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성균관대학교는 인하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KUSF 대학배구 U-리그 결승전 인하대학교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인하대는 이번 시즌 3관왕을 차지한 리그 최고의 팀. 많은 사람들이 성균관대의 패를 예상했지만, 5세트까지 접전 승부를 이끈 1등 공신은 1학년 세터 박현빈(185cm, S)이었다.
 
동료 세터의 부상으로 홀로 풀타임을 소화한 박현빈은 펄펄 날았다. 중앙, 후위, 속공 플레이 등 다양한 루트로 공을 배분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여기에 안정적이면서도 받기 까다로운 코스로 서브를 구사하며 상대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박현빈은 "인하대학교와 경기를 앞두고 하루 정도 형들과 맞추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초반에는 우리의 흐름이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저희끼리 안 맞는 부분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형들과 코트에서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려 했다.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성균관대에서 1학년 때부터 주전 세터로 나서면서 힘든 일도 많았고, 기뻤던 일도 많았다. 대학교에 와서 성균관대를 우승으로 이끌고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형들도, 저도 너무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시즌을 돌아봤다.
 
세터 유망주 박현빈은 누나 박현주(흥국생명)의 영향을 받아 배구를 시작했다. 그는 "원래 육상을 했다. 누나가 먼저 학교 스포츠클럽 배구를 하면서 스카우트를 받았고, 저도 주안초등학교에 다니다가 누나를 따라 학교 배구부를 찾게 됐고, 마침 학교에 배구부가 있어서 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터가 뭔지도 모르고 선생님이 활발한 성격을 가진 내가 세터를 맡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세터를 시작하게 됐다. 배구를 계속하면서 세터가 팀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부분에 매력을 느끼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을 보내며 박현빈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열린 춘계남녀중고배구 대회에서는 팀의 우승을 이끌며 세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회에서 입상하며 고교 최고의 세터로 주목받았다.
 
박현빈은 "어릴 때는 정말 배구만 보고 살았다. 정말 열심히 했고, 훈련량도 엄청나게 가져갔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속초고등학교 임영일 선생님을 만나면서 더 많이 배웠다. 선생님이 세터 출신인데, 세밀하게 세터가 갖춰야 할 모든 부분을 배우면서 늘었다. 훈련이 많은 부분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힘들게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많은 대학의 러브콜을 받은 박현빈은 성균관대학교를 택했다. 이후 성균관대에서 1학년 첫 경기부터 주전으로 나서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이현승(한양대 3)과 함께 대학 리그 최고의 세터로 거듭났다.
 
박현빈은 "성균관대는 김상우 감독님의 영향을 받아서 갔다. 감독님을 예전부터 존경하고 있었다. 대학 배구를 처음 경험하면서 고교 배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혼돈도 왔다. 그때 감독님과 형들이 너무 많이 도와줬다. 자신감도 심어줬고, 제가 형들과 맞출 수 있는 기회와 시간도 많이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도 많이 보고, 개인 훈련을 많이 가져가면서 발전하려고 노력했다"며 성장 비결을 들려줬다.
 
대학 최고의 세터로 성장하면서 박현빈은 생애 처음으로 U20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세계 무대에서 이란과 같은 강팀을 만나며 많은 부분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박현빈은 "학교에서는 막내였지만 대표팀에서는 맏형이었다. 최대한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란, 인도와 같은 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확실히 많이 느꼈다. 피지컬도 저희보다 좋고, 스피드도 빨랐다. 우리와는 다른 배구라는 것을 느꼈고, 좀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국제 무대, 대학리그 결승전을 치른 박현빈은 남들보다 빠르게 프로 무대 진출을 선택했다. 대학교 1학년 신분으로는 유일한 드래프트 참가자다. 그는 "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에 빨리 가서 좀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학교는 공부도 해야 되지만, 프로는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프로에 가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찍 참가하는 것을 결정했다"고 얼리 선택 배경을 밝혔다.
 
최근 프로 배구는 장신 세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블로킹 상황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황택의(KB 손해보험), 한선수(대한항공), 김명관(현대캐피탈) 등 대부분의 선수가 190cm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의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박현빈의 신장은 이들보다는 약간 작은 185cm다. 그러나 그는 다른 장점들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현빈은 "저는 장신 세터들 못지 않게 블로킹 높이를 보여줄 수 있다. 운동능력이 좋기 때문에 블로킹 높이를 맞출 수 있고, 스피드도 빠르다. 속공 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모든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제 장점을 살려서 저만의 스타일을 개척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자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2 KOV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박현빈은 현재 1라운드 내 지명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터리픽 후보로 거론하고 있을 정도이기에 프로 진출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그는 "프로와 대학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프로 배구에 적응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그리고 토스 스타일이나 운영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선수 선수처럼 되고 싶다. 토스가 너무 깔끔하고, 공격수가 원하는 볼을 자유자재로 정확하게 줄 수 있는 점이 대단하다. 또 1점을 남긴 상황에서도 속공을 줄 수 있는 강심장도 지니셨다. 한선수 선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빠른 도전을 택한 박현빈의 배구는 이제 시작이다. 과연 그가 프로에선 어떤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남자배구 성균관대 세터 박현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