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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벌써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가을이 깊은 숨을 내뱉고 겨울로 치닫고 있다. 만추(晩秋), 말 그대로 늦가을이다. 시가지 등 평지의 가을보다, 산속의 가을은 이보다 더 빠르다.

지난 14일 월요일, 분주한 주말을 피해 소백산 자락길을 찾았다. 탐방 구간은 소백산 초암사에서 비로사 3.4km이다. 초암사에서 달밭골을 거쳐 비로사로 간다. 잣나무숲이 무성하고 산길 곳곳에 잣송이가 떨어져 있다. 아직 겨울잠에 들어가지 못한 다람쥐와 청솔모를 만날 수 있다.
  
초암사 입구 교량. 옛 다리와 새 다리가 나란히 놓여있다.
▲ 영주 초암사 입구 초암사 입구 교량. 옛 다리와 새 다리가 나란히 놓여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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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많고 하늘이 흐리다. 바람도 좀 불어 쌀쌀함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산길은 무수한 낙엽으로 덮였다. 푸르던 잣나무잎은 누렇다 못해 붉게 변했다. 수많은 잎이 산길에 쌓이면서 발밑은 폭신하다. 마치 융단을 밟는 듯하다.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초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고운사의 말사다. 국망봉 남쪽 죽계구곡 최상부에 있고, 신라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하고 나서 세운 사찰이라고 한다.
  
영주 초암사.대적광전과 종각이 보인다.
▲ 영주 초암사 영주 초암사.대적광전과 종각이 보인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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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길은 달밭길, 승지길, 죽령 옛길, 선비길, 구곡길, 과수원 길, 죽령너머 길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초암사에서 비로사 길은 달밭길에 속한다.

초암사에서 곧바로 오르면 국망봉으로 연결되고, 왼쪽 산자락을 돌면 소백산의 숨겨진 비경인 달밭길이다. 옛날 화랑도들이 수련을 했고, 구한말 의병들이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다녔던 길이라고 한다.
 
직진하면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자락길 입구이다.
▲ 소백산 국망봉과 자락길 갈림길 직진하면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은 자락길 입구이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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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사를 지나 달밭길 입구에 들어서면 호젓한 산길이 반긴다. 갑자기 좁아진 산길이 지금부터 산행의 시작을 알린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에 '좔좔좔좔'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등반을 즐겁게 한다. 자락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그냥 산책하듯이 오르면 된다.
  
만추를 맞이한 소백산 계곡, 비가 온 뒤여서 계곡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 소백산 자락길 계곡 만추를 맞이한 소백산 계곡, 비가 온 뒤여서 계곡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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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과 계곡 사이에는 목재 테크가 잘 놓여 있어 다니기 불편하지 않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눈과 귀에 담고 사진을 찍으면서 발길을 옮긴다. 이곳 자락길에는 참나무와 잣나무가 많다. 참나무는 여섯 형제다.

안내판을 보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참나무의 형제라고 한다. 모두 도토리 열매를 맺는다. 다람쥐 등 산속 동물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계곡과 계곡 사이를 건널 수 있는 나무테크 다리가 곳곳에 놓여있다.
▲ 소백산 자락길과 나무테크 계곡과 계곡 사이를 건널 수 있는 나무테크 다리가 곳곳에 놓여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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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번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만나는 잣나무숲.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선 잣나무는 곧게 뻗은 몸매로 하늘을 가린다. 바닥에는 잣송이가 떨어져 있다. 잣을 따먹기에 바쁜 청솔모가 가지와 가지를 타며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초암사에서 2.4km를 지나 만나는 잣나무숲에는 나무의자와 평상 등 휴식공간이 있다. 여기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행의 피로를 풀고 맛있는 간식과 함께 여유를 즐겨보자. 잔잔하게 부는 솔바람에 '스스스'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잣나무의 춤사위도 엿보인다.
  
잣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테크 등 휴식공간도 있다.
▲ 소백산 자락길 잣나무숲 잣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테크 등 휴식공간도 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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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숲을 지나 조금만 가면 소백산 명품 마을 달밭골이 나타난다. 오래전부터 살던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며 약초 재배와 민박,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백산 자락길 달밭골 입구
▲ 소백산 자락길 달밭골 소백산 자락길 달밭골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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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밭골에서 더 내려가면 대한불교 조계종 비로사(毘盧寺)가 보인다. 통일신라시대 진정이란 승려가 창건하고 683년에 의상대사가 개창했다고 한다.
  
소백산 비로사 월명루, 누각 뒤에 보이는 건물은 적광전이다.
월명루 현수막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원혼'을 위로하는 글이 보인다.
▲ 소백산 비로사 월명루 소백산 비로사 월명루, 누각 뒤에 보이는 건물은 적광전이다. 월명루 현수막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원혼'을 위로하는 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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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일주문을 옆으로 돌아 올라가면 누각 월명루(月明樓)가 먼저 보이고, 더 오르면 적광전(寂光殿)이 있다. 소백산의 사찰은 한 단계씩 올라가야 제 모습을 보여준다. 꽁꽁 숨겨둔 비경을 내놓듯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자신의 속살을 하나씩 공개한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계곡마다 물이 가득하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 소백산 자락길 계곡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계곡마다 물이 가득하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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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사에서 다시 초암사로 돌아오는 길은 오던 길을 반복하지만 또다른 맛을 느낀다. 아까 보지 못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억새밭이 보이고, 죽계구곡으로 흐르는 계곡도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덕분인지 더 선명하다.

초암사에서 비로사 다시 초암사로 돌아오는 자락길은 모두 6.8km이다. 놀며 쉬며 걸으며 다닌 4시간 산행 동안 3명의 동행자를 만났다. 주말을 지나 맞이한 월요일 산행은 소백산과 계곡, 잣나무숲 등을 전세낸 나만의 황제 등반으로 남았다.

태그:#소백산, #초암사, #달밭골, #비로사, #소백산 자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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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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