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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에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리면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살던 가족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래서 반지하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고 서울시는 반지하를 차츰 없애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 반지하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관련 이슈가 나오면 주목했다가, 관심이 사라지면 흐지부지됐다. 이번엔 다를까?

반지하 문제에 대한 상황과 함께 대안을 짚어보고자 지난 20일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문제, 시장에만 맡겨와"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 최경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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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에 발생한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서 반지하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인명 피해가 발생해야 이슈화되는 상황이 서글프고요. 또 한편으로는 주택 정책 연구자로서 죄책감과 자괴감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이런저런 자문도 많이 하고 짧게나마 공공부문에서도 일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해도 누워서 침 뱉기 입장인데요. 앞으로도 해결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답답해요. 그럼에도 지금 많은 분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니까 이번 기회에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해결이 쉽지 않은 게 당장 사람이 사는 상황이잖아요. 이 사람들 갈 데가 필요하다는 거죠. 또 반지하가 법적으로 합법이라는 것이 어려운 점 중에 하나고요. 반지하가 나온 배경이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인 점도 있는데, 수도권 집중 문제도 계속되고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사유재산의 영역에다 맡긴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의 개입이 많이 필요한데,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문제를 거의 시장에 맡기다시피 했던 역사가 쌓여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까지는 사실 다른 분들도 다 많이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제 의견을 조금 여기서 보태자면, 주택에 대한 정의가 법적으로 너무 복잡한 것도 문제입니다. 도시화 과정의 산물인데 사람들이 자꾸 몰려드니까 주택 말고도 준주택이나 기숙사, 다중생활시설, 고시원 같이 실제 주택은 아니지만, 주거 공간으로 쓰이는 여러 가지 주거 유형들이 법적으로 추가되면서 누더기 같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반지하는 그중에서는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하니까 반지하만 없앤다고 지금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죠."

- 지금 반지하는 합법이라고 하셨는데 왜 합법인가요?

"법적으로 주택이라는 게 '주택', '준주택' 등으로 분류가 됩니다. 주택법에서는 주택에 대해 정하고 지하의 기준은 건축법에서 정하는데요. 처음에는 바닥이 3분의 1 이상 지하로 들어가면 지하란 식으로 기준을 얘기했어요. 그러나 사실 반지하라고 말하는 건 법적인 실체가 없고 다 지하 아니면 1층이에요. 현재 기준에 지하는 바닥이 2분의 1 이상 땅바닥으로 들어가면 지하인데 지금 실생활에서 우리가 반지하라고 얘기하는 게 2분의 1 이상 들어갔어도 위에 창문이 조그맣게라도 나 있으면 일상생활에서는 반지하라고 부르죠.

이번에 참사가 벌어진 경우도 법적으로 지하이기 때문에 호수 앞에 영문자 B가 붙어서 B01호 B02호 하는 식으로 부르죠. 1층인 경우는 2분의 1 이상은 안 들어갔지만 조금은 들어간 것, 호수 앞에다가 B라고 안 붙이고 101호 102호라고 하는 경우인데요, 법적으로 지하는 아니지만, 환경이 안 좋은 건 비슷하죠. 그런데 현실에서 반지하라고 할 때는 이 두 가지 경우를 다 뭉뚱그려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이게 다 합법이에요. 그런데 태풍 피해가 생기면서 문제가 되니까 건축 허가할 때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지하 부분을 주택으로 짓겠다고 하면 건축 허가를 안 내줄 수 있다는 조항이 2012년에 생긴 것일 뿐이지 애초에 원천적으로 짓는 게 불법이 아니었던 거예요."

- 반지하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할까요?

"장기적으로는 금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신축은 안 짓게 할 수 있죠."

- 반지하 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들을 위한 대책을 먼저 만들고 금지시켜야 할 것 같은데.

"맞는 말씀이고요. 그 지역의 매입 임대주택을 늘린다든지 해서, 이분들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지하를 주거 공간으로 쓰는 걸 금지할 수 있겠죠."

- 반지하에 살 때 가장 문제는 뭔가요?

"반지하에 가면 건강이 큰 문제가 됩니다. 여기에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도 포함될 거고요. 곰팡이도 많으니까 건강에 문제가 되고 라돈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몸에 엄청 안 좋은 라돈이라는 것이 무거운 성질이라 지하일수록 많이 깔린다고 해요. 또 치안도 문제라고 얘기하고 하는데 이는 많은 분이 이미 지적하신 바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반지하의 문제는 크게 개인하고 사회 구조적인 차원으로 두 가지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건강이라든가 정서적인 것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내가 출퇴근을 가까이서 하려면 건강은 포기해야지'라는 식으로 당장 눈에 안 띄는 건강 문제는 포기하거나 체념하게 만드는 게 문제고요, 두 번째로는 반지하 주거 문제가 사회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의 문제로 치환하는 거죠. 그러니까 '억울하면 돈 벌어서 다른 데 가라. 반지하에 사는 건 네가 돈이 없어서 그런 거다. 너 말고도 올 사람 많다'란 식으로 가게 되는 문제죠.

국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혹은 방치해 놓고, 이게 개인의 문제란 식으로 가면 문제죠. 겨울에는 고시원에서 불이 나서 사람이 죽고 여름에는 폭우가 쏟아져서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는 게 개인의 노력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되죠."

- 이번에 신림동 참사 소식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그 집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주택이고 사실 최저 주거 기준도 만족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보이듯 홍수에는 취약했잖아요. 그래서 반지하라는 게 법적으로는 합법이지만 사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주거 형태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고요. 저도 그 근방 동네에서 반지하에서 산 적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구조대가 늦게 온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그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구조를 해야 하는 119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야겠죠. 교통사고를 예를 들어볼게요. 교통사고가 났는데 119가 빨리 안 왔기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겠죠. 구조대책 차원에서는 사고를 더 빨리 알아차리고 현장에도 더 일찍 도착할 방법을 고민해야겠지요. 근데 그건 사고가 난 다음에 얘기고, 애초에 사고를 안 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은 그대로 두고 119가 빨리 출동할 수 있게만 하는 건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 같아요."

- 서울시는 반지하 없애겠다고 하는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죠. 긍정적인 면은 이걸 계속 두겠다고 하지 않은 거죠. 그런데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건물 중심 사고방식 같은 부분입니다. 건물을 빨리 재개발하고 재건축하는 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은 인상입니다.

반지하 대책으로 이 집들을 서울시 정책 중의 하나인 모아타운으로 바꾸겠다고 얘기하는 걸 봐서 자기 정책 실현에 조금 활용하는 측면이 느껴지기도 해요. 물론 모아타운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지어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또 여러 주민이 합의해야 합니다. 또, 모든 저층 주거지에 다 지을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 주민들이 다 재정착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 공사하는 동안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요. 그것만 대안으로 이야기하면 곤란합니다. 

사실 그전에 저층 주거지와 같이 반지하가 많은 동네에 지어지던 매입 임대주택이라는 정책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서울시가 이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었거든요.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멀리 있는 공공주택에 가지 못하는 이유가 일자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동네에서 살아야 되는 경우들이 많아요. 이분들을 위해 매입 임대주택 같은 걸 늘리는 게 맞는 방향인데 그런 쪽으로는 안 하겠다고 하다가 이번에는 모아타운 등을 강조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재개발 때 쫓겨난 사람들이 반지하로 가신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간판만 바꿔 이걸 다시 반지하 문제의 해법이라고 하는 셈이면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약이라고 하면서 다시 병을 주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서울시 혼자서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순 없을 테고요, 중앙정부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되는데요, 이번 대통령이나 과거 대통령 한두 명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뭐라고 하기보다는, 지난 몇십 년 동안 국토 균형 발전이 제대로 안 돼서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서 주거 문제가 방치된 부분을 지적해야 할 것 같아요."

"공공임대주택, 주거 문제 해법으로 잘 활용해야"

- 왜 지역에 고시원, 옥탑방은 있는데 반지하는 없을까요?

"저도 그건 궁금해서 좀 더 고민하고 연구를 해봐야 되는데 다른 곳은 집값이 싸니까 반지하는 만들어도 사람들이 안 들어오고 안 팔릴 것 같으니까 안 짓는 것 아닐까요? 고시원이 많은 이유는 인구변화, 즉 1인 가구 증가하고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사고 난 경우처럼 가족이 같이 살아야 되는 경우 고시원으로 안 되고 면적이 넓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반지하밖에 방법이 없는 거죠."

- 이 문제 해결하려면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까요?

"반지하나 비적정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계획뿐만 아니라 주택계획, 지자체의 관리·감독 등 네다섯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발전은 그중에 하나인 국토계획 차원에서의 접근일 것이고요, 주택 계획 차원에서는 시대 변화에 따라 복잡하게 누더기처럼 된, 주택의 법적인 정의나 요건 같은 걸 정비해야 될 거고요.

그다음에 지어지고 난 다음에 끝이 아니라, 계속 관리하고 감독하는 부분도 필요하고요. 실태조사도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것도 문제죠. 이런 여러 가지 측면 외에도, 일자리 측면, 소득 측면 그리고 임대료 규제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측면이 다 얽혀 있는데 그중에 국토계획 차원에서는 균형 발전을 다뤄야겠죠. 그런데 그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건 절대 아니고요."

-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뭘까요?

"당장 할 수 있는 건 서울시나 국토부에서도 발표한 것처럼 침수 방지를 위한 시설이나 장비 만든다든지, 아니면 위급 상황에서 탈출이 쉽게 만든다든지 하는 방안입니다. 그리고 평소의 실태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약지역에는 119가 좀 더 빨리 출동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것이 당장 할 수 있는 건데,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번 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 때도 그랬고 공공임대주택을 별로 안 좋아해서 공공임대주택 계획에 소극적인데, 사실 반지하 문제 해결하려면 공급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죠. 과거에는 공공주택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 멀리 떨어진 곳에 대규모 단지 짓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지역별로 골고루 지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정부가 시작할 때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지만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까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고 반지하 문제의 해법으로 잘 활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최경호, #신림동 반지하,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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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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