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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러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뉴스레터가 포화상태여서 이메일이 꽉 찼지만,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어 열심히 읽던 차에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눈길을 끌었다. 

13일자 이 신문에서는, '미국 근로자의 절반이 조용한 사직에 동참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인용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태도다. 미국 20대 엔지니어인 자이들 플린이 틱톡에 소개한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조어란다.  

이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1만 5천901명을 대상으로 한 6월 조사에서 3분의 1이 일에 대해 열정을 느끼고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고, 20프로 미만은 적극적으로 일과 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자기 일에 대해 즐겁게 생각하지 않고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자이들 플린은 인터뷰에서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직장에서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라고 다를까? 적어도 나는 다르지 않다. 내가 '조용한 사직'을 하는 이유를 따져봤다. 
 
오늘도 조용히 사직합니다
 오늘도 조용히 사직합니다
ⓒ Jorge Vasco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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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열심히 해도 바뀌는 게 없다. 한국인은 특히나 열심히 일을 한다. 폭우나 태풍이 몰아쳤을 때도 기어이 출근하는 탓에 K-직장인이라는 신조어가 세계적으로 퍼질 정도다. 이렇게 뼈를 갈아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몇 년이 지나고 몇십 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없다.

그저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우리 가족이 살 집 한 채 조차 사기가 힘들고, 월급보다 가파르게 올르는 물가 탓에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정체가 되어 있다는 이유로 몇 년째 제자리다. 회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내 미래는 더더욱 안 보인다. 

두 번째, 불공정하다. 업무 범위 이상으로 일을 하거나 초과근무, 회식에 대한 기꺼이 참여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혜택이나 승진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해 열심히 참여하는 직장인이 많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한 이유로 입사 동기라고 해도 누구는 승진에서 누락될 수 있고, 월급이 갑자기 삭감될 수 있고, 당황스럽게 퇴사를 권고받을 수도 있다. 그놈의 '회사 사정'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이런 불공정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는 사회가 왔다. 

세 번째, 더 이상 희망고문에 놀아나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직원 몇 명이 퇴사를 했다. 남은 건 그들의 퇴사 이후 일에 대한 재분배. 이미 업무적으로 포화상태인 직원들이 반발하기라도 하면 '고통분담'이라는 이유로 일을 또 나눈다. 남는 사람만 손해인 것이다.

개인생활보다 업무를 중시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인 '허슬 컬처(hustle culture)'는 MZ세대에게 낯선 단어다. 오래 일하고 결과물을 내도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고문을 할수록 신뢰는 추락한다.

네 번째, 회사 밖 삶이 더 재밌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챙기는 시대다. 회사 밖에도 할 게 많다. 테니스, 볼링, 골프, 승마 등 다양한 신체 활동과 더불어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회사 밖에서 세상의 참다움을 느낀다.

회사가 전부일 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업무 외 사소한 다른 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며 스트레스만 받기 때문이다. 회사에 얽매이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할 게 많고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다섯 째, 회사는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퇴직과 퇴사가 빨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이 줄어들거나 회사 사정이 안 좋으면 쫓겨날 수 있는 게 바로 다음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더 커진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직장인과 학생의 합성어인 '샐러던트(Saladent)'로 부르기도 한다. 불안한 고용환경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직 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투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 회사에 대한 기대는 날아가버린 지 오래다.

회사는 양치기 소년이다(물론 아닌 회사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지금은 힘든 시기지 않냐며 함께 노력하자고 사장인 내가 노력하는 거만큼 다 같이 노력하면 사정이 좋아질 거고, 나중에 성과급으로 확실히 챙겨주겠다고 몇 번이나 희망을 전해준다. 그러다 이게 다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회사가 이런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직원은 믿을 수 없게 된다. 차라리 "회사 믿지 말고 네 살길 알아서 찾아라. 그 대신 워라밸은 보장해 줄게"라고 하면 더 신뢰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다. 짧은 인생보다도 더 짧은 회사생활에 내 인생을 걸기엔 인생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삶은 한 번뿐이기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사직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 자료]
- 연합 인포맥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3038
- MZ직장인이 일하는 법? https://www.yna.co.kr/view/AKR20220831158500704
- "회사가 내 인생 책임져주지 않아.."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0&t_num=1360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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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외유내강인 여행작가. 낯선 도시를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학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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