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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교육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2022 마을 민주학교, 마을 활동가 '생활 속 민주주의' 길잡이과정. 온오프라인을 합쳐 80여 명의 활동가들이 한 달간의 과정을 함께한다. 지난 9월 5일 세 번째 강사로 신용인 제주대 교수가 흥사단 강당을 찾았다. 신 교수는 2시간여에 걸쳐 출산율 꼴찌, 자살률 1위 대한민국 불행의 원인을 분석하며 "주민자치와 마을 민주주의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모범적 공화국'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강의하는 신용인 교수.
 강의하는 신용인 교수.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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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삼균주의 정반대 나라 됐다...독립운동 정신 위배"
 
신용인 교수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의 안위를 뒤로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그중 도산 안창호 선생에 따르면 그들의 목표는 독립을 넘어 한반도에 '모범적 공화국'을 세우는 것"이었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한민국건국강령'을 언급했다. 대한민국건국강령은 임시정부가 발표한 해방 후의 국가 건설 계획으로,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삼균, 즉 정치균권, 경제균부, 교육군지를 이루는 것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우리나라의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는 국민이 권력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사하고 있나, 빈부격차 없이 골고루 잘살고 있나, 학벌 차별 없이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균등하게 누리고 있나. 하나도 이룬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해방은 됐지만,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모범적 공화국'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불평등 공화국' 한국 사회의 현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먼저 정치 영역에 있어 대한민국은 고도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서울)은 모든 권력과 부의 블랙홀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가진 대통령실과 거대양당 과점 체제의 국회가 있다. 모든 권력이 정치 엘리트들에게 집중된 체제"라며 "국토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인구 50%, 상장법인 72%, 총예금 70%가 몰려 있는 것이 정상이냐"고 지적했다.
 
또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소득 중 상위 10% 계층의 비율은 46%, 하위 50%는 16%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 측면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무한경쟁의 도가니 속에 입시지옥, 끝없는 경쟁사회가 펼쳐져 있다"며 "전 국민이 스카이캐슬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 제1조 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실상은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엘리트가 나머지 다수를 지배하는 사회"라며 "독립운동가들이 이러한 현실을 보면 통곡을 할 것"이라고 봤다.
 
또 "지금의 대한민국은 OECD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며 "한국은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 가장 죽고 싶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바꾸려면 소수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을 골고루 분산시켜야 한다, '마을공화국'으로 해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을기금으로 마을공화국 건설하자... 재정은 충분"
 
신 교수가 주장하는 '마을공화국'이란 뭘까. 그는 읍·면·동 단위의 작은 공화국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읍면동에 마을정부, 마을기금, 마을학교를 만들어 수준 높은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스페인의 '마리날레다' 마을을 예시로 들었다. 이곳은 집 걱정, 실업 걱정, 빚 걱정이 없는 '3무 마을'로 불리며 '유토피아 공동체'로 명성을 얻어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라는 책도 나왔다. 주민 누구나 월 15유로(2만 원)만 내면 주택에서 평생 거주가 가능하고, 생산협동조합이 있어 언제든지 취업이 가능하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마을이 있다고 상상해보자"고 제안하며 "나랏돈을 주민들이 공동소유 해 민주적·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마을기금'이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마을기금'을 통해 우리도 마리날레다 같은 마을을 여러 곳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돈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선 돈은 충분하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지난 5년간 읍·면·동 평균 500억 원에 달하는 175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실속이 없었다. 이 돈을 아예 읍면동 주민들에게 '마을기금' 형식으로 전달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부와 권력을 나눠 가질 수 있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은 이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주민자치회가 현재 존재는 하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다. 주민자치회를 법인으로 할 수 있는 규정과 주민자치회가 자율적으로 '마을기금'을 조성‧운용할 수 있는 규정, 그리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기금'에 재정을 출연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이 같은 '마을기금'을 통해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모범적 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태그:#신용인, #마을기금, #마을자치, #흥사단, #마을민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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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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