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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을 통해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 중의 한 명이어서 에세이의 시작이 궁금했다.

에세이의 첫 시작, 몽테뉴
 
민음사판
▲ 몽테뉴의 <에세> 민음사판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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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3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몽테뉴는 1580년에 자신을 재료로 삼아서 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주제의 첫 시도였다. '에세'는 시험하거나 시도해 보다는 뜻인데, 그래서 책의 제목도 <에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세이의 출발점인 것이다.

몽테뉴는 1571년에 법관직에서 은퇴하고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몽테뉴 성의 주인이 되어 살았다. 그곳에 서재를 만들어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의 호의를 얻기 위한 글도 아니고 자신을 장식하는 글도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알아가며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썼다고 그는 밝힌다. 
 
왼쪽은 본문 오른쪽은 표지
▲ 1588년판 몽테뉴의 <에세> 왼쪽은 본문 오른쪽은 표지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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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죽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에세를 쓰고 출판했는데 살아있는 동안 다섯 번의 출판을 할 때마다 주제에 대한 생각이나 인용을 덧붙였다. 나는 민음사에서 펴낸 <에세>를 읽었는데, 심민화와 최권행이 번역한 세 권의 <에세>는 총 1988쪽의 분량으로 107개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두툼한 분량이다.

이 책은 각각의 주제가 독립된 한 편의 글이므로 읽고 싶은 주제를 골라 어디서 시작해도 무방하고 주제를 건너 뛰며 읽어도 상관없다. 몽테뉴가 다룬 주제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잠이나 이름, 옷이나 책과 같은 일상적인 것, 슬픔이나 의연함, 공포와 같은 감정적인 것, 위그노 전쟁이나 협상과 같은 정치적인 것, 죽음이나 양심, 잔인함이나 행복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들이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닌지 16세기에 살았던 몽테뉴도 내일을 걱정하는 영혼들에게 말을 건넨다. 걱정과 불안함이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만들며 심지어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를 극복하려면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면서 네 일을 하고 너를 알라고 말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불행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을 찾아가다 보면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중시하게 되고 열심히 살게 된다. 현재에 충실하니 내일을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런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안전한 기반이 아닐까.
 
책 부록 편에서
▲ 몽테뉴 성의 서재가 있는 탑 책 부록 편에서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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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몽테뉴는 영혼과 육체의 평안이라고 말한다. 즐겁거나 특별하거나 돈이 많거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평화를 행복한 상태라고 본다. 사실 살다 보면 기쁘거나 즐거운 일보다는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 삶은 대부분 불행하다 생각되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 대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에 중심을 잡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이 마음의 평안이고 평화일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이 상승하면 몸이 영향을 받아 건강에도 이상이 온다. 즉, 마음이 평화로우면 몸도 따라서 평온해지므로 몸과 마음은 함께 평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자주 여기저기 삐걱거리는데 그건 시간이 가져다 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십 대인 나의 경우,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 혹은 신경이 예민해져 곤두서려고 할 때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나의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더니 마음은 차분해지고 몸은 덜 힘들다.

그런 걸 보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이 몸과 마음에 건강함을 가져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탐구를 하면 자신을 잘 알게 되니까 자신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유의미한 1500년대의 에세이
 
민음사판 에세 2권
▲ 몽테뉴의 <에세> 민음사판 에세 2권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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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에세>를 통해 자신의 생각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 현인들이 말한 좋은 글귀들을 인용한다.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와 키케로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알렉산드로스나 카이사르와 같은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의 말과 행동, 그들의 사적인 측면까지 서술해서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세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몽테뉴의 <에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천 년이 넘는 유럽의 역사와 지성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 철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가을, 몽테뉴의 <에세>를 벗으로 삼아 시간을 보낸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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