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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람의 <원탁>. 짚풀 인간들의 노력이 안쓰럽다. 관객은 익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루엣으로 그렸고, 천장에 있는 작품 <검은 새> 중 한마리도 그려 넣었다. ⓒ 오창환
 
올해는 조각 전시가 참 풍성하다. 연초에 권진규 탄생 백주년 기념 전시회가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있었다(관련기사 : RM이 소장한 권진규의 말 조각상... 보고 그렸습니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노실(爐室)의 천사'에 가다).

하반기에는 문신 탄생 백주년 기념 전시회가 국립 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렸다(관련기사 : 물감은 없지만 이 조각상은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이 두 전시는 한국 조각의 과거를 보여주는데, 우리 조각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최우람 작가의 전시 <작은 방주>를 봐야 한다.

최우람 작가는 1970년 생으로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 초기부터 모터로 구동되는 금속 조각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금속 조각 작품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고, 금속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우아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그의 전시는 매번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에 대한 놀라운 성찰을 보여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전시를 2014년부터 매해 해왔는데, 올해 지원작가로 최우람이 선정되어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를 올해 9월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작은 방주> 작동중인 모습. 압도적 공연으로 약 15분 가량의 공연이 끝나면 관객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 오창환
 
최우람 작가 전시를 보러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관 내의 대규모 공간을 사용하는 전시다. 개인전으로는 어디서도 하기 힘든 규모다. 내 생각에 작가의 첫 번째 고민은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로 시작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큰 홀인 5전시실에는 <작은 방주>라는 작품이 있는데 높이가 2.1m에 길이가 12.7m에 이르는 거대한 배 모양의 작품이고 '등대', '두 선장', '닻' 등의 오브제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방주는 전위적인 사운드와 함께 약 15분 동안 노를 젓는 일종의 공연을 하는데, 매우 압도적인 분위기라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 밖에 최우람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도 선보이고 있고 작은 방주 제작 과정의 설계도를 이용한 평면 작업도 있다. 이번 전시가 현대자동차와 협업인 만큼 폐차 직전의 자동차에서 분해된 전조등과 후미등을 모아 큰 공을 만든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은 홀에 있는 <원탁>이다. 이 작품은 검은 원탁 위에 짚으로 만든 듯한 공이 있고 원탁 아래 18명의 지푸라기 기계 인간들이 협력해서 그 원탁 위에 있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게 움직인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은 홀에 있는 <원탁> ⓒ 최은경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공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협력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움을 넘어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이 조각은 그 공이 떨어지지 않게 잘 제어되어 있지만 만약 실수로 그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짚풀 인간들의 반응이 어떨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최 작가의 초기작으로 물고기처럼 생긴 <울트마 머드폭스>(아래 그림 참조)가 있는데  지느러미 혹은 날개처럼 생긴 것으로 부드럽게 날갯짓을 한다. 사실 <작은 방주>에서 보여주는 노젓기 동작은 그 물고기의 지느러미의 동작을 확대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에 <원탁>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동작을 선보여서 놀라웠다. 

사람들은 의외로 기계로 된 인간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낀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면 기계적 동작을 하는 로봇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인간 편이고 관객도 그에게 동일화하는 반면, 형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더 진보된 로봇은 악당으로 나온다.

사람들은 끈적이고 흐물흐물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 반면에 딱딱한 기계적 동작을 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기계의 골격이 인간의 뼈대 같은 느낌을 주고 또 기계적 동작은 잘 살펴보면 동작의 원리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사람들은 속을 알 수 없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탁을 그리기로 했다. <원탁>은 시간을 정해서 작동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해서 관람객도 그림에 넣었다. 작품 주변에 벤치도 많고 조명도 밝아서 그리기 좋다. 단지 갤러리안에서 채색은 못하게 할 것 같아서 드로잉만 하고 채색은 집에서 했다.

<원탁> 작품 위에는 <검은 새>라는 작품이 있는데 각기 제목이 따로 붙은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같이 설치하는 것을 염두에 둔 작품인 것 같다. 하지만 한 화면에 넣을 수 없어서 사인 위에다 검은 새 한 마리를 그렸다.

글을 쓰려고 최우람의 작품을 정리하다 보니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모이면 그 만의 큰 세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세 개를 모아 한 곳에 그려봤다. 그곳에는 금속으로 된 동물이 숨을 쉬고 금속 꽃이 빛을 발하면서 피고 지고 금속 물고기가 날아다닌다. 오래된 보물지도 같은 느낌을 주려고 세피아 잉크로 그렸고, 잉크를 몇 방울 떨어트리고 문질렀다.
 
최우람의 세계. 세피아 잉크로 그리고 옛날 보물 지도 처럼 보이려고 잉크를 떨어트렸다. 본문에 나오는 물고기 처럼 생긴 생물이 맨 위 작품이다, 글귀는 나의 상상의 산물이다. ⓒ 오창환
 
 
태그:#최우람 , #작은방주, #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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