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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쐐기는 이등변 삼각형처럼 생긴 작은 나뭇조각을 말하는데 문틀이나 이음새에 끼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 경기나 일상 생활에서 관용구로 쓰이는 '쐐기를 박다'는 표현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즉,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뒷탈 없이 분명히 함을 말한다. 아울러 '침을 박아넣는다'는 의미도 있는데 벌목을 하거나 큰 바위를 쪼갤 때도 이용된다.

가령 도끼로 나무 밑둥을 자르면서 쐐기를 계속해서 박아 넣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다. 예로부터 석공은 암반을 가를 때 조그마한 구멍을 여러 개 내고 이 속에 쇠로 된 쐐기를 망치로 쳐넣어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냈다. 즉, 쐐기는 '박힌다' 라는 뜻과 '고정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가시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

곤충 세상에는 독침을 가진 쐐기나방 종류가 살고 있는데 기성세대라면 쇠꼴을 베다가 쏘여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800종을 넘으며 우리나라에는 25종이 기록되어 있다. 쐐기나방 애벌레는 광식성이라 가리는 식물이 없다. 과실수를 비롯하여 각종 나무와 화훼류에 달라붙어 피해를 준다.

온 몸이 날카로운 가시(강모)로 뒤덮여 있으며 이 독침에 닿으면 마치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텃밭을 가꾸다가 모르고 건드려 때아닌 비명을 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농부나 원예사, 과수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피해를 당하므로 작업을 할 때는 장갑을 끼고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애벌레와는 달리 성충은 독침이 없고 볼품없이 생겼다.
▲ 노랑쐐기나방. 애벌레와는 달리 성충은 독침이 없고 볼품없이 생겼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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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쐐기나방은 1년에 한 차례 발생하며 한 여름이 지나면 럭비공과 같은 고치를 만들고 겨울을 난다. 표면에 갈색의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어 언뜻보면 피마자 열매처럼 보인다. 대개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에 고치를 지으며 무척이나 단단하고 접착력도 강해서 떼어내기가 어렵다. 5월 경에 고치 속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7월 중순경에 날개돋이(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를 하는데 마치 참치 캔을 따고 나오는 것처럼 매끈하게 뚜껑을 열고 나온다.
 
럭비공에 수박같은 줄무늬가 있으며 무척 단단하다.
▲ 구워먹으면 고소한 노랑쐐기나방 고치. 럭비공에 수박같은 줄무늬가 있으며 무척 단단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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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길이가 25mm에 달하는 애벌레의 가시에 스치면 통증이 무척 심하다. 강모 끝을 돋보기로 살펴보면 날카로운 창 모양에 역방향으로 돋아난 가시가 빙 둘러나 있어서 한 번 피부에 박히면 잘 빠지지 않는다. 일주일 정도는 살갗이 붓고 가렵다 못해 따가운 고통이 지속된다. 실수로 쏘였다면 응급조치로 주변에 있는 나뭇잎이나 줄기를 짓이겨 바르면 통증이 완화된다.
 
애벌레 시절에 독침을 갖고 있어 스치면 무척 아프다.
▲ 노랑쐐기나방 애벌레. 애벌레 시절에 독침을 갖고 있어 스치면 무척 아프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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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민감한 사람은 한 두시간이나 하루 이틀만에 진정되기도 하지만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쐐기나방이 갉아먹은 식물은 표시가 나므로 주의해서 살펴보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까만 벌레똥과 함께 지저분한 거미줄이 보이고 잎맥만 남고 잎살은 다 없어져 있으므로 오이지에 낀 골마치처럼 보인다. 곤충 매니아의 비밀 한 가지를 노출시키자면 노랑쐐기나방의 고치를 구워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눈에 띄는 색배합을 가진 애벌레는 독침이 있다는 경고다.
▲ 뒷검은푸른쐐기나방. 눈에 띄는 색배합을 가진 애벌레는 독침이 있다는 경고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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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검은푸른쐐기나방과 장수쐐기나방, 검은푸른쐐기나방은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으며 생활사도 똑 닮았다. 다리에는 털이 수북하고 T자 모양으로 날개를 접고 앉는 습성이 있다. 몸 길이는 30mm가 안되며 연 1~2회 발생하고 6월에서 9월까지 볼 수 있다. 여러 종의 과수나무 잎 뒷면에 살며 피해를 입힌다. 가시털에 닿으면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며 심한 통증과 염증을 동반한다.

몸 길이가 약 20mm에 이르는 흑색무늬쐐기나방은 연 2회 발생한다. 여러 종의 식물을 먹다가 한 여름이 지나면 땅 속으로 들어가 고치를 짓는다. 연두색 몸매에 붉은 가시뿔이 나 있기에 황소 머리 같은 모양이다. 건드리면 가시뭉치가 덩어리째 몸에서 떨어져나와 피부에 박힌다. 언뜻 보면 반투명한 연녹색 산딸기에 가시돌기가 뻗친 것처럼 보인다.

스치기만 해도 따가운 쐐기풀

식물 세상에도 상당히 쓰라린 아픔을 유발하는 쐐기풀이 있다. 키는 80cm에 달하며 깻잎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가장 자리의 톱니가 잘 발달하여 구별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잎과 줄기에 포름산(개미가 뿜는 산성액)이 든 가시가 있어 스치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따끔거리고 아프다. 예민한 사람의 경우 물집이 잡히기도 하지만 하루 정도 지나면 괜찮아진다.
 
애벌레 시절에 쐐기풀을 먹고 자라며 5~11월까지 활동한다.
▲ 큰멋쟁이나비. 애벌레 시절에 쐐기풀을 먹고 자라며 5~11월까지 활동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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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질겨서 과거에는 옷감을 짜는데 사용했으며 범선의 돛이나 밧줄을 만드는데도 이용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데쳐 먹으며 한방에서는 관절염을 다스리는 약재로 쓴다. 개미산 성분을 좋아하여 쐐기풀을 먹는 나비가 몇 종 있다. 큰멋쟁이나비는 가는잎쐐기풀과 거북꼬리, 느릅나무 잎을 먹고 산다.

남한에서의 발견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한 쐐기풀나비도 가는잎쐐기풀이 먹이 식물이다. 여기에 더해 공작나비 애벌레는 홉과 환삼덩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거꾸로여덟팔나비(모시풀)와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도 쐐기풀을 먹고 자란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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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컨택은 O|O.3EE5.28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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