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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 전경.
 국립대전현충원 전경.
ⓒ 우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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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 배우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보류시켜 논란이다. 안장을 승인했다가 안장 당일 돌연 보류했는데 그 이유로 과거 좌익활동 경력을 들었다. 안장 승인 후 보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비전향 장기수 A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전남 곡성군 출신인 고인은 일제강점기 말기 일제가 조선 처녀들을 위안부로 끌고 가려 하자 서둘러 결혼했다. 남편은 좌익활동가였고 해방 후에는 남편을 따라 입산했다.

A씨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잠시 산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 이후 남편은 지리산에서 토벌대에 의해 사살됐고 고인도 한쪽 다리를 잃은 채 붙잡혀 7년 형을 살았다.

그런 그가 두 번째로 만난 남편은 독립운동가였다. 아버지, 형님 등과 경북 울진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 포상을 받았고 1983년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혔다. 법령을 보면 국립묘지에 안장된 국가유공자의 배우자는 본인 또는 유가족이 희망할 경우 합장된다.

지난 2일 숨진 고인은 5일 남편이 있는 대전현충원 묘역에 합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예정됐던 고인의 안장식이 돌연 보류됐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국가보훈처 승인에 따라 안장식을 하려 했으나 다시 승인이 보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유공자의 배우자는 합장할 수 있도록 한 법령에 따라 일반자격(혼인신고서 등) 심사를 했지만, 결격사유가 없어 합장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부 언론에 소개된 고인의 과거 행적이 국립묘지법 제1조가 정한 묘지 설치 목적에 위배될 수 있다고 판단돼 안장심의위원회를 통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장심의위에서 고인의 과거 행위가 국립묘지 영예성(영광스러운 명예)을 훼손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해 안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훈처, 이례적으로 배우자 안장심의
친일파 강영석, 배우자 자격으로 현충원 안장

 
강영석은 서훈이 취소되었지만 부인의 묘에 ‘부군’으로 합장되어 있다. 현행 국립묘지법에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배우자 안장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강영석은 서훈이 취소되었지만 부인의 묘에 ‘부군’으로 합장되어 있다. 현행 국립묘지법에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배우자 안장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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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가 국가유공자의 배우자에 대해 과거 행적을 이유로 안장심의위원회에 안장 여부 심의를 의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일부 언론은 고인에 대한 부음 소식과 함께 좌익활동 경력을 소개했다. 그러자 일부에서 '비전향 장기수를 국립묘지에 안장해서는 안 된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보훈처가 뒤늦게 안장 여부에 대한 세부 심의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강영석의 경우 애국장 추서를 받아 1991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에 안장됐지만 뒤늦게 친일 행위가 드러나면서 2011년 서훈이 취소됐다. 서훈이 취소된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지만, 강영석은 여전히 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다. 부인 신경애가 애국지사로 건국 포장을 받아 강영석은 배우자 자격으로 안장된 것이다.

당시 보훈처는 강영석의 묘 이장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행 국립묘지법에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배우자의 안장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해명했었다.

또 분단과 잘못된 사상전향제도의 피해자인 비전향 장기수의 행적을 문제 삼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연구소장은 "역사의 굴레 속에 비전향 장기수로 살았던 분에 대해 국가가 명예 회복이 아닌 죽어서까지 사상을 문제 삼는 데 대해 씁쓸하기만 하다"며 "고인의 비전향 장기수 전력을 문제 삼기 전에 대전현충원에 묻힌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유해부터 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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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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