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국가는 8개에 불과하다. 피파컵은 언제나 유럽과 남미의 전유물이었다. 1930년을 시작으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21번의 대회에서 유럽(12회), 남미(9회)가 모두 우승을 독식했다. 유럽은 독일, 이탈리아(이상 4회), 프랑스(2회), 스페인, 잉글랜드(이상 1회)가 우승의 영예를 안았으며, 남미는 최다 우승팀 브라질(5회)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이상 2회)가 뒤를 잇고 있다.  

또,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피파(FIFA)로부터 할당 받은 월드컵 본선 티켓수의 절반 이상이 유럽(13장)과 남미(5.5장)에 쏠려 있을만큼 세계 축구를 주도했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패권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4년 전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가 남미 선수들을 자극했다. 음바페는 지난 5월 TN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최근 4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높은 수준의 A매치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남미는 유럽 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음바페가 이러한 논쟁에서 불을 지피자 남미 선수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래서 두 대륙간의 자존심 싸움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유럽 강호들의 잇따른 부진
 
프랑스 대표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환호하고 있는 프랑스 대표팀

▲ 프랑스 대표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환호하고 있는 프랑스 대표팀 ⓒ 프랑스 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과거만 하더라도 남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활발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역사상 최고 레전드로 평가받는 펠레조차 자신의 커리어를 유럽에서 보낸 적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축구의 패권은 유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상업적 성공, 인기면에서 모두 남미를 완전히 압도했다. 남미의 우수한 유망주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가는 추세다. 현재 세계 축구의 시장은 유럽이 완전히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지도자들이 모두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이러다보니 유럽의 강세가 자연스럽게 굳어질 수밖에 없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으로 유럽(8회)은 남미(9회)에 열세를 보였으나 이후 이탈리아(2006 독일 월드컵), 스페인(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2014 브라질 월드컵), 프랑스(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유럽팀이 챔피언을 배출하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현재 피파랭킹 15위 안에 유럽팀만 무려 11개국이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로 분류되는 팀은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티어로 분류된 프랑스, 잉글랜드의 최근 부진이 심상치 않다. 두 팀 모두 최근 열린 2022-2023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는 1승 2무 3패, 잉글랜드는 3무 3패에 그쳤다. 실망스런 결과뿐만 아니라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월드컵에 대한 걱정을 키우고 있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를 대거 보유한 포르투갈은 최적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며 우승권에는 다소 모자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벨기에는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가 주축이 된 황금세대들의 연령이 30대로 접어들면서 하향세를 타고 있으며, 독일과 스페인은 전문 공격수 부재라는 약점이 뚜렷하다.
 
지금까지 유럽 대륙에서 열린 총 11번의 월드컵에서 유럽팀은 10회 우승을 차지한 것에 반해 10번의 비유럽 대회에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과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일의 우승이 전부다. 그만큼 유럽땅을 벗어나면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20년 만에 유럽세 넘어설까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시상식 브라질이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년 동안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시상식 브라질이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년 동안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 브라질 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남미의 브라질과 우루과이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머물렀으며, 아르헨티나는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 3팀 모두 유럽팀에게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오히려 유럽보다 남미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다.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은 다수의 해외 도박업체에서 가장 낮은 베당률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최소 5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브라질은 치치 감독의 장기집권 체제 하에 일관된 경기력으로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14승 3무, 1위)을 손쉽게 통과했다. 지난 3월 FIFA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옛 명성을 회복했다.
 
공격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히샬리송(토트넘), 가브리엘 제주스(아스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가 버티고 있으며, 미드필드는 카제미루, 프레드(이상 맨유), 브루누 기마랑이스(뉴캐슬), 파비뉴(리버풀) 등 화려함 그 자체다.
 
남미예선 17경기에서 5실점만 허용한 수비진의 경쟁력 또한 최고 수준이다. 알렉스 산드루(유벤투스), 티아구 실바(첼시), 마르퀴뉴스(파리 생제르맹), 다닐루(유벤투스), 가브리엘 밀리탕(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는 알리송 베케르(리버풀), 에데르송(맨시티)이 포진하고 있다.
 
브라질의 불안 요소는 유럽 공포증을 꼽을 수 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유럽팀에게 거둔 마지막 승리는 2002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결승전이다. 이후 2006년 프랑스(8강), 2010년 네덜란드(8강), 2014년 독일(4강), 2018년 벨기에(8강)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지난 4년 동안 브라질이 유럽팀과 경기한 것은 2019년 3월 체코전이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2019 코파 아메리카 4강에서 브라질에 패한 이후 3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내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는 브라질을 물리치고 28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의 라스트 댄스가 어떠한 결말로 막을 내릴지 관심이다. 언제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작아지는 메시는 모처럼 조국 우승의 선봉 역할을 해냈다. 이제 메시에게 남은 우승 트로피는 월드컵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메시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의 단합력은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달해있다.
 
물론 메시에게 많은 짐이 지어진 것은 아르헨티나가 풀어야 할 과제다. 메시는 공격 포인트 생산, 빌드업 상황에서도 몸소 2선과 3선으로 내려온 뒤 공 운반과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맡는다. 어느덧 메시는 1987년생으로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는 총 4회 출전(2006, 2010, 2014, 2018)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메시는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우루과이는 우승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 오랫동안 팀을 장기집권한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소방수로 나선 디에고 알론소 체제로 더욱 강팀으로 거듭났다.
 
우루과이의 최대 강점 중원의 단단함이다. 2017 U-20 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춘 뒤 성인 대표팀으로 승격해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듀오는 모든 팀들에게 경계대상이다.
 
이 가운데 발베르데의 폼은 올 시즌 유럽 빅리그 전역을 통틀어도 단연 최고다. 엄청난 체력과 활동량,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성은 물론이며, 오른발 중거리 슈팅력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역대 남미팀들은 비유럽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강점을 보인 바 있다. 브라질은 1958 스웨덴 월드컵을 제외한 네 번의 우승(1962, 1970, 1994, 2002)이 비유럽 대회였으며, 아르헨티나(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1986 멕시코 월드컵)와 우루과이(1930 우루과이 월드컵, 1950 브라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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