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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온 것이다. 같은 시간 남부 지방엔 폭염이 지속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한 운동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역에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강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기후 위기는 직면한 문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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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에 대한 운동하시잖아요. 지난 8일 서울에 온 폭우를 보는 게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때 저희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8월 11일 이수역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재난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또는 걱정하기만 할 게 아니라 기후 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사회의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기후 위기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다. 재난이라는 건 회피한다고 안 오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물론 그 시기 남부에서는 가뭄이나 폭염으로 다른 재난이 찾아왔었죠. 다양한 재난들이 우리나라 안에 있는데 절망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응해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던 중요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 폭우는 어떻게 보셨어요?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서 지구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기후가 극단적으로 바뀌고 예측이 어려워지는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인 거죠. 이번에 서울 같은 경우는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재난 앞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구색 갖추기 식 모습을 보인다든지, 안전 감수성이나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언행들을 보여 유감스러웠고요. 앞으로 이런 재난이 일상화가 되어 갈 텐데요. 정치 지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미봉책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가 어떻게 맞서 나갈지, 그런 고민도 했던 것 같아요."

- 서울에 폭우와 남부지방의 가뭄이 같은 맥락일까요?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서 지구의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폭우나 가뭄 등의) 빈도나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사계절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지요.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일상화될 것인데, 기후 위기의 영향이 없지 않은 거지요."

- 지금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시잖아요, 어떻게 참여하신 거예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처음 생길 때부터 같이 활동했어요. 2019년도 9월에 기후 위기 비상행동이 출범하면서 혜화역 행진을 했었는데 저는 일반 대학생으로 참여했어요.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경각심이 없는 것 같고 특히나 책임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들한테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를 알리고 우리 사회가 대응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저도 그런 쪽에 관심이 있어서 같이 함께했고요.

저희는 기후 정의라는 개념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기후 위기가 초래된 원인은 온실가스입니다. 온실가스는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배출하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덜한 계층들이 더 받게 되는 상황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나 계층들이 규제받아야 마땅하죠. 그리고 '이미 초래된 기후 위기 앞에서 피해에 노출된 취약한 국가나 지역들의 안전망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쓰레기나 일회용 문제 정도에 관심이 있었었어요. 다만, 중학생 때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인문학 독서학교를 했는데 그때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현대 문명이 어떻게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폐기해서 지속 불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런 문제의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넘어서서 문명이 초래한 결과인 기후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거냐는 큰 질문 앞에 선 것 같아요."

- 어렵진 않았나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재밌게 책 읽으면서 같이 글도 쓰고 토론도 하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구체적인 활동들은 사실 안 했었어요. 그런데 정치학 공부를 하다 보니 환경 문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고민하게 됐죠. 그러다 기후 위기는 기술을 발전시켜서 해결해 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결단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이고, 기후 위기를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것도 정치적인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운동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난 현장이나 사건들을 보면 극단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평화롭잖아요. 위기라는 건 알지만 쉽게 무뎌지죠. 이 위기를 직면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서 함께 운동해나가는 게 고민입니다."

- 기후 위기 운동을 하는 10~20대가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10대~20대는 우리나라가 잘 성장했다는 걸 보고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살 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걸 또 알지요. 살아남는 경쟁 구조, 자본주의의 프로세스가 있잖아요. 우리 사회의 문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어떻게 살아야 되나'란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 앞에서 자기 삶의 질문들을 꺼내놓게 되는 것 같아요."

- 생활에서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때는 언제인가요?

"우선은 가장 큰 건 재난 상황을 경험할 때고요. 요즘에 특히 식재료 공급이 어려워서 끊기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 볼 때 느낍니다. 각자의 계기가 있겠지만 기후 위기 앞에서 반응하고 직감하고 체감하는 분들이 생기는 것들을 보면서도 실감해요. 동물들도 재난이나 이상기후 앞에서 집단적인 행동들을 하잖아요.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로서 위기 앞에서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권력에, 기성 체제에 도전해야" 

- 사람들이 기후 위기 받아들이는 게 예전과 달라졌다고 보세요?

"최근 대선 때도 관련 아젠다가 노출되고, 지선 때도 작게나마 기후 위기와 관련한 요구들이 나온 걸 보면 그렇다고 생각해요. 계속 '기후 위기가 중요하다'고 요구하고 외치고,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아요. 단순히 환경 보호나 자연 보존의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 지금도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을까요?

"활동가들마다 다른데 저는 기후 위기 극복이나 기후 위기 해결이란 말은 쓰지 않습니다. 기후 위기는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기후 위기는 언젠가 도래할 게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스템은 기후 위기 속에서 생명들 돌보고 구하고 안전하도록 만들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후 위기에 맞서서 붕괴되고 있는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죠?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말도 있죠. 우리나라에 가동되고 있는 석탄 발전소만 50기가 넘어요. 지금 당장 예를 들면 이론적으로 모든 화석 연료들을 다 멈추고 개발 사업들이 다 멈춘다고 해도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100년은 잔존한다고 합니다. 가동되는 것이든, 지금 건설하고 있는 것이든 화석 연료 발전소를 중단시키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일 겁니다.

정치인들이나 책임 있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건 이미 결정한 문제다'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 권력에 대해, '개발은 계속 해야 한다'는 기성 사회의 체제에 대해 도전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질문들을 던지면서 새로운 질서들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을까요?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우울해지거나 삶의 많은 것들을 상실해 나갈 때, 고립되고 각자도생 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고 더 큰 행동을 조직해나가는 운동 단체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강은빈, #기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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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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