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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설득법>에서는 '말하는 기쁨과 듣는 기쁨 중 어떤 게 더 클까?'라는 재밌는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질문이 주어진 것이다. 질문에 따라 돈이 차등 지급된다. '나'에 대한 질문과 '타인'에 대한 질문, '사실'에 관한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답변을 하는 게 실험 조건이었다.

이때 '나'에 대한 질문을 선택하지 않아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실험 설계를 했지만,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17% 정도 더 낮은 금액을 받더라도 '나'에 관한 질문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지 못하고 끼어들거나 상대방의 말을 자르기 일쑤다. 말하는 것이 본능이라면 경청이란 훈련이 필요한 성장 태도이다.

한국을 포함한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서로 다른 언어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기록한 결과 한 문장이 끝나고 답변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 약 0.2초가 걸린다. 그런데 자신의 기억에서 단어 하나를 끄집어내려면 0.6초가 걸린다. 상대의 말을 듣는 동안 우리는 경청하지 않고 다음 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는 왠지 말을 이어가기가 싫다

왠지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말을 시작하면 어떤 주제가 되었든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머릿속 전체가 자신이며, 경조사나 특별한 사건으로 타인이 주인공이 되더라도 자기가 주어가 된 이야기만 풀어낼 뿐이다.

잠시라도 집중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면 이내 자신이 겪은 혹은 들었던 더 강렬한 이야기를 꺼내며 주인공이 되려 한다. 이런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 바쁜 세상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만 든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기에 말을 이어가려 노력하지 않는다. 짧은 대화나 그 사람의 말이 말하는 걸 일방적으로 듣는 상황이 지속된다. 결국 '역시 이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하는 군'이라는 확신만 가지며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어차피 이 사람은 재미도 없는 자기 말만 늘어놓을 테고, 내 말은 듣지도 않을 테지. 그냥 듣는 척이나 하자'라는 속마음을 숨긴 채 웃으며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아마 말과 대화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근데 유독 어떤 사람과는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을 보면 말수가 확 줄어들며 피상적인 대화만 하고 자리를 뜨려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책에 따르면 수다의 핵심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 한다.

뇌가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리 뇌는 데이터 같은 정보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관심을 가진다. 만약 껄끄러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말수가 줄어들면서 피하고 싶은 게 바로 이 이유다. 이전 몇 번의 대화로 마음을 열리지 않았기에 수다를 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경청이란? 

경청(傾聽)이란 한자는 기울일 경에는 사람 인연에 머리 혈 자가 있다. 즉 사람에게 기울어진 태도가 경청의 자세이다. 들을 청은 귀 이, 임금 왕, 열 십, 눈 목, 하나 일, 마음 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임금처럼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다해 듣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남의 말에 관심이 없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가 당연히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기에 상대가 내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정성껏 자세하게 말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림을 그리듯 묘사하고, 상대방이 지루해하는 신호나 몸을 뒤쪽으로 젖히고 있으면 대화의 주제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중간중간에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안테나를 높이 세워야 바쁜 세상 서로에게 약이 되는 시간을 마련해야만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사람과 말을 이어가기 싫은 이유는?
 그 사람과 말을 이어가기 싫은 이유는?
ⓒ engin akyur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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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고수의설득법, #경청, #에세이, #일상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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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외유내강인 여행작가. 낯선 도시를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학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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