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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잘되어야 모두에게 이익이다."

스탠포드대학 선임연구원 스콧 로젤은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중국 경계론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그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따르는 위협보다 중국이 곤경에 처할 때 나타날 위험이 훨씬 크다며 중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대안으로 스콧 로젤은 미래세대인 중국 농촌 영유아와 어린이에 대한 교육 투자와 보건 향상, 영양 개선을 주장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화론(黃禍論)'과는 반대되는 논지다. 독일 빌헬름 2세는 청일전쟁(1895년) 당시 황인종이 유럽 문명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공동 대처를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황화론에서 타깃은 중국인이다. 130여년이 흐른 지금 황화론은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부상과 함께 시진핑 3연임을 대하는 국제사회 불안감을 반영한다.

스콧 로젤은 40년 동안 중국 농촌을 연구한 학자다. 스스로 밝혔듯 중국에 대한 애정도 깊다. 그래서 중국의 지속적 성장을 지지하는 그의 시선이 편향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전 세계 무역의 30%와 관련돼 있고 많은 나라에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또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 95%가 공급망 일부를 중국에 두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는 2016년 기준 92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중국과 밀접하다. 중국이 잔기침만 해도 우리 경제는 몸살하기 마련이다. 사드 경제 보복 당시 한국경제는 휘청댔다. 또 코로나19 이후 3년 가까운 봉쇄조치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대북 관계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싫든 좋든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리에겐 여러모로 이익이다. '혐일(嫌日)'을 극복해야하듯 '혐중(嫌中)' 또한 넘어할 과제다. 정치적으로는 불편해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공공 영역이든 민간 영역이든 연결고리를 유지해야하는 이유다.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년, 생각하는 정원 30년' 기념행사에서 성범영 원장이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 생각하는 정원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년, 생각하는 정원 30년' 기념행사에서 성범영 원장이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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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생각하는 정원 30주년'은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개원했다. 이후 <생각하는 정원>은 15주년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친교 행사를 개최해 왔다.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4번째다. <생각하는 정원>은 외교부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 지원을 받아 한중수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정원으로서 공인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날 30주년 행사에는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를 비롯해 문화예술인과 기업인, 관료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과 서울에서 제주를 찾은 한중 인사들이다. 성범영 원장(83)은 한국과 중국에서 '농부 외교관'으로 불린다. 이를 입증하듯 성 원장과 가까운 양국 인사들은 천리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제주를 찾았다.

성 원장은 중국 지도층과 인맥이 두텁다. 1995년 11월 17일 장쩌민 국가주석 방문이 계기가 됐다. 한중 정상회담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장쩌민 주석은 <생각하는 정원>을 찾았다. <생각하는 정원>에 감동한 장쩌민은 중국에 돌아간 뒤 "정부 도움 없이 역사를 일군 농부의 개척정신을 배우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 후 후진타오(1998년 당시 부주석)와 시진핑(2005년 당시 저장성 서기)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잇따라 방문,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 거점기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다녀간 중국 고위층만 6만여 명을 넘는다. 또 중국 관광객들에게 <생각하는 정원>은 반드시 다녀가야 하는 핫 플레이스다. 중국 중학교 3학년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는 성 원장과 <생각하는 정원>이 실렸다. 한국인 가운데 중국 교과서에 소개된 인물은 안중근 의사와 성 원장이 유일하다. 인민일보와 주요 언론도 앞 다퉈 보도했다. 인민출판사는 성 원장이 쓴 '생각하는 정원' 중국어판 '사색지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랑받는다. 이에 힘입어 <생각하는 정원> 재방문율은 높다. 유럽 관광객들은 하루 또는 이틀 일정을 꼬박 정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성주엽 대표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깨달음이다. 관람객들은 나무와 돌, 바람과 대화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만나는 여러 글 가운데 하나다. 정원은 빼어난 사유 공간이다. 둘째 아름다움이다. 세계 어떤 정원과 비교해도 차별화된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감동한다. 돌과 분재, 바람이 어울린 정원은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셋째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숭고함이다. 성 원장은 제주에 도착한 이후 지난 55년 동안 <생각하는 정원>을 가꾸는데 일생을 바쳤다. 시간을 쪼개 돌, 바람, 햇볕과 싸운, 땀과 눈물이 밴 정원에 서면 숙연할 수밖에 없다.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한중수교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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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가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왕루쉰 제주 <생가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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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이 쓴 글씨를 새긴 기념비가 눈길을 끈다. 13억 중국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 자필이라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여기에 기념할 만한 비석이 또 하나 들어섰다.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허베이 미술대학 쩐종이(甄忠义) 총장이 보내온 돌비다. 성 원장과 쩐종이 총장은 형제인연을 맺었다. 글 내용은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30년을 지향한다. "뜻이 맞으면 산이 가로막고 바다가 있어도 멀게 여겨지지 않고, 가는 길이 다르면 지척에 있어도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 사이를 가로막는 혐한, 혐중 정서가 아무리 높다 해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양국 앞날은 밝다. 스콧 로젤이 말했듯 중국의 번영이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날을 기대하며, <생각하는 정원>에서 공공외교를 넘어선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돌아봤다.

덧붙이는 글 |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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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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