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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이가 있다. 폐암, 뇌종양 등으로 수술과 입원, 퇴원을 반복하는 정태인 독립연구자가 주인공이다. 지인들이 제발 좀 읽고 쓰기를 그만두고 건강만 생각하라 했지만 그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님을 알고 충고를 그만두었다. 끊임없이 논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야말로 정태인 박사로선 삶의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유일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시절 정태인 박사.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시절 정태인 박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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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박은봉 지음)은 병마와 싸우며 혹은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이 어떻게 글쓰기로 자기 삶을 역사에 기록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박은봉은 세세한 역사적 자료만이 아니라 실제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개인의 삶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역사가 모름지기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라면 그 안에는 삶과 기쁨, 환희뿐 아니라 실패, 고통, 눈물도 있게 마련이다.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괴로움에 허덕이던 시절 밎닥뜨렸던 질문, '마음 아픈 사람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변 모색인 이 책으로 건네고 싶은 말은 '이런 역사책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이다. -225쪽
 
흔히 역사(history)를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삶의 기록도 역사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행복에 관한 도저한 성찰
▲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행복에 관한 도저한 성찰
ⓒ 서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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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에는 찰스 다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의사 폴 칼라니티, MBC 여성 기자였던 진수옥, 그리고 일진으로부터 새 삶을 시작한 다섯 여학생의 특별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찰스 다윈은 28살에 발병해서 73살에 사망할 때까지 45년 동안 지독한 병마의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그를 지탱해 준 힘은 아내인 엠마와 아이들, 그리고 끊임없는 과학 탐구에의 열정과 저술이었다. 다윈은 자신의 병에 대해 일기 형식의 기록을 남겨 이후 의학 연구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수많은 과학적 자료와 기록을 남겼다.
 
시계 같은 규칙 생활, 그리고 병의 객관화, 다윈은 이를 통해 오랜 고통 속에서도 삶을 끝까지 유지했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따라가지 어려운 업적을 이루었다. 『종의 기원』 3부작이라 불리는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비롯해 8권의 저서와 55편의 논문을 썼다.하나하나가 모두 방대한 자료 수집과 무수한 실험을 거친 무한한 시간과 노력, 인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37쪽  

이 책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암 투병하며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소중한 기록을 남긴 폴 칼라니티와 진수옥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암조차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삶을 기록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다 간다.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안락 치료(confort care)를 선택한 폴 칼라니티는 가족와 따뜻한 작별을 한다.
 
온 가족이 모였다. 폴은 부모님과 아내 루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인사였다.그리고 자기 글을 꼭 세상에 내달라고 했다. 케이디가 아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이윽고 폴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되었어." -121쪽  

2015년 3월 9일 38세로 세상을 떠난 폴 칼라니티가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글은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 Air)라는 책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제목은 영국시인 그레빌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발병 6년 만에 53세로 세상을 떠난 진수옥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타인의 눈길을 의식하고 경쟁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을 멈추고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암이 있어도 사람은 사랑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다그치지 말고 야단치지 말고 평안한 마음으로 하자. 수옥은 뇌었다. "느긋하게. 기쁘게. 평안하게."-144쪽
 
수옥은 돌아가신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투병기를 기록한다. 글쓰기는 그녀를 살아내게 하고 견디게 한 마지막 힘이었다. 그녀는 왼팔을 못 쓰게 되자 도자기 만들기, 서예 등 모든 것을 멈추어야 했지만 투병기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투병기는 진정한 감사와 행복, 따뜻함과 희망, 위트가 넘친다고 한다.
 
"요양원에는 남녀가 함께 먹고 자고 한다. 그런데도 스캔들이 없는 이유가 있다. 물론 첫째는 다들 자기 코가 석 자니 남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숨겨진 이유는 여자나 남자나 휘날릴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이다." - 149쪽
 
이제 다시 정태인을 말하려 한다. 그는 투병 생활 중에도 꾸준히 외국의 논문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논문을 완성하고 싶어한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그는 면회가 허락되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안정을 되찾아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고 논문도 꼭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 아플 때만이 아니라 힘과 위로와 지식을 얻고 싶을 때 읽는 또 한 편의 글을 기다리면서. 정태인 힘내시라.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

박은봉 (지은이), 서유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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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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