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9일 경남 양산지역 한 논에 낙동강 녹조 물이 농수로를 따라 흘러 들어가고 있다.
 8월 9일 경남 양산지역 한 논에 낙동강 녹조 물이 농수로를 따라 흘러 들어가고 있다.
ⓒ 낙동강경남네트워크

관련사진보기

 
"마이크로시스틴-LR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청산가리보다 내가 알기로는 6600배 정도 더 독성이 강하다. DDT 살충제보다도 한 2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

미국에서 녹조 독소 문제를 연구하는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대략 27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것이 마이크로시스틴-LR(이하 MC-LR)이다. 반대로 가장 약한 독성을 지닌 것이 마이크로시스틴-RR인데(이하 MC-RR), MC-LR의 10분의 1 독성 수준이라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이다.

4대강사업 이후 국내 주류 학계에 속하는 전문가들은 "MC-LR이 높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독성이 낮은 MC-RR이 우점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녹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강조해 왔다. 미국이 MC-LR이 우점한다는 것부터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MC-RR이 높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녹조에 포함해 우리 강에서 창궐했다. 4대강사업 이후 10년째 국가는 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더욱 심해졌다.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해외 취재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의 녹조 독소 불감증'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바로가기)

유해 남세균 창궐, 국가는 외면만

우리가 식물성으로 알고 있었던 녹조는 사실 광합성 하는 독특한 세균(bacteria)이다. 영어로는 'Cyanobacteria'라고 하고 우리 말로는 '남세균'이라고 한다. 이 남세균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과 같이 맹독성 독소를 내뿜는 세균을 '유해 남세균(Harmful Cyanobacteria)'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에겐 '녹조' 또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더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유해 남조류'라고 규정하고 있다. 녹조라떼, 유해 남세균, 유해 남조류 뭐든 간에 MB표 4대강사업 이후 우리 강에 이들이 창궐했다는 게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금강과 영산강 보 수문을 개방하자 짙은 녹색 강은 본래의 색을 찾기 시작했고, 멸종위기종 등 잃어버린 자연성도 회복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8개 보에 막혀 4대강사업 이전보다 유속이 10배 이상 유속이 느려진 낙동강은 여전히 녹색이다. 녹조라떼 창궐한 현장에선 악취가 진동한다. 4대강사업 이후 만들어진 녹조라떼는 인간이 만든 위험이다. 아니, '국가가 만든 위험'이라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평생을 낙동강에서 어부로 살아온 이들은 4대강사업 이후 변화된 낙동강을 '녹조 공장'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낙동강에선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2022년 8월 조사에선 미국 환경보호국(USEPA) 물놀이 기준(8 ppb)의 2000배가 넘는 1만6000 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녹조라떼 창궐한 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생식독성 기준(0.03 ㎍/L)의 5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부산 해수욕장에선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 뇌 질환 유발하는 유해 남세균 독소인 BMAA(베타 메틸아미노 L 알라딘)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이자 간 독성을 띠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남성 정자 수 감소 등 생식독성 연구가 진행되면서, 미국, 프랑스에선 관련 기준치를 매우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로 인해 '한국인의 밥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분석 결과 배추, 무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의 2~4배가량 높았고, 쌀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간 독성(간 병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설명이었다. 

올해도 극심한 녹조가 논에서도 확인됐다. <뉴스타파>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농민은 "솔직히 장화 안 신고는 못 들어간다. 물이 이런데 손 씻는 것도 겁이 난다. 우리가 잡초를 뽑으려고 해도 외국인들 돈 줘서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가 만든 위험은 '위험의 외주화'되고 있다. 그 위험이 농작물에 축적되고, 이 농작물이 전국으로 유통되면서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관련해 정부 대책은 무소식이다.

공기 중 유해 남세균, 환경부는 이미 결론 내려?

유해 남세균 독소가 공기 중에서도 검출됐다. 지난 8월 말과 9월 초 민간단체 조사에서 유해 남세균이 미세먼지처럼 에어로졸(액체 미립질)로 전파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8월 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김태형 교수팀,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 경북대학교 신재호 교수팀이 낙동강 근처 11곳에서 공기를 분석한 결과,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검출된 6.8 ng/㎥의 마이크로시스틴은 미국 뉴햄프셔주 강에서보다 500배가 넘었다. 또 BMAA도 공기 중에서 검출됐다.

녹조가 극심했던 시기에 조사했다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독성은 피부독성<경구독성<흡입독성 순으로 인체 영향이 커진다. 유해 남세균 독소가 코로 들어가면 점막을 통해 바로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기에 "같은 농도에 노출이 됐다면 (코로 들어갔을 때) 더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것이 이지영 교수의 말이다.

<뉴스타파>는 미국에선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다른 곳이 이주하는 사례까지 보도했다. 마이애미 주립대 그레이스 자이(R. Grace Zhai) 교수는 낙동강 에어로졸에서 검출된 유해 남세균 독소 결과를 보고 너무 높아 단위를 의심할 정도였다. 자이 교수는 "만약 당신이 녹조가 많은 강으로부터 1마일(1.6km) 이내에 산다면 바로 독소에 노출된다"라고 경고했다.

유해 남세균은 PM10, PM2.5 등 미세먼지 크기인 ㎍(마이크로미터) 단위이지만, 유해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는 1조 분의 1m 단위인 pm(피코미터) 크기다. 그에 따라 유해 남세균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미국 시민단체가 10마일까지 남세균 독소가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련 연구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진행되면서 미국 등에선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에 따른 급성 독성이 확인됐다. 만성 독성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녹조 면적이 0.1% 증가했을 때, 비알콜성 간질환 사망자가 0.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민간단체의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분석 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 중"이라면서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문제를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책 방향, 즉, 결론을 이미 내려버렸다.

<뉴스타파>는 수돗물 논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민간단체에서 낙동강 유역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히자, 환경부는 민간단체 분석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간단체는 마이크로시스틴 270여 종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효역면역측정법(ELISA)를 사용했고, 환경부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를 사용했다.

두 방법 모두 미국 환경보호국(USEPA) 공인 방법이지만, 환경부는 USEPA가 ELISA법의 표시한계(Reporting Limit)를 0.3 ppb까지 정했다는 점에서 그 이하는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LC-MS/MS법만이 정확하다고 강변했다(0.3 ppb는 비전문가용이다. 환경부는 전문가는 그 이하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늘 외면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시 사례를 취재했다. 이곳은 2014년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단수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톨레도시 정수장에선 LC-MS/MS이 아닌 ELISA법만으로 수돗물을 검사하고 있다. 제프 마틴 톨레도 정수장 수석 화학자는 우리나라 환경부 주장과 달리 ELISA법으로 검출한 0.3 ppb 이하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오하이오주 표시한계는 0.24 ppb, 뉴저지주는 0.15 ug/L로 환경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더 낮다. 이에 대해 최승호 피디는 "이런 사실은 환경부가 0.3 ppb 이하는 신뢰할 수 없다고 배척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이지영 교수는 "무엇이 더 정확하냐는 논쟁보다 어떤 방법으로 국민건강을 더 보호할 것이냐에 관점에 서야 한다"라면서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런 기준치를 만들고 이렇게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거다. 두 가지 방법이 상호보완적이다. ELISA는 빠르고 신속하고 민감하고 그다음에 LC-MS/MS는 좀 정확하다. 그렇기에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하는 게 우리가 왜 이 독소를 측정하는지에 근본적인 목적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거다."

공기, 물, 먹거리라는 생명 유지 3대 필수 조건에서 모두 유해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지금 당장 위험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켜야 할 대상은 '4대강 보'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태그:#마이크로시스틴, #뉴스타파, #4대강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