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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진행되던 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시민 158명(11월 14일 기준)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참사 직후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지난 5일 자정을 끝으로 애도 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애도 기간이 끝나고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각자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정부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담자이자, 이 글의 필자인 이성윤은 93년생으로 청년정당 미래당의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담자 '양띠'(활동명)씨는 79년생으로 H대학교 정치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NGO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1번출구
 이태원 1번출구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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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서 분향할 수가 없었다

이성윤(아래 이성윤) : "사고가 난 이태원 1번 출구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정부가 설치한 분향소가 있는데, 정부의 뻔뻔함에 차마 갈 수가 없었다. 정부는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런데 왜 대통령은 6일 연속으로 조문을 가고, 정부가 분향소를 설치하나. 대통령, 총리, 행안부 장관, 용산구청장 모두가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았다."

양띠 : "정부가 세월호 참사처럼 사건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 체계를 만든다고 했는데 이번 사고로 결국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게 밝혀졌다. 사건이 커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되니까, 애도기간 선포하고 지원안 마련한 거다. 지금도 누가 책임지고 있나. 대통령, 총리, 장관, 구청장 윗선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 안 진다. 반면 손 떨면서 현장에서 사고 수습했던 용산 소방서장은 입건됐다. 윗선은 아무도 책임 안 지고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다 책임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공감능력이 없다

양띠 : "젊은 세대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핼러윈 때 이태원에 가서 술 마시고, 파티하는 건 청년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매년 진행되어온 일상이고, 이 일상을 영위하다가 죽었는데 그게 어떻게 정부 책임이 아닐 수가 있을까.

지금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보면 검사, 판사 출신이 많다. 평생을 법조문과 판례를 보며 페이퍼로 세상을 들여다 본 사람이다. 실제 사람들이, 청년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 페이퍼를 통해 사건으로 삶을 들여다 본 사람들이라 '술 먹고 놀다 사고 난 게 왜 우리 책임이야?'라고 인식하는 거 아닐까."

이 : "사고날 아침에 우리처럼 '괜찮냐'고 전화 받은 청년들이 엄청 많았을 거다. 그만큼 핼러윈 때 청년들이 이태원을 많이 찾는다. 청년들에게 이태원=핼러윈 파티는 일종의 명절, 연례 행사 같은 거다. 주최가 없어서 통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매 설날과 추석 때는 왜 정부가 고속도로 통제를 하나. 설날과 추석도 주최자가 없지만 매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니까 통제하는 게 아닌가. 핼로윈도 마찬가지다. 매년 수만 명이 모였던 행사였고, 이번이 유독 많았던 것도 아니다. 청년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만들어낸 참사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양띠 :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윗선 경찰, 구청장, 행안부 장관, 총리, 대통령 다 책임져야 한다. 옷 벗어야 할 사람들은 옷 벗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부터가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반 시민 158명이 여느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길거리에서 사망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투입했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그런 장관을 대통령은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 :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한덕수 총리가 '뉴욕 양키스와 보스톤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해야겠죠'라고 답했다. 총리가 이번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외신 앞에서 총리의 이런 발언이야말로 국익 훼손인데, MBC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으면서 총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 본 적 없는 초보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니까 책임질 줄 모르는 거다."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띠 : "이번 사건에는 야당도 분명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를 권력을 쟁취하거나 권력을 유지할 도구로 쓰면 안 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 밀려 타던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 이후 과도하게 타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누구나 그렇게 다칠 수 있고, 사망할 수 있다라는 경험이 이번 사고로 시민들에게 내재됐다. 전 국민이 압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거다. 이번 사고로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사고방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국가가 사고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건 너무 당연한 의무이며, 국민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정부는 아직도 왜 국가 책임인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인식했다."

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고 당일에 안부 전화를 받았던 모든 사람들까지 큰 범주에서 생존자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끝까지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담 글은 이성윤 씨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됐습니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284)


태그:#이태원, #이태원참사, #이상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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