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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능곡 1904'에서 어반스케쳐스 고양 전시회를 마쳤다. 고양 챕터가 올해 생겼으니까 처음 하는 정식 전시회인데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였고, 작품의 수준도 훌륭했다. 마지막 날에는 '키친 1904'에서 포트럭 파티를 했는데 평소에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도 많이 만났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 참가자 중에서 특히 반가운 분들이 있었는데, 어반스케치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는데도 전시에 참여한 분들이다.
 
어반스케치 활동을 하니까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어반스케쳐가 될 수 있나?"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어느 정도 배워야 현장에서 스케치할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 이에 대해 나는 항상 이렇게 답한다.

"먼저 어반스케쳐가 되세요. 그림 연습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어반스케치 챕터가 많이 있어서 가까운 곳에 가서 그리면 된다. 각 챕터와 정기 모임 날자는 다음과 같다.

+ 어반스케쳐스 정기 모임 일정 
매월 첫 번째 토요일 - 고양, 성남, 세종, 아산
매월 첫 번째 일요일 - 울산, 경주, 대전
매월 두 번째 토요일 - 춘천, 인천, 경산, 진주, 천안
매월 두 번째 일요일 - 양산, 청주, 광주
매월 세 번째 토요일 - 서울, 부산, 공주, 안동
매월 세 번째 일요일 - 전주, 상주, 대구
매월 네 번째 토요일 - 수원, 제주
매월 네 번째 일요일 - 포항, 진주
 
어반스케치 모임에 나온지 한달만에 그려서 전시에 참여한 작품. 한국항공대에서 그린 작품이다. ⓒ 수규

지난 8월 어반스케쳐스 고양 정기 모임을 일산 밤리단길에서 했는데, 단체 카톡방에 들어온 분이 아무 준비 없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그냥 오시라고 했다. 그때 카페에서 모였는데 종이와 연필을 드리고 카페를 그리도록 했다. 처음 그림은 힘든데도 어찌어찌 한 장을 그리셨다. 그분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물론 그 후로 그림이 너무 재미 있어서 밤새도록 연습을 한다고 하신다.

요즘은 유튜브 강좌가 많아서 그림 배우기가 참 쉽다. 옛날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은 주변에서 찾기도 어려웠고, 옛날 선생님들은 그림 비법을 쉽게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 요즘은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들이 온라인 강좌를 하신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우면 웬만한 표현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물론 잘 그리려면 계속 정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용감하게 찾아오기 어려운 분들도 물론 있다. 학교 후배가 남편이랑 어반스케치를 배우겠다고 찾아와서 딱 4번만 수업을 하기로 했다. 첫 수업에서는 램프나 의자를 직접 보고 그렸다.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보고 그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두 번째 시간에는 색연필로 주변 사물을 그렸다. 색연필은 배우기도 쉽고 결과물도 좋아서 처음 배운 사람에게도 좋고 계속 색연필로 작품을 해도 된다. 세 번째 수업은 3차원 사물을 2차원 종이에 옮기는 투시도법을 배운다. 네 번째 수업은 수채화 그리기 연습.
 
그림 그린지 얼마 되지 않아 어반스케쳐스 서울의 서울함 정모에서 그린 그림. 형태감은 좀 떨어지지만 색이 곱다. ⓒ 한우경
 
여자 후배는 형태감은 좀 떨어지지만 색감이 좋다. 후배 남편은 목사님이신데 그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고 여러 선생님들의 온라인 수업도 열심히 들으신다. 이 목사님은 처음부터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의견도 많고 질문도 많다.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들으면 대단한 작가들의 대화로 들릴 것 같다.

뭔가를 배울 때,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이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내면, 기본기를 익히고 난 다음에 질문을 하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문제의식으로 가득 찬 목사님의 태도가 너무 좋다, 내가 늘 농담 삼아 "목사님은 정말 아메리칸 스타일이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이 부부는 4회 강의 가 끝나기도 전에 어반스케치 정기 모임에 나와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배우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하시고 이번 전시회에도 참석했다.
 
어반스케쳐스 고양 라페스타 정모에서 그린 그림. 목사님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에 글을 많이 넣으셨다. ⓒ 조영식
 
이렇게 바로 어반스케치를 시작해도 되고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받아도 되지만 결론은 어반스케치 모임에 나와서 그리는 것이 어반스케치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모임에 나오면 그림에 대한 꿀팁도 알려주고, 모르던 정보도 알 수 있다. 챕터 자체적으로 강좌를 마련해서 선생님들을 모셔와서 강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것들만 따라 해도 그림 실력은 계속 좋아진다. 시작이 반이다.

합창반 활동도 하고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늘 내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부러워해서 내가 어반스케치를 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난 그림 못 그려. 학교 다닐 때도 미술시간이 제일 힘들었지. 우리나라 사람을 그림 제일 잘 그리는 사람을 1번으로 하고 순서대로 줄을 을 세우면 아마 나는 마지막 한 줄에 속할 거다."

그림을 잘그리는 순서대로 줄세운다는 친구의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특히나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운다는 스케일이 대단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 나는 몇 번째 일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반스케치는 잘 그린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림 그리는 과정을 중시한다. 처음부터 잘 그리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오히려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도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친구야, 난 아직 기다리고 있다."
태그:#어반스케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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