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하나원큐는 신세계 쿨캣 시절이던 프로 초창기 4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 시절 신세계에는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정선민(대표팀 감독)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슈터 이언주, 그리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장선형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건재했다. 하지만 팀의 기둥 정선민이 2003년 겨울리그를 끝으로 WNBA의 시애틀 스톰으로 이적하면서 신세계의 운명은 크게 바뀌고 말았다.

2003년 여름리그 정규리그 2위를 끝으로 하위권을 전전하던 신세계는 2006년 온양여고의 대형 유망주 김정은(우리은행 우리WON)을 영입하며 새로운 에이스를 얻었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0-2011시즌과 2011-2012 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WKBL 최고의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김정은의 전성기 구간에도 정규리그 4위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하며 만년 약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가 팀을 인수한 후에도 팀의 운명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 하나원큐는 모기업이 바뀐 후 지난 10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최하위 5번을 비롯해 단 한 번도 봄 농구를 경험하지 못했다(2015-2016 시즌 기록삭제, 2019-2020 시즌 조기종료). 이번 시즌 역시 대부분의 농구팬들로부터 최약체로 지목되고 있는 하나원큐는 김도완 신임 감독이 선임된 이번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강이슬 떠난 하나원큐는 무기력했다
 
 신지현은 최근 두 시즌 연속 가드 부문 리그 BEST5에 선정됐다.

신지현은 최근 두 시즌 연속 가드 부문 리그 BEST5에 선정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루키 시절부터 팀을 이끌었던 김정은이 2015-2016 시즌부터 부상으로 주춤하자 하나원큐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스테판 이슬' 강이슬(KB스타즈)이었다. 2012년 하나원큐에 입단한 강이슬은 180cm의 좋은 신장과 정확한 슛을 앞세워 2016-2017 시즌부터 하나원큐의 새로운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특히 2017-2018시즌부터 2020-2021 시즌까지는 네 시즌 연속 3점슛 1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슈터로 군림했다.

하지만 강이슬이 고군분투하던 시절에도 하나원큐의 성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19-2020 시즌 11승16패로 정규리그 3위에 올랐지만 2019-2020 시즌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았다. 결국 강이슬은 프로 입단 후 수 년간 하나원큐의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했음에도 공식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2015-2016 시즌은 '첼시 리 사태'로 기록무효 처리).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강이슬은 계약기간 2년, 연봉 총액 3억9000만원의 조건에 KB 이적을 선택했다. 하나원큐 역시 '대체불가 에이스' 강이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우승에 대한 강이슬의 열망을 막을 순 없었다. 결과적으로 KB로 이적해 박지수와 최강 원투펀치를 구성한 강이슬은 이적 첫 시즌 만에 우승의 꿈을 이뤘고 에이스를 잃은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서 5승25패에 그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강이슬의 원맨팀'에 가까웠던 하나원큐는 강이슬이 팀을 떠나면서 '신지현의 원맨팀'이 됐다. 강이슬을 대신해 하나원큐의 새로운 에이스가 된 신지현은 지난 시즌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평균 34분38초를 소화하며 17.77득점(4위)3.77리바운드5.23어시스트(3위)로 하나원큐를 이끌었다. 만약 지난 시즌 하나원큐에 신지현마저 없었다면 시즌 5승은커녕 3승을 따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생명 블루밍스, BNK 썸과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슈터 구슬이 단 2경기 만에 시즌 아웃되는 부상을 당한 하나원큐는 그나마 골밑자원 양인영이 신지현에 이어 2옵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삼성생명을 거쳐 2020년 하나원큐로 이적한 양인영은 지난 시즌 13.20득점7.03리바운드1.67블록슛(3위)을 기록하며 허약한 하나원큐의 골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나원큐는 이번에도 독보적인 최하위 후보일까
 
 프로 8년차가 되는 김지영은 이번 시즌 유망주가 아닌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해 줘야 한다.

프로 8년차가 되는 김지영은 이번 시즌 유망주가 아닌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해 줘야 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이훈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하나원큐는 삼성생명에서 6시즌 동안 코치를 역임했던 김도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최고의 시즌을 보낸 후 FA자격을 얻은 팀의 기둥 신지현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4억2000만원(연봉 3억 원+수당1억2000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강이슬을 허무하게 빼앗긴 만큼 또 한 명의 에이스 신지현은 확실한 투자를 통해 붙잡은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하나원큐는 득보다 실이 많은 비시즌을 보냈다. 2020-2021 시즌 신인왕 강유림(삼성생명)과 신인 지명권까지 내주며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슈터 구슬이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고 단 2경기만 뛴 채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것이다. 베테랑 포워드 고아라는 FA계약 체결 후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떠났다. 이로써 하나원큐에는 80년대에 태어난 선수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프로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펼친 신지현과 양인영이 또 한 번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기존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서 원투펀치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줘야 한다. 2015-2016 시즌에 데뷔해 어느덧 프로 8번째 시즌을 맞는 김지영의 돌파와 패싱센스는 지난 시즌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만약 이번 시즌 외곽슛만 조금 더 향상된다면 김지영은 지금보다 더욱 가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신한은행 시절 뛰어난 공격조립과 함께 탁월한 1대1 능력을 보인 바 있는 교포선수 김애나는 FA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구슬의 보상선수로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신장(168cm)은 작지만 뛰어난 개인기를 갖춘 김애나는 하나원큐에서도 출전시간만 보장 받는다면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신한은행 시절부터 무릎과 발목 등 잦은 부상으로 결장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하나원큐에서도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박지수가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디펜딩 챔피언' KB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알찬 전력보강을 통해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하나원큐는 최하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보다 선수층이 오히려 더 얇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대부분의 농구팬들로부터 최하위 후보로 지목 받고 있는 하나원큐는 예상을 깨고 반전의 시즌을 만들려 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 신지현 김지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