두 개 씩 꽂아 책상 위나 침실에 인테리어 용으로 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유리병 하나에 모두 넣어두었다. 물이 뿌옇게 되면 물을 갈아주기만 하면 되니 물 주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가습 효과도 있고.

금전수는 잎꽂이로 번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입을 떼서 물에 담가 놓으면 잎에서 뿌리가 나온다고 한다. 하나의 화분이 서너 개의 화분으로 바뀌니 무한 번식이 가능한 식물이 금전수인 것 같다. 

물꽂이를 통해 뿌리내린 가지를 화분에 식재했다. 작은 화분에 마사토를 깔고 적당히 흙을 덮고 뿌리내린 가지를 얹은 후 다시 흙을 덮어 다독인다. 다시 마사토로 화분을 정리하면 오늘 식집사의 시간은 끝이 났다.
 
 금전수 수경재배로 여름철 실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단다.
▲ 금전수  금전수 수경재배로 여름철 실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단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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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이 40개를 넘어가니 식물 돌보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서너 개가 키우기에 딱 좋다나 뭐라나. 그것도 잘 돌보지 못해 식물 하나가 죽으면 다시 예쁜 식물 하나를 들이면 된다고 가볍게 말한다. 화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부터 식물이 갑자기 많아졌다. 숫자를 세면 숨가쁜 느낌이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돌보면 각각의 멋이 눈에 들어오고 힘듦은 없다.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미네이션>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고통과 쾌락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라고.

내게 있어 식물 키우기는 일상의 단순한 보상을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는 일이다. 짜릿하지도 중독되지도 않는 건강한 자극이며 자연스러운 일상에 몰입하게 하는 최상의 기제다. 오늘도 식물에게서 힘을 얻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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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 후반, 남은 시간을 고민하며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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