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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얕은 지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기자말]
24절기의 하나인 처서(處暑)는 '더위를 처분한다' 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처서를 지나면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한 여름의 무더위가 물러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모기가 자취를 감추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모기와 함께 습한 여름도 물러간다. 이제는 에어컨이 생존 필수품으로 여겨질만큼 우리나라의 한 여름은 습기로 인한 곰팡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보 제151호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빛나는 인류의 기록이다.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록이 되었는데 조선 건국 때부터 25대 철종 임금까지의 기록이 1893권 888책으로 엮어져있다. 이 문헌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눅눅한 여름이 지나면 선비들은 마당에 책을 꺼내놓고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습기를 말렸다. '포쇄'라고 하는 전통이며 실록을 말리기 위해 포쇄별감이라는 직책을 따로 두었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였다. 현대판 포쇄별감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실록 원본과 번역본을 공개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 원본과 번역본을 볼 수 있다.
▲ 조선왕조실록.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 원본과 번역본을 볼 수 있다.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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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포쇄가 있었는데 모든 책이 햇볕을 쐰 것은 123년 만에 처음이었다. 수 삼년에 한번씩 중요 문화재의 포쇄가 거행되므로 관련 행사가 있을때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왕모기처럼 보이지만 피를 빨지 않는다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여름은 숨이 턱턱 막히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자연에는 이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곤충이 있다. 계곡 주변의 다리 아래나 돌 담, 나뭇잎 위에서 볼 수 있는 각다귀류는 아주 큰 모기처럼 보이지만 피를 빨지는 않는다. 옆에서 보면 가슴이 울퉁불퉁 근육질로 보이지만 허약한 녀석이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다리가 끊어진다. 

자연에서 성한 녀석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어른벌레로 짧은 삶을 살다가 그대로 나뭇가지에 붙은 채로 죽는다. 다리가 길어서 영어로는 키다리아저씨(Daddy longlegs) 또는 두루미파리(crane fly) 라고 불리운다. 애벌레 시절에는 물속에서 유기물을 먹고 사는 환경미화 곤충이며 어류나 양서류, 새 등의 먹잇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약 70종의 각다귀류가 살며 성충의 수명은 약 2주 정도로 짧기에 먹지 않는다.

암컷은 번데기에서 나올 때 이미 성숙한 알을 품고 있어서 수컷과 즉시 짝짓기를 한다. 암놈은 물 위에 덩어리로 알을 낳거나 수생 식물에 붙여 놓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물 속으로 떨어져 유기물을 먹고 자란다. 암놈은 약 300개의 알을 낳으며 유충은 며루라고 불리우는데 논에서 살며 벼의 뿌리를 먹기도 한다.
 
대모거북의 등껍질을 닮은 몸매를 가졌다.
▲ 대모각다귀. 대모거북의 등껍질을 닮은 몸매를 가졌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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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다귀 중에서 봐줄만 한 녀석으로는 몸길이 15mm 내외의 대모각다귀가 있다. 날개 무늬가 대모거북의 등껍질을 떠올리게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은은하게 비치는 노랑색 날개와 검은색 무늬가 어우러져있어 이쁜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몸집이 큰 장수각다귀는 50mm 정도까지 자라므로 처음 보는 사람은 깜짝 놀랄 수 있다.
 
키다리아저씨라 불리울 정도로 긴 다리를 가졌다.
▲ 장수각다귀. 키다리아저씨라 불리울 정도로 긴 다리를 가졌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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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허드(Stephen Heard)의 책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에는 각다귀 연구로 일생을 보낸 알렉산더 부부(Mabel & Charles)의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1917년에 혼인한 메이블과 찰스는 키다리아저씨에 대한 학문적인 열정으로 아이를 갖지 않았으며 이후 60년 동안 두루미파리 연구에 몰두했다.

평생 동안 10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1만 1000여 종이 넘는 신종 각다귀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일주일에 평균 3종 이상의 각다귀를 분류하고 기록한 셈이다. 1979년 메이블이 세상을 떠나고 2년 후 찰스도 생을 마감한다. 약 20년이 지난 뒤 곤충학자 프레더릭 톰슨(Frederic Thomson)이 알렉산더 부부의 업적을 기린 신종 꽃등에의 학명을 짓는다. 메이블과 찰스의 중간 이름이 들어간 'Cepa margarita'와 'Cepa alex'.
 
왕모기처럼 보이지만 흡혈하지 않으며 허약하여 다리가 쉽게 끊어진다.
▲ 아이노각다귀. 왕모기처럼 보이지만 흡혈하지 않으며 허약하여 다리가 쉽게 끊어진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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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다귀는 모기를 수십 배로 뻥튀기 해 놓은 것처럼 보여서 동서양 모두 좋아하지는 않는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서는 DDT를 희석하여 호수에 뿌렸다. 성가시게 구는 각다귀를 박멸할 목적이었다. 각다귀는 사라졌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났다. 각다귀를 먹고 사는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DDT가 축적되면서 물고기와 많은 새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자연은 서로 연결합되어 있다. 아무리 하찮고 성가신 존재라 하더라도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불가에서는 어떤 생명도 결코 홀로일 수 없다고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인드라망은 그물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의 모든 생명은 인연의 고리를 통해 다층으로 촘촘이 결합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각다귀, #왕모기, #포쇄, #장수각다귀, #대모각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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