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강아지와, 진심어린 사랑으로 그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보호자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자아냈다. 8월 29일 오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개농장 구조견 출신 반려견 딩동이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특별 견습생으로 이초희가 출연했다. 이경규와는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배우와 제작자로 만난 인연이 있었다. 이경규는 "이초희는 규라인이다. 처음 봤을때부터 '이 배우다 싶었다'라고 극잔했으나, 이초희는 "처음 뵀을 때 제 관상이 좋지 않다고 캐스팅을 반대하셨다고 들었다"고 폭로하며 이경규를 당황하게 했다.
 
현재 반려견 요고와 모지를 키우고 있는 이초희는 강형욱의 온라인 회원이며 유기견을 임시보호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이초희는 유기견 입양 앱을 통하여 유기견들을 관심있게 지켜봐왔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 보호 기간은 최대 10일이고 입양공고 기간내에 새 보호자를 찾지못하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안락사된 개들은 입양 앱에 국화 모양의 마크가 표시된다.
 
이초희는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유기견 입시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고 밝히며 "유기견에게 좋은 보호자를 찾아주는 일이 굉징히 뿌듯하다. 기본적인 훈련이 잘 된 아이들이 입양률도 높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초희는 현재까지 다섯 번의 임시보호와 입양을 도우며 유기견들이 새로운 삶을 찾는 데 기여했다.
 
이경규가 키우던 반려견 남순이 역시 본래 유기견 출신이었다. 이경규는 2010년 KBS2 <남자의 자격> 강아지 특집 편에서 유기견이었던 남순이를 임시보호하며 첫 인연을 맺었다. 이경규는 처음 남순이를 집에 데려왔을 때 유기견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다른 개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구석에 숨어지내던 모습을 회상했다.
 
하지만 이경규의 따뜻한 애정과 돌봄 속에 남순이도 차츰 마음을 열었고, 이경규는 남순이를 아예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방송 캐릭터상 주로 버럭하고 까칠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경규가 반려견을 진심으로 돌보는 애견인으로서 실제 모습이 방송에 통하여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이경규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호평도 늘어났다.
 
안타깝게도 최근 남순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경규는 지난주 <개는 훌륭하다> 녹화도중 남순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후배 장도연의 위로에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이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못하는 이경규의 모습에서 남순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수 있었다. 이경규는 차분한 표정으로 "괜찮다. 호상이었다. 10년간 가족으로서 재밌게 살다가 갔다"라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의 고민견 '딩동이'는 12년전 사람을 두려워하던 남순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뜬장'은 집단 개농장 등에서 자주 사용되며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밑으로 떨어지도록 하는 구조로 만든 개장을 의미한다. 많은 개들이 뜬장에 갇혀 평생 마음편히 맨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딩동이는 기적의 확률으로 뜬장을 벗어나 새로운 보호자를 만난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딩동이는 개농장에서 구출하여 입양된 반려견이었다. 고립되고 열악한 공간에서 사람에게 끌려가거나 학대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데다, 구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주변 환경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보호자의 집은 딩동이의 세 번째 임시보호처였고, 보호자는 9개월의 임시보호 끝에 딩동이를 입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보호자의 따뜻한 애정과 돌봄에도 불구하고 딩동이는 아직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지못하고 있었다. 딩동이는 제작진이 나타나자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드러냈고, 보호자와 단둘이 있을 때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고 하고 떨어진 방으로 이동하여 혼자 조용히 있었다.
 
개농장에서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자라며 습식이 익숙해져버린 딩동이를 위하여 보호자는 사료에 물을 부어 불려서 줬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딩동이는 보호자가 옆에 있을때는 식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보호자가 산책을 위하여 목줄을 채우려고 하자 딩동이는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려고 구석으로 숨어버렸고 주인에게 입질까지 했다.
 
딩동이는 외출 자체를 싫어했던 것일까? 정작 딩동이는 거실 창문을 통하여 밤낮없이 항상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에는 단풍, 겨울의 눈을 신기한 듯 하염없이 지켜보면서 딩동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짠하게 했다. 보호자는 "딩동이에게 지금 온 세상이란 이 집이 전부다. 딩동이에게 여기가 오히려 갑갑하지 않을까. 감옥같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른 딩동이의 모습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라고 고백했다.
 
보호자에게 곁을 내주지않다 보니 딩동이는 발톱이나 털을 다듬어줄 수도 없었다. 보호자가 자고있을 때 딩동이가 답답했는지 혼자 발톱을 물어뜯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마음만 먹으면 보호자가 강압적으로라도 케어를 해줄 수는 있었겠지만, 보호자는 "처음 딩동이를 안으려고 했을 때 절규하면서 주저앉는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하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고.
 
딩동이는 보호자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며 사람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그제야 나와서 밥을 먹고 거실로 나와서 활동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임시보호하는 기간에도 너무 변하지 않는 딩동이의 모습이 혹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은 아닌지 오히려 자책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딩동이가 응석도 부리고 사랑도 달라고 하고, 저를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동물학자 메간 헤론은 '반려견의 두려움은 생후 8-10주 사이에 생기며 이때 충격적인 사건이나 통증을 느끼면 트라우마가 남는다'는 연구 논문을 내놓았다. 강형욱은 '브리더(생후 초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태어나서 8-12주 정도가 입양되는 시기다. 입양한 사람보다 이전의 첫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줘야 입양한 보호자가 잘 이어받을수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딩동이는 이경규-장도연-이초희 등이 방문하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불안증세를 보였다. 다행히 보호자에게는 이제 꼬리를 치며 따라다니기도 하고, 밤에는 보호자의 스킨십에도 가만히 있는 등 어느 정도 애착관계가 형성된 모습이었다.
 
딩동이를 배려하여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보호자에게, 유기견 임시보호 경험이 많은 이초희가 강형욱을 대신하여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 딩동이는 사람이 다가와 안으려고 하자 입즐을 하며 강하게 저항했고 불안감에 배변을 하기도 했다.
 
거듭된 노력 끝에 보호자는 딩동이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딩동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를 간식으로 주며 유혹하자 처음엔 주저하던 딩동이도 결국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상황을 지켜본 강형욱은 보호자의 섬세한 성격을 칭친하며 "보호자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딩동이는 강형욱이 등장할 때도 긴장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강형욱은 다시 소고기 냄새로 딩동이를 유혹하며 보호자에게 가벼운 터치로 조금씩 친밀감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 보호자는 강형욱의 주문대로 무릎을 꿇어서 거리를 좁히고 안정된 자세로 받쳐들면서 딩동이를 자연스럽게 안아들 수 있게 됐다. 딩동이와 한층 가까워진 보호자는 딩동이가 그토록 거부하던 목줄 달기도 성공했다. 딩동이는 발버둥치지않았고 얌전히 보호자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곧이어 고비가 찾아왔다. 딩동이는 리드줄이 달리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본인이 밥그릇을 건드리 낸 소리에 놀라 방으로 달려가 숨어버렸다. 딩동이는 목줄을 잡고 끌자 처음 받아보는 통제에 강하게 저항하다가 이번엔 주방구석으로 피하며 또 배변을 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개가 발버둥칠 때 손을 놓으면 내가 무서워서 감당하지 못해 놓치는 것이지, 딩동이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호자는 강형욱의 조언에 따라 좀전보다 강단있게 딩동이를 끌어안고 리드하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강형욱은 "딩동이가 사람과 놀고 어울리며 협력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라고 분석하며 "'내가 널 좋아해' '내가 너에게 음식을 줄게'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줄게'라고 계속 일깨워주며 딩동이의 생태적 욕구와 불안감을 잘 이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강형욱은 "딩동이에게는 보호자에게 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고 조언하며 "밥 먹을 때도 음식을 손으로 주면서 보호자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라.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호자에 대한 애착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딩동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이나 보호자의 표정도 점점 밝아졌다. 보호자는 강형욱을 바라보며 "정말 감사하다"라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화면을 지켜보며 이초희는 보호자의 마음에 공감하며 울컥하여 눈시울을 붉혔다.
 
보호자는 이후로도 꾸준히 딩동이와의 훈련을 진행했고, 3주후에는 마침내 딩동이와 함께 꿈에 그리던 첫 산책에 성공한 반가운 후일담이 알려지며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개는 우리 삶의 전체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한다."

작가겸 사진작가인 로저 A, 카라스의 격언이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받았던 딩동이가 또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치유되는 과정, 사람과 개가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함께 또다른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개는훌륭하다 개농장 브리더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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