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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결혼이주여성협의회 동이면 대표 유정이(후인티투이끼우)씨
 충북 옥천결혼이주여성협의회 동이면 대표 유정이(후인티투이끼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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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언어가 흐른다. 어떤 의미인지 귀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으면 온통 물음표만 떠오르는 시간. 멀게만 느껴지는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순 없어도 단 하나만큼은 명확해진다. 이런 낯섦이 실은 우리 세계의 단절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8월 21일,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요일 오후 2시. 충남 옥천군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는 조금 색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베트남어로 된 글을 낭독하는 이 장면은 둠벙이 문을 연 2017년 이래 처음으로(!) 한국어가 아닌 말이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국제결혼과 농촌 일자리 사업 등으로 상당히 많은 이주민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옥천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한인정 저, 포도밭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집담회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는 그간 우리가 외면한 이야기의 난장이었다. 2시간 30분, 이주여성이 겪어야 했을 차별과 배제를 모두 다 풀어내기엔 역부족이지만, 최소한 '들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새기는 시간이었다.

옥천결혼이주여성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 부티탄화) 동이면 대표 유정이(후인티투이끼우)씨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의 베트남어 서문을 낭독하며 시작된 이날 집담회 이야기를 추려 담는다. 다름과 낯섦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것은 곧 더 넓은 세계로의 확장임을 기억하면서.

혈혈단신 오게 된 한국, 친정엄마 같은 공동체 필요해요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정서도 모두 다 다른 한국에 오게 된 이주여성들은 '다름'과 '낯섦'에서 겪게 되는 외로움을 깊이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특히 결혼을 통해 한국사회로 이주하게 되는 여성들의 경우 한국 여성(선주민)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잣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런 정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지영(누엔티투이) : "베트남에서 20년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됐다. 식물도 원래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식하게 되면 흙도 맞춰줘야 하고 물이나 영양분 공급 등 여러 가지를 잘 살펴줘야 한다. 우리도 그렇다. 사는 환경도 완전히 다르고, 한국어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데 일상생활이나 가정에서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지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말 엄마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는 분들이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 내 옆에 나를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씩 적응했다. 지금은 협의회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협의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

김수정(크리스틴) : "친정엄마 같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지금 협의회가 잘 해주고 있다. 일상생활에 대한 어려움이나 궁금한 점은 물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도 협의회가 많이 도와주고 상담도 해준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갈등이 생겨서 상담이 필요할 때 이주여성 상담을 해주는 곳이 없는 상황인데, 협의회가 이런 것을 잘 맡아주고 있다."

미야코 : "한국에 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혼자서 많이 앓기도 했다. 지금은 친구도 많이 생겼고, 또 협의회가 만들어져 고민을 함께 나누고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전보다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다. 저 역시 이제는 협의회 활동을 통해 옥천에 온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아쉬운 점은 이주여성들이 함께 모일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상담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맞아도 피할 곳 없는 이주여성... '정상가족' 중심 지원 벗어나야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한인정 저, 포도밭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집담회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현장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한인정 저, 포도밭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집담회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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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 회장
 충북 옥천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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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스스로 조직한 협의회가 이주여성 모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이들의 지역 정착을 도와야 할 행정 지원이나 관련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남편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 이를 피할 쉼터는 물론 이혼을 원해도 상담을 지원해주는 기관도 지역에는 없는 형편이다.

부티탄화 : "이주여성 누구나 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때려 이혼하고 싶어도 상담해주거나 법원에서 증언을 도울 통역사도 없다. 이혼 후 남편에게 제대로 된 양육비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은 가족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주여성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야 말로 빠른 도움이 필요하다. 법원이나 병원에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해줄 수 있는 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한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남편 말만 듣고 갔다더라.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맞은 사람 이야기는 안 듣고 때린 남편 말만 듣는 거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남편과 이주여성을 분리시키는 것도 필요한데, 옥천에는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가 없다.

그렇다 보니 남편에게 맞아도 갈 곳이 없어 노래방, 공원 같은 곳에 피해있거나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어떤 이주여성은 남편에게 세 번이나 폭행을 당했는데도 갈 곳이 없어 자동차에서 밤을 새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너무 속이 상한다. 옥천 맨날 인구 늘리기 이야기 하지 않나. 그러려면 이주여성들이 지역에서 떠나지 않게, 잘 살 수 있게 도와줘야 맞지 않나."
 
이주여성 자립 도울 일자리 마련 시급


이주여성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제적 자립이 필수다. 이를 인식한 이주여성들은 그간 옥천군에 이주여성 일자리 지원을 요청하며 관련 정책 마련을 기대해왔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시설 도우미 사업(청년희망일자리 사업 일환)'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참여자의 민원이 발생하면서 중단돼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을 도와야 할 옥천군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주여성의 노동이 무급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문제다. 옥천군이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계절노동자 제도 역시 상당부분 이주여성의 무급 노동에 기대고 있다. 계절노동자 입국 서류 마련 준비부터 입국 시 인솔 및 정보 공유, 농가와 노동자 간 통역 등을 협의회 부티탄화 회장의 봉사로 진행하고 있는 것. 인력 문제가 심각한 농촌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돕는 이주여성의 노동이 무급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이주여성들은 이주여성 개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일자리를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공서마다 이주여성을 통역사로 배치해 선주민과 이주민의 소통을 돕자는 것이 대표 예. 지역 공동체와 이주여성이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인 셈이다.

부티탄화 : "일자리는 누구나 이야기하는 문제다. 이주여성도 마찬가지다. 옥천군 9개 읍면지역 모두 이주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런 이주여성들이 읍면사무소나 공공기관을 방문해 일을 처리할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울 때가 많다.

옥천군에서 진행하는 계절근로자 사업으로 옥천에 오는 이주여성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간단한 서류 떼는 것부터 절차에 대한 설명, 현장에서 그때그때 벌어지는 상황에서의 통역 등 여러 면에서 소통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때 먼저 옥천에 정착한 이주여성이 통번역을 지원하게 된다면 새로 온 이주민이나 공무원 모두에게도 좋은 일이 될 거다. 지역 곳곳에 말이 통하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사실은 다른 이주여성들의 사회 적응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다문화'라는 틀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집담회에 참석한 송윤섭 충북 옥천군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집담회에 참석한 송윤섭 충북 옥천군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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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는 말로 이주여성과 그 가정, 자녀를 분류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주여성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들을 별도로 지원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차별로 노골화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날 자리에 함께한 송윤섭 옥천군의원은 과거의 경험을 나누며, 특히 학교 활동에서 이 같은 일이 빈번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영동중학교에서 도덕교과 교사로 일하는 윤병승씨 역시 같은 의견을 전했다.

송윤섭 : "종종 학교에서 마을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다문화 학생들'을 별도 반으로 편성해 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여성 할당제처럼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별도로 정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윤병승 :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나 제도 등에 이런 편견이 깃든 것들이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마음을 다치게 되는 영역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미야코 : "저희 아이들 때 그런 눈치 많았다. 학교에서 다문화 프로그램 열리면 아예 참여를 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도 다문화라고 분류하지 말고 다 같이 어울리는 게 더 좋다.

다문화라는 것은 결국 모든 학생이 함께 어울리며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주여성이 학교에서 자신의 모국에 대해 자녀들과 그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렇다면 아이들도, 또 엄마들도 자존감을 높이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부티탄화 : "저는 자녀가 없지만 자녀 문제 이야기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혹은 교육청에서 무슨무슨 프로그램을 한다며 다문화 가정 아이들만 모은다. 나름대로는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도 차별이다. 진짜 다문화 사회라면 선주민 가정도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문화 가정의 자녀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런 식의 다문화 프로그램은 있어도 정작 이주여성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은 없다. 학교 알림장 같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고, 아이들 연령에 맞춰 어떤 교육을 해주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이주여성들은 다문화가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정에 국한되는 것 역시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촌 사회가 이미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사회가 된 만큼 이주민을 위한 정책의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 이는 이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기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티탄화 : "저희는 결혼이주여성 만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옥천에 많은 이주민 노동자가 들어와 있는데, 이주민 정책을 결혼이주에만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면 안 된다. 다양한 이주민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주민 지원 조례 제정, 이주민 지원 센터 건립 등을 요구했다. 옥천에 이주민 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다. 그리고 이웃 지역인 보은이나 영동에도 이주민협의회를 만들고, 나중에는 충청북도 전체, 더 나아가 전국에서 이주민협의회를 결성해 이주민의 권익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주민들도 한국에 잘 정착해 잘 살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서로를 도와야 한다."

이 다음의 목소리, 함께 고민하자

이날 현장에 함께한 이들은 이주여성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때로는 탄식하며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나눈 깨달음과 응원의 메시지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송윤섭 : "당사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협의회에서는 이주민 지원 조례 제정을 희망하고 있는데,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고 그것이 담길 그릇이 만들어져야 결국 조례도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힘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겠다."

윤병승 : "멀리서 보면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가까이서 보면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 이 자리도 제게 그런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선주민이구나' 하는 것, 그래서 힘의 우위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충격적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가 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쓴 단어들에 편견이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 반성도 하게 된다."

한은영 :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아직 부족할 수 있지만 기존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걸 통해서 선주민들과 더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슬기 : "이는 지역이라서가 아니라 이주민이기에 겪게 되는 문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결혼이주든, 난민으로 온 것이든, 북한이탈주민이든, 어떤 배경에서 이주해왔더라도 겪게 되는 이런 상황은 결국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심아정 : "(이주여성들의 삶은)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삶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삶이 '버텨낸' 삶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나온 책을 넘어서는 이야기가 후속으로 나오면 좋겠다. 이주여성이 겪어온 피해와 문제를 폭로하고 토로하는 시간도 너무 중요하고 그런 말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이 다음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면 좋겠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이웃들이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한인정 저, 포도밭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집담회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현장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한인정 저, 포도밭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집담회 "지금 바로 여기의 목소리" 현장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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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함께 만든 포도밭출판사 최진규 대표와 한인정 작가도 응원의 말을 전했다.

최진규 : "저 역시 책을 내는 것으로 이주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일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게 과연 힘이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목소리가 퍼지는 게 실제로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도 든다.

그러다가도 조금씩 퍼진 목소리가 어딘가에 맺혀서 결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이 일에도 힘이 있구나' 싶고, 내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번에 책으로 나눈 이야기, 오늘 현장에서 나눈 말들을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 가는 기획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겠다.

한인정 : "책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뿌리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이주여성이 겪는 문제가 '농촌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주여성에게는 농촌이라는 문제, 이주라는 문제, 여성이라는 문제가 다양하게 교차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농촌과 이주여성이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할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런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서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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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호 "결혼이주여성, 일상으로 이끄는 '목소리' 낼게요"
2022년 2월호 "차별과 편견 없는 지역사회 만드는 정책 꿈꿉니다"
2022년 8월호 "'이주여성' 넘어 '나'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월간 옥이네 통권 63호 (2022년 9월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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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주여성,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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