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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제로였는데 눈앞에 갑자기 어마어마한 풍광이 나타나면 눈은 커지고 말문이 막히며 심장은 마구 벌렁거리며 온몸이 일시정지된다. 스카즈카 협곡(Skazka Canyon)을 마주했을 때 딱 이런 반응이 나왔다.

민둥산과 황량한 스텝 지역만 보아왔던 눈앞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색적인 풍광에 일행은 모두 '얼음 땡' 상태가 되었다. 가벼운 트레킹을 좀 할 것이라는 말만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터였다.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난 그림 같은 경관에 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이 들었다.
 
스카즈카 협곡은 동화속 협곡이라는고도 부른다.
▲ 스카즈카 협곡 스카즈카 협곡은 동화속 협곡이라는고도 부른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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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쿨 호수를 처음 대면하던 날, 유목민의 이동식 가옥인 유르트에서 자는데 갑자기 엉치뼈가 아파와 밤새 끙끙 앓다가 아침을 맞았다. 앞 글에서 밝혔듯 나는 그 원인 모를 통증이 이식쿨 정령들에게 치른 호된 신고식쯤으로 믿고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니 다행히 몸이 가벼워져 처음 마음으로 다시 여행 일정을 시작하였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 처음 찾아 들어간 곳이 바로 '동화 속 협곡'이라고 부르는 스카즈카 협곡(Skazka Canyon)이었다.
   
스카즈카협곡은 마치 외계행성 같았다.
▲ 스카즈카협곡 스카즈카협곡은 마치 외계행성 같았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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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개발이 덜 되어 오히려 좋았다. 멀지 않아 이곳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 스카즈카 협곡 이정표와 입구 아직 개발이 덜 되어 오히려 좋았다. 멀지 않아 이곳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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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 같은 이곳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가에 뜬금없는 이정표가 허름하게 표시되어 있어 가이드 없이 처음 가는 사람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화살표 방향으로 비포장 길을 따라 좁은 협곡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동화 속 마을 같은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태초의 원시 지구 모습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생명체가 존재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낸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협곡 안쪽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광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치 어떤 공상과학 SF 영화 속 외계행성 모습 같았다. 멀리 보이는 이식쿨 호수와 다양한 붉은 사암의 기암괴석이 어울려 내가 영화 속 먼 외계행성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했다. 
  
형형색색의 조각품 전시장 같았다.
▲ 스카즈카 협곡 형형색색의 조각품 전시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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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즈카 협곡은 이색적인 풍광이 마치 외계행성에 온 기분이었다.
▲ 스카즈카협곡 이름모를 식물 스카즈카 협곡은 이색적인 풍광이 마치 외계행성에 온 기분이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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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론 머스크가 호언장담하고 있는 '화성이주프로젝트'에 지원해 볼 꿈을 가졌었다. 친한 동무가 말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지 마! 지구 하나면 족하지. 왜 화성까지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시켜?'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겠지만 여하튼 이 말을 들은 후로 '화성 이주' 꿈은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달 탐사선 발사 소식이나 화성 탐사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뛰는 것도 사실이다. 스카즈카 협곡에 서니 화성에 가겠다던 꿈이 다시 떠오르며 대리만족이랄까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스카즈카 협곡에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이 바위에 '똥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스카즈카 협곡에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이 바위에 "똥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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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 성분에 따라 색이 다르다.
▲ 스카즈카 협곡 형형색색 바위들 흙 속 성분에 따라 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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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지구 모습을 간직한 붉은 사암 바위 협곡은 지구가 빚은 형형색색 조각품들의 전시장이다. 협곡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이 주를 이루었으나 자세히 보면 알록달록 색들이 박혀 있어 그야말로 신이 만든 조각 전시장 같았다. 이렇게 색이 다양한 이유는 흙 속에 들어 있는 광물질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많이 보이는 붉은색은 철 성분이 산화되어 나타나는 색이라고 한다.

곳곳에 박혀 있는 조각품들은 자기가 보는 모양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면 되었다. 가이드의 제안에 나도 몇몇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 협곡 입구에 동글동글 뭉쳐 있는 바위는 마치 거인이 '응가'를 해 놓은 것 같아 '똥 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한쪽에 우뚝 서 있는 바위에는 망보는 독수리 같다 하여 '독수리 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협곡에는 내가 다 보지 못한 다양한 이름 없는 바위들로 가득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더 많은 바위들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화속 협곡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금방 깨닫게 된다.
▲ 스카즈카협곡 동화속 협곡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금방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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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았으면 좋겠다

여행지가 관광지가 되면 여행지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신이 빚은 자연경관마저 욕망 덩어리로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도 사람 손이 타기 시작하면 금세 훼손되는 걸 수도 없이 보아왔다. 내가 많이 알려진 유명 관광지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근 70여 년 동안 키르기스스탄은 외국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 덕분에 이 나라는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앙아시아의 알프스' 또는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협곡 전체가 형형색색 조각품 전시장 같았다.
▲ 스카즈카 협곡의 다양한 바위들 협곡 전체가 형형색색 조각품 전시장 같았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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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나라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들 수 있다. 낯선 나라 키르기스스탄의 대부분 관광지나 유적지는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다. 스카즈카 협곡도 마찬가지였다. 허름한 매표소, 눈에 띄지 않는 표시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탐방로 등 찾는 여행자가 많은 것에 비해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원래의 자연 모습 그대로인 상태였다.

미끄러운 사암지대라 이곳저곳 작은 위험이 눈에 보임에도 인위적 시설물은 거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동네 야산에도 설치되어 있을 산책로 안전 줄조차도 스카즈카 협곡에는 없었다. 굳이 찾으라면 계곡 입구 언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양철판으로 얼기설기 엮은 시골집 뒷간 닮은 화장실이 전부였다. 
  
사암지대라 미끄러워 곳곳에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 스카즈카협곡: 자연 그대로의 모습 사암지대라 미끄러워 곳곳에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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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인위적인 탐방로를 만들기보다 지금 이대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을 나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되지도 않는 욕심이 올라왔다. 

나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곳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멋진 곳을 알게 될 것이고 이 글도 거기에 일조할 것이다. 멀지 않아 스카즈카 협곡도 잘 포장된 도로와 멋진 휴게시설과 안전시설을 갖추고 많은 관광객을 맞이할 것이 확실하다.

나 혼자 보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이색적인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후 브런치 개인 계정에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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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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