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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잉어는 고단백 보양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식재료이다. 아이를 가진 혹은 해산 후 산모의 회복을 위해 잉어즙을 먹는 것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이다.
 
김인관, 17세기, 종이에 담채, 26x29.6cm, 간송미술관 소장
▲ 이어(鯉魚) 김인관, 17세기, 종이에 담채, 26x29.6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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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그린 이는 월봉 김인관으로, 조선 중기의 화가이다. 특히 그는 어해도에 뛰어났는데, '어'는 물고기 '해'는 게를 의미한다. 한편 어해도는 물고기와 게 뿐 아니라 조개, 새우 등 바다나 민물에 사는 생물을 그린 그림을 총칭한다. 

그의 어해도는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위 그림의 잉어 한 쌍도 비늘과 지느러미, 꼬리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또한 배를 보이며 방향을 바꾸는 왼쪽의 잉어, 몸을 S자로 구부리며 유연하게 헤엄치는 오른쪽 잉어의 움직임 모두 그 활기찬 생동감이 아름답다. 김인관은 물 속 생물을 그린 어해도가 하나의 독립적인 그림의 주제로 인정받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이도영, 종이에 수묵담채, 107.5x32cm
▲ 왕상부빙도 이도영, 종이에 수묵담채, 107.5x32cm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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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부빙은 '왕상이 얼음을 깼다'는 뜻으로, 중국 진나라 시대에 살던 왕상이라는 사람이 병든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위 그림은 세로로 긴 작품으로, 위쪽에는 나무에 옷을 걸어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겨울날 잉어를 잡기 위해 옷을 벗어둔 채 얼음을 깨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37.5 x 23.5cm
▲ 삼강행실도  37.5 x 23.5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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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434년 세종의 왕명으로 간행한 삼강행실도에 소개되어 있다. 삼강이란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덕목으로, 삼강행실도에는 충신, 효자, 열녀의 행실을 모아 놓았다. 

삼강행실도 효자도에 있는 그림(판화)을 보면 왕상에 얽힌 더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는데, 왕상은 아버지와 계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외양간을 청소하는 등 궂은 일을 하면서 자랐다. 그럼에도 병든 계모가 겨울에 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얼음을 부수고 물고기를 잡으려 했고, 그러자 얼음이 저절로 깨지며 두 마리의 잉어가 뛰어 올랐다.

또 하루는 계모가 참새구이가 먹고 싶다 했더니, 수십 마리의 참새가 스스로 날아들었다. 계모는 과실나무를 지키라고도 했는데, 왕상은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나무를 껴안고 울며 열매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늘에 빌었다. 결국 계모가 죽은 뒤에는 3년상을 지내며 슬퍼하다가 병이 나서 지팡이를 짚었다고 한다.
 
1859년 중간본, 32.5 x 21cm
▲ 오륜행실도 1859년 중간본, 32.5 x 21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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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년, 정조 때는 왕명으로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오륜행실도를 편찬했다. 이륜행실도는 중종 대(1518년)에 만든 책으로, 장유(어른과 아이)와 붕우(친구)의 행실이 뛰어난 것을 담고 있다. 오륜행실도에는 총 150명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효자 4명 충신 6명 열녀 5명의 1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사진은 1859년(철종 10) 목판으로 간행된 오륜행실도의 중간본으로, 인물의 행적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삽화를 넣어 백성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엮었다. 또한 그림의 구성을 보면 한 장면만을 택하여 표현했는데, 이는 여러 시간대에 일어난 몇 가지 일화를 한 화면에 함께 넣은 삼강행실도의 그림과 다른 점이다. 가운데 보이는 그림은 <왕상부빙>으로, 화면의 아래편에 얼음을 깨는 왕상과 잉어를 찾을 수 있다. 

잉어의 효능

잉어는 민물고기의 대표종으로 거의 전 세계에 분포한다. 인류가 물고기를 양식한 역사를 보았을 때도, 가장 오래된 물고기에 속한다. 잉어는 단백질 뿐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영양분이 필요한 산모를 비롯하여 허약체질, 회복기의 환자가 즐겨 먹었다.

<동의보감>에서는 잉어를 부종과 황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부종으로 인해 숨이 가쁘고 다리가 부을 때 잉어를 먹으면 좋다. 잉어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산후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효과가 있다. 또한 잉어는 생선살 외에도 잉어의 쓸개, 뇌수, 이빨, 눈, 뼈, 내장, 비늘, 피 등 다양한 부위를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잉어는 물고기의 임금 격이라 하여, 민물생선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궁궐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음식이었고, 장수의 상징이자 복을 가져오는 길한 동물로 여겨졌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얼음을 깨고 구한 물고기가 하필 잉어였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


태그:#잉어, #왕상부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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