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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에 속한 학부모 단체 참가자와 전교조 조합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회에 참석해 공론화 과정 즉각 중단 및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에 속한 학부모 단체 참가자와 전교조 조합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회에 참석해 공론화 과정 즉각 중단 및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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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과 육아로 하루를 촘촘히 살고 있는 만5세 엄마 권영은입니다. 지난 3일, 출근을 미루고 급히 열린 교육부 차관과의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하게, 교육부는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만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을 제안했습니다.

만5세인 우리 아이는 유치원에서 한창 친구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조율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텃밭에 무엇을 심을지 친구들과 투표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민주시민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아감과 동시에 아직도 유치원에서 배우고 놀 게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의 열린 갑작스런 간담회 자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떻게 정부 기관이 교육 정책을 이야기 하겠다며 마련한 자리가, 행사 전날 그것도 공문도 없이, 담당자가 카톡으로 장소 변경을 다급히 알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날 교육부 차관에게 질문하고 해명을 듣고자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차관은 "앞으로 대학의 정원이 50%나 줄어들어 걱정이고, 인재로 빨리 성장시켜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더라고요. 

유감입니다. 저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낳은 게 아니라 행복한 삶을 함께 살고자 낳은 것입니다. 대학 정원이 줄어드는 건 대학의 걱정이지 저희의 걱정은 아닙니다. 엉뚱한 걱정을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아이들을 '실험'을 위한 도구로 삼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 교육과 돌봄에 대해 함부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교육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졸속 행정 철회, 혼란에 대한 사과, 공교육과 돌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행"을 요구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장면은  KBS 보도를 사진찍은 것입니다.
▲ 3일 교육부 차관과의 간담회 자리 교육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졸속 행정 철회, 혼란에 대한 사과, 공교육과 돌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행"을 요구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장면은 KBS 보도를 사진찍은 것입니다.
ⓒ 권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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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고,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떨어질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운이 좋아 국공립 유치원을 보내지만 양육자로서 공교육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1명의 교사가 돌봐야 할 아이 수는 15명에 가깝고, 일찍 퇴근해 6시에 하원을 시키러 가도 아이는 혼자 남아 있습니다. 더 늦게까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이미 사교육(학원 등) 뺑뺑이를 돌고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정서적으로 자라고 노는 게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꼭 필요한 안전교육, 건강한 먹거리교육, 인권 민주 교육 등을 하나씩 배워가는 유치원을 한 해 더 빨리 졸업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빨리 학교를 가면 절로 배워질까요? 초등학교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요? 지금은 해결할 것이 없나요?

어제 부랴부랴 제안된 자리임에도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온 양육자들, 그마저도 대다수가 엄마들이라는 것을 봤다면, 불충분한 교육과 돌봄의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워가고 있는지 살피고 채우려 하는 게 새로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역할과 자세라 생각합니다.

졸속 행정이나 철회하고, 이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공교육과 돌봄에 대해 진지하게 익히고 고민하여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태그:#5세 입학, #교육부 차관, #돌봄, #졸속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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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 중에도 인권을 생활화하는 인권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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