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한국 최초의 프리다이버 공식 100m 기록을 세운 장지훈 선수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 한국인 최초 100m 프리다이버가 된 소감은?
"2014년에 강사가 되고 2015년 초부터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7년 정도 트레이닝을 해 온 셈이네요. 100미터를 목표로 계속 다이빙을 하면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100이라는 숫자에 집착했던 적도 있었지만, 작년 대회 트레이닝 때에는 다이빙 한순간 한순간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다이빙을 하려고 했고 오히려 그래서 목표했던 대회 100미터 기록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막상 대회 날 100미터 바텀에 도착했을 때는 매우 흥분이 되었습니다. 상승할 때 릴렉스하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수면에 올라오니 저도 모르게 와 하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원래 전 대회에서 화이트카드(유효 성적)를 받아도 침착하게 리액션 하는 편인데,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속이 뜨거워졌고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심판이 화이트카드를 보여주고 주변의 물세례와 함성이 들리고 나서야 실제로 해냈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키프로스 Freedom Depth Games에서 한국인 최초로 100M 기록을 세운 후 기념 사진

키프로스 Freedom Depth Games에서 한국인 최초로 100M 기록을 세운 후 기념 사진 ⓒ 장지훈

 
-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계기는?
"계기는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바다가 좋아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바닷가에 살았는데 학교가 끝나고 해질 때까지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태풍이 와도 수영하러 갈 정도로 바다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물 아래 바위 같은 걸 잡고 숨을 참았다 올라와 친구들을 놀래 주기도 했습니다. 이때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중학생이 되어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늘 바다가 그리웠습니다. 한강이나 경기도 계곡에서 놀면서 그리움을 달랬고 수영장에서 잠영 연습도 종종 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바다도 물도 잊고 살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회사 생활을 4년 정도 했을 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다시 생각 나더라고요. 스노클 장비를 사서 주말이 되면 바다나 계곡을 찾아 스노클링을 시작했어요. 수면에 둥둥 떠서 물속 생명체들을 구경하고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기욤 네리의 영상을 보고 프리다이빙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됐습니다. 가슴이 뛰더라고요. 인터넷 카페에 프리다이빙 모임을 찾아 활동했고 필리핀 팡라오라는 곳에 가서 초급부터 강사 코스까지 하겠다 결심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프리다이빙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의 한 종목인 CWT (모노핀 경기)를 하는 모습

프리다이빙의 한 종목인 CWT (모노핀 경기)를 하는 모습 ⓒ 장지훈

 
- 구체적으로 100m 달성한 과정은?
"2014년부터 1년 정도 필리핀 팡라오에서 트레이닝하면서 수심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79미터를 갔을 때 폐 부상을 입으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6개월 정도 다이빙을 쉬었습니다. 이후 다시 트레이닝을 하고 싶어 필리핀으로 돌아갔고 2016년 초에 80미터 수심대에 들어섰습니다. 2016년 말에는 다합으로 가서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중해서 다이빙했던 것 같습니다. 2017년 말에 처음으로 90미터를 가게 되었고 2018년도에는 90미터 초반 수심 대 다이빙을 많이 했습니다. 97미터까지 수심이 늘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100미터가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트레이닝에 지쳐서 그해 시즌을 끝내야 했습니다.
 
2019년 필리핀 팡라오 트레이닝에서 98미터 개인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때는 정말 100미터를 바라보고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급함 때문이었을까요. 원하는 데로 다이빙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심적인 부담감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대회에서 100미터 어나운스를 했지만, 수중에서 생애 첫 BO(블랙아웃, 혼수상태)가 심하게 오면서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해 11월에 중미에 있는 도미니카 연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바다 컨디션도 좋고 대회 분위기도 좋았으나 부비동염이 심하게 오면서 94미터 CWT NR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합 블루홀도 막히고 해변에도 못 들어가게 됐습니다. 결국 긴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년간 다이빙을 쉬어야만 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이대로 못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중해에 있는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아이다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용기를 내 대회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거의 1년 9개월 만에 다이빙을 하는 거라 걱정도 됐지만 설레는 마음도 컸습니다. 70미터대 수심부터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변화를 준 것들이 있었는데 고글 사용, 준비호흡 자세, 마우스필 방식 등이었습니다.
 
고글은 처음 겪어보는 수온약층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사진을 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눈 주변이 온도에 민감하다 보니 고글을 써서 이 온도 변화를 좀 줄여보려는 의도였고 보통은 오픈워터 수경이나 플루이드 고글에 물을 채워 사용하는데 저는 마음에 드는 고글이 없어 프리다이빙 마스크 스커트를 잘라내 직접 개조해 사용했습니다. 준비호흡 자세는 목베개를 이용해 누워서 하는 것으로 바꿨고 마우스필도 손가락으로 입을 막아서 공기를 채우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새로운 방식들과 함께 월드챔피언십 대회에 나갔는데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대회다 보니 긴장도 많이 했고 만족스러운 다이빙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 욕심을 내려놓고 어나운스를 했던 것도 있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예전에 하던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누들에 앉아서 준비 호흡을 하고, 고글 없이 맨눈으로, 마우스필도 손가락 사용하지 않고 편하게 채우는 것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니 다이빙이 참 편안하더라고요. 어쩌면 불편하게 다이빙했던 것이 더 트레이닝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보시면서 어떨 때 가장 다이빙이 편한지를 찾아내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정 같습니다. 릴렉스가 되기 시작하니 다이빙이 편안하고 이퀄할 공기도 남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100미터가 부담스러운 수심이 아닌, 갈 수 있는 수심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과 릴렉스라는 뻔한 이야기를 드릴 수밖에 없네요."
 
 키프로스 프리덤 뎁스 경기(Freedom Depth Games)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심100M 기록 후 화이트 카드를 받는 모슴 (2021년 10월 15일)

키프로스 프리덤 뎁스 경기(Freedom Depth Games)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심100M 기록 후 화이트 카드를 받는 모슴 (2021년 10월 15일) ⓒ 장지훈

 
- 현재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는 올해 대회 참가와 트레이닝을 위한 비용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중입니다. 깊은 수심 다이빙이 가능한 대회는 모두 해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담이 큽니다. 아마 이건 저 뿐 아니라 한국 프리다이빙 선수들이 모두 고민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하기보다는 매년 2~3개월 정도 집중해서 준비한 후 대회에 참가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다음 목표는 아시아 기록인 116미터입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프리다이빙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00미터보다는 심적 부담이 덜 해 즐겁게 트레이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한국 프리다이버에게 하고 싶은 말
"100미터를 가는 동안 물심양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프리다이버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키프로스 AIDA Freediving World CUP에서 102미터 기록을 세운 후 (2021년 11월 15일)

키프로스 AIDA Freediving World CUP에서 102미터 기록을 세운 후 (2021년 11월 15일) ⓒ 장지훈

 

장지훈 선수 기록
CWT 100M Freedom Depth Games 2021 AIDA 2021.10.15 (NR)
CWT 102M AIDA Freediving World CUP 2021.11.15 (N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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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계간 <프리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장지훈 프리다이빙 한국기록 수심1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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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프리다이버 발행인 PADI 프리다이버 강사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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