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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월 8일 오전 8시 25분]

독일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볼프스부르크는 아무래도 '늑대'(볼프)보다는 폭스바겐의 도시이다. 1938년 나치가 건설해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20세기 초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본사가 들어오면서 도시가 급성장했고,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이 위치해 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폭스바겐 그룹이 25헥타르의 부지에 4억 4천만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2000년에 개장한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하거나 폭스바겐 신차를 인도받기 위해 이 도시를 찾지만, 이 기업이 야심차게 만든 것 중에는 1994년에 개관한 미술관(Kunstmuseum)도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드물다.

이곳은 21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미디어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백남준이나 앤디 워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국제적인 근현대 및 동시대 작가들의 저명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비영리 재단인 폭스바겐 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예술 기관으로서의 탁월함을 이미 인정받은 곳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될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임파워먼트>전시회 홍보물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될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임파워먼트>전시회 홍보물
ⓒ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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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관이 곧 오픈할 전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9월 10일에 시작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힘 키우기)전 때문이다. 이 전시에서는 전 세계 50여개 국 출신 작가들의 21세기 미술과 페미니즘에 관한 종합적인 세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페미니즘적 맥락에서 스캔들을 일으킨 작품들과 함께 다양한 페미니즘적 접근 방식을 총 망라하고, 세계를 분석하고 글로벌 위기를 헤쳐 나가는 대안의 하나로서 예술을 제안하고자 기획되었다.

김서경, 김운성 부부 작가가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역시 이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어 내년 1월 8일까지, 다른 125여 개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미술관 측은 이 대담한 전시를 위해 전 세계 100여 명의 예술가들을 전시 오프닝에 초청했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될 볼프스부르크 전시장 내부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될 볼프스부르크 전시장 내부
ⓒ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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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답사 차 볼프스부르크 전시관을 찾은 플라스틱소녀상 '용이', 실제 전시회에서는 청동으로 제작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다.
 사전 답사 차 볼프스부르크 전시관을 찾은 플라스틱소녀상 "용이", 실제 전시회에서는 청동으로 제작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다.
ⓒ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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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부부와 함께 전시오프닝에 초청받은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소녀상은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이며, 이번 기회로 소녀상이 시민사회뿐 아니라 예술계에서도 그 고유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는 30년 이상 끈질기게 지속되어온 독일 일본군 '위안부'운동이 일군 또 하나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강연 차 볼프스부르크를 다녀온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강연 차 볼프스부르크를 다녀온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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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측은 베를린 소녀상 관련 활동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소녀상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 받을 만한 페미니즘 예술작품이라면서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 대여를 의뢰해왔다고 한다.

이번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전시에 대여되는 소녀상은 <정의기억연대>가 기부한 드레스덴 소녀상으로, 그동안 박물관 창고에 보관중이던 소녀상이 임파워먼트의 생생한 사례이자 페미니즘사의 스캔들의 주역으로 다시 침묵을 깨고 세상에 공개되는 셈이다.

참고로 드레스덴 소녀상은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서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박물관 내 안뜰에 1년 동안 전시하기로 했으나 일본 측과 작센주의 압력으로 기획 전시가 끝나자마자 철거되고 말았던 아픈 사연이 있다. 

한편, 모두를 위한 문화교육의 장,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미술관 건립 목표에 걸맞게 그동안 기획해온 전시 역시 다인종적이고 다국적적이며 그동안 다른 전시에서 소외되어 왔던 페미니즘 및 노동문제, 전쟁 등 사회적 이슈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해 왔던 이곳에서는 현재 한국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전시가 진행중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중인 '체크포인트, 한국에서 바라본 국경' 전시는 영상, 회화, 설치,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19팀의 작가를 초청하여 남북의 미래, 그 가운데서도 남과 북의 공동의 공간인 비무장지대(DMZ)를 예술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예술 월간지 <모노폴>(MONOPOL)과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 등 유수 언론사들은 "한반도 내에 있는 두 국가 간의 이념적, 문화적, 심리적 분리를 독특하게 보여준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복잡한 분단국의 상황을 다루며, 국경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전시도 9월 18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는 '임파워먼트' 전과 함께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Kunstmuseum Wolfsburg)
Hollerplatz 1, 38440 Wolfsburg, Germany

엠파워멘트(Empowerment)전
2022년 9월 10일~2023년 1월 8일

체크포인트, 한국에서 바라본 국경(Checkpoint. Grenzblicke aus Korea)전
9월 18일까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일 현지 주간신문인 <교포신문>에 동시 게재됩니다.
코리아협의회 편집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베를린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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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한 시민단체, Korea Verband <코리아협의회>에서 함께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다름과 존중이 만들어내는 제3의 공간' 코리아협의회의 활동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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