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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적 사고와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과학은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 과학기술 시민참여, 다시 말해 과학기술 분야의 민주주의 확대 방안으로 사회문제 해결형부터 공공성 강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사실 문헌 자료만으로 시민과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시민과학에 뛰어든 이들의 사례, 즉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 시민과학의 현주소를 탐색할 수 있다. 기자는 '시민과학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시민과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시민과학자에게 던졌다. '시민과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하 시세사)' 시리즈는 시민과학자의 삶의 이야기이며 세상을 전환하기 위한 그들의 쉼 없는 노력이다. 시세사 시리즈는 Kwater 주최, (사) 시민환경연구소 주관 '한강 유역 철새 모니터링과 서식환경조사를 통한 시민과학의 가능성과 발전방안 연구'의 하나로 기획됐다. 지금부터 시민과학자의 삶을 들여다본다.[편집자말]
관찰은 모든 과학의 시작이며, 기록은 관찰의 오류를 감소시키면서 관찰 대상의 패턴과 특징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관찰과 기록은 현상만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과 지향점까지 사고하게 한다. 경남 사천시 실안 바닷가에서 죽방렴을 하는 김정판(54) 어부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지역의 생태 지식을 바탕으로 해양 쓰레기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판 어부는 고향인 사천시 실안 바다에서 죽방렴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 해양 쓰레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정판 어부 김정판 어부는 고향인 사천시 실안 바다에서 죽방렴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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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김정판씨를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실안에서 만났고, 이후 전화로 추가적인 상황을 확인하고 인터뷰했다. 현장은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해양 보호 담당 이용기 활동가와 동행했다.

실안은 죽방멸치로 유명한 지역인만큼 바닷바람에 군침 돌게 하는 감칠맛이 밀려오는 곳이다. 죽방멸치는 그물을 가둬두고 뜰채로 떠내기 때문에 멸치 손상이 적고, 신선한 상태로 바로 삶아내 사천·남해 등에서 지역 명물로 알아준다. 이 지역 식당은 대부분 멸치 쌈밥을 내세우며 영업을 하고 있다. 실안 선착장 주변엔 실 멸치부터 제법 큰 멸치까지 크기별로 나누어서 말리는 모습을 여기저기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 쓰레기에 꽂힌 '이상한 어부'

"멀리까지 오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넨 김정판씨는 일행을 자신의 배에 태워 죽방렴으로 안내했다. 2톤짜리 조그마한 배엔 큰 망사 주머니가 걸려있는데, 부유 쓰레기를 따로 모아 두는 용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배를 타고 10여 분 남짓, 김정판씨가 소유한 죽방렴에 도착했다. 죽방렴은 조류 방향으로 V자형으로 말목을 박고, 그 사이에 그물을 친다.

V자 끝에 정사각형 발통을 설치하는데, 김정판씨는 10cm 정도가 될까 싶은 발통 위 나무 난간을 빠르게 오가며 그물을 올린다. 지금은 나이 들어 살이 불었지만, 고교 시절만 해도 경남도에서 알아주는 74kg급 태권도 선수였다는 그의 말을 실감하게 했다. 그물을 어느 정도 올리고 나면 이제 3m 정도 되는 뜰채로 멸치를 들어낸다.
 
김정판 어부는 죽방렴에 들어온 해야 쓰레기를 일일이 수거한다.
▲ 죽방렴 부유 쓰레기 김정판 어부는 죽방렴에 들어온 해야 쓰레기를 일일이 수거한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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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판씨는 2012년부터 부친의 낭장망(바닷속에 좁은 V자형 그물을 넣고 물살에 따라 이동하는 고기를 잡는 어업방식)을 이어받았다. 죽방렴은 2017년부터 시작했다. 한때 민물장어 20kg이 들어 짭짤할 때도 있었다. 죽방렴에 들어오는 멸치가 많을 때는 200곽(높이 10cm, 가로 40cm, 세로 20cm 상자)을 채울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3분의 1도 못 채웠다.

그는 죽방렴에 들어온 2~3cm 크기의 볼락 등 치어를 일일이 풀어준다. 떨어지는 충격에 폐사할 수 있어 최대한 물 가까이에서 놓아준다. 그는 2012년부터 그물에 들어온 30cm 미만 농어를 포함한 치어가 한 해 200~300kg은 된다고 했다. 이렇게 다시 풀어준 것만 2톤이 넘었다. 예전만 해도 주변 어민들은 작은 치어나 알을 밴 꽃게도 돈이 된다고 다 잡아들였다.

잡아서는 안 되는 놈들을 풀어주는 김정판씨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거 (사람들이) 다 사 간다. 니 혼자서 뭐 때문에 그런 짓을... 아무도 안 하는데"라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그 때문에 "제가 미친놈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뱃일 하기 전부터 안 잡기로 마음먹었습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살아가야 할 바다"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놔주면 어차피 내년에 또 잡을 수 있잖아요. 지자체에서 치어 방류하는 것보다 어업인들이 차라리 조업 중에 한 마리씩만 살려줘도 지자체 방류하는 양보다 엄청 많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해양수산부 지침에 따라 어업인들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2020년 8월 태풍과 집중 호우에 죽방렴으로 밀려온 쓰레기 중에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상당하다
▲ 죽방렴에 밀여온 쓰레기 2020년 8월 태풍과 집중 호우에 죽방렴으로 밀려온 쓰레기 중에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상당하다
ⓒ 김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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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판씨가 주변 어업인들에게 '이상한 어부'로 대접받은 건 해양 쓰레기 문제에 유별났던 탓도 크다. 그는 친구들에게 "쓰레기 얘기 좀 그만하라"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양 쓰레기 문제에 고심했다.

그가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12년부터였다. 어릴 적 부친의 그물엔 고기들이 풍성하게 들었지만, 정작 그가 시작했을 때는 고기가 예전만 못했다. 그는 쓰레기에 바다가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업 경영인 교육을 받으며 바다의 미래를 생각했고, 더더욱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고기가 사라지는 바다

환경운동연합으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챙길 수 있는 해양 플로깅(plogging, 조깅하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 관련 문의가 기업이나 시민들에게서 많이 온다. 그때마다 이용기 활동가는 "'어느 곳을 가도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라면서 "심지어 해상국립공원에서도 발견된 만큼 바다에 많은 쓰레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필리핀 마리아나 해구에서 영화 <겨울왕국>의 비닐 풍선이 발견됐고,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깊은 필리핀 엠덴 해연에서 신종 해파리로 추정된 것이 사실은 비닐봉지였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이 때문에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2022년 8월 15일 <한겨레> 기고에서 "해양 쓰레기는 인류가 지구에 남기는 영원한 상처"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1300만 톤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우리나라 연간 해양 쓰레기 발생량을 17만7000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특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 문제가 크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해양생물 종의 88%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람도 매주 신용카드 1장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분석이다.
 
죽방렴으로 해양 쓰레기가 밀려왔다.
▲ 해양쓰레기 죽방렴으로 해양 쓰레기가 밀려왔다.
ⓒ 김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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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가 플라스틱의 67%는 육상에서 유입된다.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라 집중호우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강해지면 육상 기인 플라스틱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UN 등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 결의안 채택에 합의했다. 우리나라 해수부는 2050년까지 생활 플라스틱 제로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금 플라스틱 사용을 멈춰도 2050년 미세 플라스틱 섭취량이 2배가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더욱이 플라스틱이 분해하면서 온실가스를 유발한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은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의 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상황은 더했다. 2020년 8월 태풍 장미 등에 의해 남강댐이 수문을 열고 사천만으로 물을 방류했을 때 그의 죽방렴으로 밀려온 부유 쓰레기가 5톤 덤프트럭 100~200대 분량이라고 했다. 정확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홍수 등으로 밀려오는 쓰레기는 초목류가 많지만, 문제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플라스틱이었다.

2017년 김정판씨가 처음 죽방렴을 할 때는 스티로폼 알갱이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비닐류뿐 아니라 냉장고 문짝 등 무거운 침적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김정판씨는 실안 앞바다 저도(딱섬) 등 섬들에 쌓인 부유 쓰레기 현장을 안내했다. 또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마다 수북이 쌓인 쓰레기도 볼 수 있었다.

행정관청에 민원 넣어 처리를 기다리는 동안 쓰레기가 다시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 만조와 간조 등 바닷물의 들고 남에 따라 지역마다 쌓였다가 다시 유입되는 사례가 다양하다는 것이 김정판씨의 설명이다. 그는 "비닐류와 같은 부유 쓰레기를 방치하면 따개비 등과 같은 부착생물이 붙으면서 바닥에 가라앉아 침적 쓰레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전체 해양 쓰레기의 90%는 침적 쓰레기라고 추정하고 있다.

원래 실안 등 남해엔 해초인 잘피가 자라는 곳이었다. 잘피 숲은 어류의 산란지이자 서식지다. 그러나 대규모 매립, 항만개발, 신도시 건설과 공업화 등으로 바다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잘피 숲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침적 쓰레기도 잘피나 해조류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아예 갯벌을 덮어 바닥을 썩게 만든다. 

김정판씨는 "연안에 산란장, 서식지에 (해양 쓰레기가) 가라앉으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있어요. 엄청 심각하거든요. 지금 여기도 보면 노래미나 베도라치 등 고기들이 산란할 장소가 없어졌어요"라고 말했다.

(* 다음 인터뷰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omn.kr/20ol8
 
해안가에 쌓이는 쓰레기 중에는 불법 소각한 현장도 쉽게 확인된다. 소각된 재는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 해안가 불법소각 해안가에 쌓이는 쓰레기 중에는 불법 소각한 현장도 쉽게 확인된다. 소각된 재는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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