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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나는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워킹맘일 때는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이 늘 아쉽고 미안했다.

일을 그만두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끝이 없는 집안일 늪에 빠진 듯했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생각보다 화가 나는 날이 많았다.

이러려고 일을 그만둔 게 아닌데... 마음이 복잡해지고 감정이 흔들리자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새벽 5시가 넘으면 저절로 떠지던 눈이 알람을 맞춰놔도 듣지 못하는 날들이 생겼고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니 매일 하던 홈트도 건너뛰는 날이 생겼다. 몇 년을 꾸준히 해오던 아침 루틴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더이상은 안 되겠어..."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다
 
걸으면 행복해집니다.
 걸으면 행복해집니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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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불암산이 있다. 마음이 힘든 날이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산으로 향했다. 불암산 입구에 들어서면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과 같은 동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울창하게 큰 나무들로 빼곡한 숲길이 나온다. 나무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둘레길과 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혼자 산 정상에 다녀올 자신이 없어 둘레길로 방향을 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한적한 둘레길을 걸으며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심호흡을 한다. 단전까지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쉴 때 마음속에 담아둔 화를 뱉어낸다. 둘레길에 서서 몇 번 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높은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둘레길을 걷고 온 후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것을 느꼈다. 둘레길 매력에 흠뻑 빠져 매일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불암산으로 향했다. 한동안 집에서 하던 운동을 쉬었더니 곰 세 마리가 어깨에 매달린 듯한 피로가 느껴졌는데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고 달라졌다. 무기력하고 피로했던 심신에 조금씩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다" – 히포크라테스-
"걸으면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증가한다"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중에서

둘레길을 걷는 동안 세로토닌이 증가해서일까? 마음에 긍정 에너지가 채워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깨졌던 아침 루틴도 점차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또 걷다 보면 밤새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전에도 걷기 운동은 해봤지만 지금처럼 몸과 마음이 동시에 좋아지는 것을 느끼진 못했었다.

심신의 변화를 느끼자 나도 모르게 걷기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친구와 어떤 날은 가족과 함께 걸었고 인스타에 걷기 인증을 하고 걷기 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엉덩이에 힘을 빠악!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심신이 건강해지고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주었다. 운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종종 수업을 들었던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지도자 과정 중 올바른 걷기의 자세와 근육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걷기의 메인 근육이 엉덩이 근육이고 걸을 때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 년 전 동생이 자신이 엉덩이 기억상실증(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뒷근육을 잘 사용하지 않아 힘이 약해지고 쇠퇴하는 증상을 일컫는 말로, 대둔근·햄스트링 조절 장애라고도 한다)인 것 같다고 했다. 엉덩이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며 "언니도 확인해 봐~"라고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교육을 마치고 지하철로 걸어가는 길에 의식적으로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걷자 평소 걸을 때 느끼지 못한 엉덩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꾸준히 홈트를 한 덕분인지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면했다.

일상에서 걸을 때 걸음걸이에 신경 쓰며 걷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아침은 분주하고, 교문 앞까지 빠르게 걷다 보면 걸음걸이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천천히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자세로 걷기 말고도 신경 쓸 일은 너무나 많았다.

본격적으로 둘레길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1시간만이라도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며 올바른 자세로 걷는 데 집중했다. 제대로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은 날은 엉덩이 근력 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좋은 걸 왜 안 할까
 
가을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가을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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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걷는 것에 집중했더니 무심코 걸을 때도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한 번 습관이 되면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게 되더라. 이럴 때마다 뿌듯한 미소가 지어진다.

푸르름이 가득한 봄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붉고 노란 단풍이 들었다. 계절별로 변하는 둘레길의 모습은 매일 봐도 아름답다. 남들 다 하는 육아가 유독 나만 더 힘이 드는 건가 싶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는 날이 반복되었지만 시간은 흘러가더라. 그럴 때마다 꾹 참고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니 명상이 되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고 쉬었던 홈트를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 불협화음을 내던 일상이 선순환이 되기 시작했다.

매일 걷기만 했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이 좋은 걸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늘도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둘레길로 가 가볍게 몸을 푼 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걸어야지!

게다가 지금,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눈이 내리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개인 블로그와 SNS 에 게재 될 예정입니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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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 6년차, '꾸준함이 답이다'를 삶의 모토로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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