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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삐리리리리...' 파티션 너머 전화벨이 울린다. 담당자는 부재중이다. 사무실에 주로 상주하는 나나 동료 여직원이 전화를 대신 받는다.

사실 그 분의 일을 잘 알지는 못한다. 몇 년을 같은 사무실에 앉아 일해도 나는 그의 일을 잘 모르고, 그도 내 일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서당 개 삼년, 들어 온 풍월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간단히 안내를 하면서 나중에 담당자에게 재확인 하라는 당부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반면 담당자가 부재중일 때 뜨거운 감자라도 되는양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넘기기 바쁜 사람도 있다. 그렇게 전화나 일을 넘겨받을 때면 '몇 년을 함께 일했는데 이런 것도 대답을 못하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도대체 직장 동료란 무엇인가?' 같은 의문이 가슴 속에서 솟아나기도 한다.

'나는 나', '너는 너'의 직장
 
파티션 너머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파티션 너머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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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중 3분의 1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파티션 너머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당최 관심 없어 보이는 것이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분위기다(어쩌면 당신의 회사도). 비교적 같은 연령대의 균일화된 직급의 직원들이 모여 있고, 연관된 업무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 팀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은 크게 들지 않는다.

업무분장으로 파편화 된 직장생활에서 타인의 업무에 대한 무관심과 내 업무 위주의 개인주의를 경험하면서 실망도 하고, 종종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독립성이지만 종종 개인주의에 회의도 든다. 간섭받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다가도 혼자 어떤 난제를 해결해 나가야할 때는 막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문제를 처리해야 할 일이 닥칠 때가 있다. 중요한 평가보고서를 쓸 때라던가, 행사 준비를 해야 할 때,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나 문제가 종종 일어난다. 그럴 때면 모두 파티션 바깥으로 걸어 나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거나 몸을 쓰며 같은 목표를 위해 움직이게 된다.

1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가 있다. 시나리오를 짜서 각자 맡은 부분을 연습하고, 집기와 비품도 행사용으로 배치한다. 팀이 되어 맡은 바 역할을 지키고, 동선에 맞춰 움직여야 행사를 차질없이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구나' 하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생겨난다.

얼마 전 태풍이 찾아왔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오래되어 누수나 정전 발생이 잦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층에 누수가 발생했다. 담당 직원이 따로 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라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능한 직원들이 투입되어 빠른 해결을 돕는다. 기술적인 문제야 담당자가 처리하지만,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물건을 이동시키고 청소를 도맡는다.

이럴 때도 함께 움직인다. 고인 물을 퍼내기도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을 양동이를 구해오고, 청소용 걸레를 바닥에 깔고 물기를 제거한다. 평소 사무실에서의 '여기만큼 내 일, 저기부터는 당신 일' 하는 식의 구분은 잠시 잊고.

그렇게 한바탕 몸을 부대끼고 서로를 도와가며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내 일만 할 때와 달리 함께 일한다는 실감도 새롭게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다. 다 같이 점심이라도 한 끼니 먹게 될 때면 그 느낌은 더 확실해진다.

가끔은 '함께'라는 기분 
 
고소하고 달콤한 화합의 맛을 내는 짜장면 한 그릇
 고소하고 달콤한 화합의 맛을 내는 짜장면 한 그릇
ⓒ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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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끼리끼리 각자 흩어지는 점심시간이지만, 이런 날은 다 같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먹는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주로 선택되는 메뉴는 짜장면에 탕수육이다. 몸을 쓰며 땀을 흘린 노동 후의 점심식사로 이만한 게 없다.

출발 전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자리를 예약한다. 도착하자마자 가게 주인이 건네는 작은 종이에 식사 메뉴 하나씩을, 탕수육 대(大) 자를 마지막에 적어 건넨다. 갓 내어 온 노란 단무지와 아삭하고 달달한 양파에 식초를 살짝 뿌리고, 탕수육을 찍어먹을 양념간장을 만들어 둔다. 곧 서비스 찐만두가 식탁 위에 놓인다. 한 입 베어 물자 뜨거운 육즙이 터진다. 

곧이어 주문한 짜장이 온다. 겉바(겉은 바삭바삭) 속촉(속이 촉촉한) 계란 프라이를 젓가락으로 살짝 그릇 가장 자리로 옮겨둔다. 채소와 고기, 해물을 잘게 다져 듬뿍 넣고 갓 볶아내어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짜장 소스를 노란 윤기가 도는 면 위에 아낌없이 붓는다(그렇다, 이런 날은 간짜장이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벼서' 면에 양념이 충분히 배어들었다 싶을 때 한 젓가락 크게 들고 입으로 가져간다. 입술로 기름기가 번짐과 동시에 짜장 양념의 달짝지근한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짜장면이지만 이 점심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방금 튀겨 바삭바삭한 탕수육을 과일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함께 먹는 기쁨. 게다가 여럿이 모여 있을 때는 꼭 찍먹파와 부먹파가 갈리는 법이니 나와 취향이 비슷한 직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나와는 다르면서 또 나와 닮은 회사 사람들과 먹는 점심은 특별하다. 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실감,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함께 힘을 합칠 수도 있다는 기대감, 파티션 바깥으로 걸어 나왔을 때 새로운 점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놀라움.

물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각자의 파티션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내 일은 내 일이고, 네 일은 네 일이 될 것이다. 각자 업무 분장 아래 무관심과 개인주의가 반복해서 끼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또 가능할 것이란 어떤 실체감을 분명히 경험했다.

점심을 먹고 나와 거리를 걷는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밀린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이 하루는 잘 가는데 한 주는 길게만 느껴진다. 아직 화요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주말까지 아직 한참 남아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화(火)요일이지만, 오늘은 다른 화요일을 보냈다.

뜻이 맞아 사이가 좋은 상태라는 화(和)요일, 화목하게 어울린 화합(和合)의 점심시간이었다. 언젠가 또 다시 같은 목표 아래 뜻을 맞춰 사이좋게 어울릴 화요일을 꿈꾸며 다시 파티션 안으로 돌아간다. 오후를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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