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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첫 지역순회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 중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어퍼컷 인사를 하고 있다.
 4월 11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첫 지역순회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 중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어퍼컷 인사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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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의힘에서 내세운 대표 공약은 '공정과 상식'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에 더 애착을 느끼는 듯하다. 작년 6월 출마 선언에서 22번, 올해 대통령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21번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원론적으로 자유란 '제약에서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은 수많은 자연적·사회적 제약 속에서 살 수밖에 없으므로 어느 제약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자유의 내용도 달라진다. 그럼 윤 대통령의 '자유'는 어떤 내용일까?

윤석열이 감명받은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의 <선택할 자유 (원제 Free to Choose, 1979)>를 꼽았다. 2년 후인 2021년 7월에도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친이 권해준 이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로 볼 때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의 경제 분야에는 프리드먼의 자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프리드먼의 자유는 경제활동의 자유이고 그가 바랐던 정책은 '자유 시장, 작은 정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규모가 크든 작든 정부가 존재한다면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 프리드먼이 원하는 세제는 어떤 내용일까? 조세 이론은 프리드먼의 핵심 전공 분야가 아니지만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은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가장 덜 나쁜 세금(the least bad tax)은 토지보유세다." 가장 덜 나쁜 세금이란, 세금은 필요악이지만 그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세금이란 뜻이다. 토지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면 좌파라고 낙인찍어온 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기수인 프리드먼이 토지보유세를 칭찬했다고?' 하면서 의심할 수도 있겠으나, 확인하고 싶으면 글 끝에 소개해둔 참고자료를 찾아보기 바란다.
 
이 사람이 바로 밀턴 프리드먼.
 이 사람이 바로 밀턴 프리드먼.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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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이 극찬한 토지보유세

프리드먼이 토지보유세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산⋅유통⋅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러나 토지 보유에 부과하는 세금은 시장 작용을 왜곡하지 않는다. 토지는 인간이 생산할 수도 없고 존재량을 변화시킬 수도 없으므로 토지보유세를 부과해도 토지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계의 통설이다. 더구나 토지보유세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예방 수단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남발해온 각종 규제를 철폐할 수 있고,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 복지 수요도 적어진다. 이처럼 토지보유세는 '자유'시장경제의 필수조건이다.

프리드먼은 1979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칼럼에서 미국 상원에 제출된 한 법률안을 "소박한 제안"(A Modest Proposal)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면서 비꼰 적이 있다. (칼럼의 출처는 Bright Promises, Dismal Performance, 1982: pp. 319-321). '소박한 제안l'은 원래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1729년에 익명으로 출판한 풍자적인 책의 제목이었는데, '한심한 제안' 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는 뜻의 반어법이다.

이 법률안의 골자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 소유자가 얻는 막대한 불로소득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대신 보유세를 매기자는 것 그리고 세율은 주택의 연간 임대 가치의 50%로 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재산세는 지방세이며 세율은 연간 임대가치의 25% 정도인데, 법률안처럼 50%를 연방세로 더 징수하면 총 세율은 약 75%가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연간 임대 가치의 5% 미만이다. 매매가격 기준으로는 0.17%이며, 이는 OECD 15개국 평균인 0.30%의 절반 수준이다.

프리드먼은 세금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이런 증세안을 '소박한 제안'이라고 비꼰 것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주택은 대지와 건물의 합성물인데 주택 전체에 과세하면 건물의 공급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나 만일 법률안이 대지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토지'보유세를 제시했다면 반응이 달랐을 것이다. 나아가 토지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가면서 그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기로 했다면, 시장경제에 충실한 제안이라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했을 것이다.
 
2021년 7월 7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1년 7월 7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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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혁을 위해 추미애 의원과 협치를

윤 대통령이 프리드먼의 사상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세제개혁위원회'와 같은 특별 기구를 두어 토지보유세 강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세제개혁에 따른 경제 변화를 배려하는 세심한 로드맵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여권 내에는 위원장 자격을 갖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토지보유세 강화에 반대해 왔고 종합부동산세도 축소해야 한다고 외쳐왔기 때문이다.

위원장 후보를 여권이 아닌 정치권 전체로 확대하여 찾는다면 적임자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다. 추 전 장관이 작년 7월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로서 발표한 공약 제1호의 제목이 "지대개혁으로 '사람이 땅보다 높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였다. 지대개혁이란 바로 프리드먼처럼 토지보유세를 우선하는 세제개혁을 말한다. 또 추미애 전 장관은 민주당 대표였던 2017년에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프리드먼이 칭찬한 그 토지보유세를 제창한 사람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사적 감정 따위는 선거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어퍼컷'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오직 국민만 보고 가기 바란다. 윤 대통령은 '협치'하겠다고 했는데, 가장 바람직한 협치는 정책 지향이 같은 인물과 진영이나 당적을 초월하여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닌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추 전 장관의 협조를 얻어낸다면 프리드먼의 이상도 달성하고 협치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수 있다.

[참고]
프리드먼은 여러 차례 토지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으로 평가하였는데, 한 예로 동영상 한 편을 소개한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재산세(Milton Friedman Talks About Property Taxes) https://youtu.be/yS7Jb58hcsc. 이 동영상은 프리드먼이 1978년 미국교육연맹(Americanism Educational League)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연설 전체 동영상은  "조세 개혁은 가능한가?"(Is Tax Reform Possible?, 영문 자막 있음) https://youtu.be/8txLAkao6nI이며, 위의 발췌 부분은 57분 경부터 나온다. 

덧붙이는 글 | 대구 지역 인터넷 매체인 <평화뉴스>에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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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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