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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긴개긴이다. 김성원 의원의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망언이나 신림동 세 일가족 사망 현장에서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던 대통령이나 이 현장 방문을 대통령 홍보에 활용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통령실의 상황 인식 말이다. 기록적 폭우로 목숨을 잃고, 가족들을 잃고, 보금자리와 일터가 붕괴된 대다수 서민 피해자들의 생존은, 그들의 일상은 현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안중에 없어 보인다.

본인들 '입'이 문제다. 그 입을, 말실수를 작동시키는 것은 평소 생각과 철학이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말실수 이론을 가져올 것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 '남 탓'을 한다. 11일 피해 지역을 찾은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대응도 딱 그랬다. 언론 카메라 앞에서 태연자약 속내를 드러낸 김성원 의원에 못지않았다.

"(기자들이)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 (기자) 여러분들 노는 거 찍으면 (잘못이) 나오는 게 없겠는가."

김 의원의 망언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농담" 운운하던 주 비대위원장은 희한하게도 본인들이 취재를 요청했던 기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불과 이틀 전 대통령의 신림동 방문을 대국민 홍보로 활용했던 것도 여당이이었다. 언론 카메라를 그리 중시했던 이들이 정작 '셀프 망언'으로 비난이 일자 이를 취재하는 언론 핑계를 댔다. 피해를 본 국민에게 역지사지해야 할 여당 의원이 도리어 언론에 역지사지를 강요하는 꼴이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에게 한 시민이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에게 한 시민이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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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주 비대위원장은 언론 카메라 앞에서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심지어 사진 찍고 하는 일"을 금하라고 의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러고도 김 의원 망언은 막을 수 없었다. 현실이 정치 코미디를 뛰어넘는 장면이라 할 만했다. 

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여당 의원은 김 의원의 망언으로 당 전체가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것을 두고 "김이 샜다"라는 반응을 내놨다고 한다. 기껏 봉사활동까지 나갔는데 의도치 않은 논란으로 대국민 홍보 기회를 망쳤다는 한탄이었다. 대통령실도 지지율 폭락의 대책으로 대국민 홍보 강화를 천명했다. 이들에게 홍보란 무엇인가. 

지지율 폭락 자처한 수많은 '입'

홍보를 위해, 해명을 위해 입만 열면 논란이 불거진다. 정부·여당 전체가 이런 식이다. 언론 카메라가 국민의 눈높이란 인식은 정치의, 통치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고 국민들이 이해 못할 발언들을 쏟아낸다. 지지율 폭락이 대통령 '입'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김 의원의 망언은 일단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데 타개책은커녕 본인들 스스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번의 기록적인 폭우 대응 과정에서 나온 일련의 장면들이 딱 그랬다. 정부 요인들부터가 '입단속'과는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등을 전전하는 데 대해 말들이 무성하다. 왜 멀쩡한 청와대 지하 벙커를 놔두고 재해 대응에 소홀하냐는 비판이 그 요지다. '자택 지시' 논란은 발단일 뿐 향후 현 정부 콘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한덕수 총리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이미 대통령께서 머물고 계시는 자택에 그러한 (통신 수단과) 모든 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다 갖춰져 있다. 지휘는 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라고 일축했다. 그 과정에서 "(자택이 청와대) 지하 벙커 수준이라고 보셔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을 해소하려는 일종의 과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는 다르다. 직관적이다. 핵심도 비켜 가지 않는다. 한 총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의 집에,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보안을 요하는 통신시설이 지하 벙커 수준으로 이미 완비됐다는 얘기다. 사실이어도 문제, 과장이어도 문제다. 백번 양보해 비유라 할지라도 망한 비유다.

전날(10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한술 더 떴다. KBS 라디오에 출연한 강 수석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또 퇴근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비에 대한 예고가 있다고 그래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이라며 논란 자체를 야당의 정쟁 프레임이라 몰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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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번 폭우 대응 국면에서 오락가락 발표와 해명으로 빈축을 샀다. 반면 강 수석의 어조는 확고했다. 방송 인터뷰임을 감안해도 대통령의 선택엔 일말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의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남 탓', '야당 탓'도 빠지지 않았다.

그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 벙커 수준의 자택 상황실에서 '재택 지시'를 내리는 사이 기록적 폭우로 국민이 죽어 나갔다. 서울시의 대처를 포함해 인재란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이 대통령 퇴근의 정당성만을 강변하고 여전한 야당 탓, 남 탓으로 핏대를 세웠다. 일말의 책임감을 내비쳐도 국민들이 납득할까 말까 한 위기라는 사실을 본인들만 모른다. 

당신들의 "얼빠진 소리", 그만 듣고 싶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발언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발언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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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성원 의원이 언론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심산이었을까. 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의원직 사퇴나 탈당 여부는 거론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여당의 수준과 인식이 온 국민 앞에 까발려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예가 연일 뉴스를 장식 중이다. '만 5세 입학'을 둘러싼 진통 끝에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국회에 출석한 교육부 차관은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정책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란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초대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임명자가 과거 '프락치(밀고자) 경력' 의혹에 휩싸였다. 김 국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다른 프락치 의심자도 건재한데 왜 나만 괴롭히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근 대통령실 청년 대변인에 '이준석 키드' 출신인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내정됐다. 과거 '일베(일간베스트) 용어 사용 의혹'이 제기되자 박 대변인은 "동생이 사용한 것"이라 해명했다. 본인 스스로 '동생이 극우 사이트 사용자'라고 확인을 해준 셈이 됐다.

총리도, 시민사회수석도, 박순애 전 장관도, 김순호 임명자도, 박민영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임명했다.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현 정권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다. 김성원 의원도 윤 대통령을 지금 그 자리에 앉히는데 일조한 여당 소속이다.

이들 모두 대통령과 국정 운영의 DNA를 공유하는 집권 세력의 일원이다. 그런 운명 공동체의 일원들이 연일 "얼빠진 소리"(11일 금태섭 전 의원)를 앞세운 채 국민을 호명하고 소통을 운운하고 있는 꼴이다. 

다음 주 수요일(17일),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맞는다. 끝없이 추락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급기야 19%를 기록한 미국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관련기사 :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19%, 22개국 지도자 중 '꼴찌' http://omn.kr/208ff). 온전히 대통령 개인의 책임일 수 없다. 기록적인 폭우와 재해 상황에서조차 

"얼빠진 소리"에 여념이 없는 정부·여당 인사들이야말로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의 일등 공신들일 터다. 부디 언론 카메라 앞에서라도 자제하시기를. 윤석열 정부 들어 극심해진 민생고에 이어 폭우 피해까지 본 서민들과 이재민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들은 물론 국민들 모두 집권 세력의 "얼빠진 소리"들을 이해해 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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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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