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유망주 센터 이원석이 KBL 역대 레전드들과 함께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원석은 11월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삼성-고양 캐롯전에 출전하여 14점 21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팀의 78-75 승리를 이끌었다.
 
21리바운드는 이원석의 커리어하이이자 KBL 역대 국내선수 7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국내 선수가 한 경기에서 2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이승준, 하승진, 오세근에 이어 이원석까지 4명뿐이다. 국내 선수 최다리바운드 기록은 이원석의 삼성 선배인 이승준이2011년 12월 서울 SK와 경기에서 기록한 29리바운드였다.
 
역대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은 유일하게 20리바운드 이상을 4번이나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오세근이 2017년 10월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리바운드 20개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한 KBL 역대 한 경기 최다리바운드는 테렌스 레더가 울산 모비스 시절인 2011년 12월 창원 LG전에서 기록한 31개다.
 
이승준, 하승진, 오세근, 레더는 모두 KB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다. 아직 2년 차에 불과한 이원석이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할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눈여겨볼만하다.
 
이원석은 적극적인 몸싸움과 위치선정으로 데이비드 사이먼-디드릭 로슨-이종현 등 캐롯 빅맨진과의 골밑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삼성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47-29로 캐롯을 압도할 수 있었다. 경기 중반까지는 이원석이 혼자 잡은 리바운드와 캐롯 팀 전체의 리바운드 숫자가 엇비슷할 정도로 존재감이 남달랐다. 이로서 2000년생인 이원석은 선배들에 이어 밀레니엄 세대의 첫 20리바운드 달성자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원석은 농구인 2세다. 이원석의 부친은 경희대와 서울 삼성-울산 모비스 등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이창수 KBL 경기분석관이다. 1990-2000년대 농구를 즐겨봤던 팬들에서는 '서장훈 전담수비수'의 이미지로도 유명했다. 현재 울산 현대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함지훈의 전매특허인 명품 훅슛을 전수한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창수는 전형적인 수비형 센터로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몸을 사리지않는 허슬플레이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당시 최고령 기록인 42세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면서 말년에는 '골동품'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만큼 성실했던 선수였다. KBL 출범이전 농구대잔치 시절에는 1990년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무려 25개를 잡아내면서 당시 최다 리바운드 기록을 수립했고, 그해 2차대회 리바운드 타이틀을 수상했던 것도 부전자전이다.

부친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이원석 역시 어릴 때부터 농구명문 경복고와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치며 차세대 빅맨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원석은 데뷔 첫해 비록 팀은 부진을 거듭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쳤지만, 무려 52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8.62득점 4.1리바운드 0.75블록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신인왕은 평균 12점 4.2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올려 프로농구 최초의 '2년 차 신인왕'에 오른 이우석(울산 현대모비스)에게 밀렸다.
 
2년차를 맞이하여 이원석은 한단계 더 성장했다. 연세대 감독 시절 이원석을 지도했던 은희석 감독이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은 감독은 리빌딩을 추진하면서 이원석을 팀의 핵심전력으로 적극 중용하고 있다.
 
이원석은 경기당 23분을 출장하며 8.9점, 6.4리바운드, 1.1스틸, 1.0블록로 지난 시즌보다 좀 더 향상됐다. 특히 캐롯전 21리바운드에 힘입어 단숨에 리바운드 전체 12위이자 국내 선수로는 하윤기(kt)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은희석 감독은 "이원석이 신장을 좀더 영리하게 활용하는 농구를 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원석은 부친이자 소속팀의 대선배이기도 한 이창수와는 스타일이 또 다르다. 196cm로 센터로서는 평범했고 프로에서는 수비와 팀플레이에 집중했던 아버지에 비하여, 이원석은 207cm로 현재 국내 최장신이며 현대농구에 걸맞게 3점슛과 속공도 가능한 스트레치형 빅맨에 더 가깝다.
 
약점은 파워와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신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100kg도 나가지 않다보니 하윤기처럼 힘을 좋은 빅맨들을 상대로는 종종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김유택이나 김주성처럼 마른 체격에도 성인무대에서 맹활약했던 빅맨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우수한 스피드나 운동능력, 높은 BQ를 활용한 농구센스 등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체격적인 약점을 커버했다. 이원석이 유망주를 넘어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여기에 달렸다.
 
이원석은 아직은 프로에서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정립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종잇장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던 지난 시즌에 비하면, 이번 시즌에는 근육량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게 눈에 띄고 골밑에서의 적극성도 좋아졌다. 이적생인 베테랑 이정현이 득점력과 클러치타임에서의 뒷심을 책임진다면, 이원석은 높이와 수비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삼성은 올시즌 초반이지만 4승 4패로 선전하고 있다. 상승세의 비결은 수비에 있다. 리바운드 싸움과 토종빅맨 대결에서 항상 열세에 있던 삼성은 이원석의 성장으로 수비 리바운드와 4번 매치업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는게 지난 시즌과 큰 차이다. 이원석은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등 높이를 이용한 고전적인 플레이는 물론이고, 코너나 미드-레인지에서도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며 상대 빅맨들의 수비부담을 넓히는 스트레치 빅맨으로서의 장점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허웅-허훈 등의 맹활약을 통하여 최근 프로농구에서 선대보다도 더 뛰어난 농구인 2세들의 활약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원석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삼성의 명가 부활을 이끄는 선봉장으로 자리잡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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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서울삼성 스트레치빅맨 역대리바운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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