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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호주 동포의 눈에 비친 한국 모습을 5-6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합니다. [기자말]
속초 앞바다, 호주에서 보는 바다와 다름없이 하늘을 잘 담아내고 있다.
 속초 앞바다, 호주에서 보는 바다와 다름없이 하늘을 잘 담아내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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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 동해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방문하면 한적한 지방에서 민박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을 안 지인이 동해안에 있는 콘도를 권한다. 회원권이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은 지인이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소박하게 지낼 생각이었던 나의 계획은 지인의 호의에 무너지고 호사스러운 숙소에서 지내게 되었다.

속초로 가는 날은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날씨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수많은 산이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높고 낮은 산을 바라본다. 가을을 머금은 드문드문 단풍으로 물든 숲이 아름답다. 터널도 셀 수 없이 많이 지나친다.

문득 캐러밴으로 호주를 여행하며 보았던 황량한 지평선이 떠오른다. 작은 봉우리 하나 보이지 않는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아기자기한 산으로 둘러싸인 한국 풍경이 비교된다.

휴게소에 들렸다. 호주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휴게소는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휴게소에 먹을 것이 풍부하다. 지인이 갓 구워낸 따뜻한 호두과자를 한 봉지 들고 온다. 코스모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호두과자를 먹는다. 한국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코스모스꽃과 호두과자, 지난 날의 추억을 자극한다.
 
옛 추억이 물씬 담긴 한국에서 보는 코스모스꽃
 옛 추억이 물씬 담긴 한국에서 보는 코스모스꽃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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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도착했다. 바닷가에 있는 호텔 라운지에 올라가 본다. 수많은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도 있는 장소다. 햄버거를 주문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온다. 호주에도 로봇이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식당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음 경험한다. 세월이 지나면 로봇이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한 날이 되면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서비스한다며 차별화하는 식당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이 가지고 온 햄버거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호주 시골에서 먹는 투박하고 큰 햄버거와 다르다. 한국의 햄버거는 한 입에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호주에서는 큼지막한 감자튀김을 접시 하나 가득 주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양도 적으며 작고 귀여운 감자튀김을 준다. 

햄버거로 점심을 끝내고 바닷가를 걷는다. 걷기에 불편 없도록 인공으로 조성한 산책로다. 걷는 사람이 많다. 조금 걸어 언덕에 다다르니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호주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한국 소나무들이다. 소나무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는다. 어릴 적 소나무 잎을 깔아 만든 송편에서 풍기던 냄새가 올라온다.
 
호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소나무 숲
 호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소나무 숲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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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멋진 풍경이 있다면서 지인은 가까운 곳에 있는 호수로 안내한다. 영랑호다. 멀리 설악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가 이국적인 냄새를 자아낸다. 자동차로 천천히 호수 주위를 둘러본다. 큰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내렸다. 범바위라고 불리는 큼지막한 바위다. 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출몰할 정도로 산림이 울창했다고 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온종일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산책로다.

호수를 떠나 리조트에 도착했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심하다. 이렇게 심한 바람은 처음 겪는다. 바람에 사람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건물에 들어섰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바람이 심하다. 밖에 나가 주위를 둘러본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경치 좋은 곳에 있는 라운지를 찾았다. 사람으로 붐빈다. 음료를 들고 창가에 앉았다. 울산바위라고 불리는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골프장도 한눈에 내려 보인다. 언뜻 보아도 잘 정돈된 골프장이다. 주위에 있는 나무들은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골프 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골프 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강풍이다.
 
리조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리조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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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려고 규모가 큰 식당을 찾았다. 한국 요리 냄새가 요란하다. 식당은 삼삼오오 앉아 있는 손님으로 붐빈다. 동행이 있다면 모를까, 혼자 식사할 분위기가 아니다. 혼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다. 작은 국숫집이 보인다. 비빔 국수를 주문했다. 강한 양념으로 채워진 국수를 먹으니 땀이 흐른다. 식사가 끝난 후 내일 아침을 생각해 김밥까지 들고 식당 문을 나선다.

다음 날 아침 눈이 일찍 뜨인다. 설악산을 바라본다. 바람이 많이 잦아든 아침이다. 멀리 떨어진 높은 산봉우리에 눈이 내렸다. 기대하지 않았던, 호주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눈이다. 운이 좋다. 나중에 뉴스를 들으니 설악산에 첫 눈이 왔다고 한다.
 
설악산에 내린 첫 눈.
 설악산에 내린 첫 눈.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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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주위를 걷는다. 정원이 잘 정리되어 있다. 바람이 잦아들어서일까, 골프장을 찾은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리조트에서 경영하는 골프장일 것이다. 숙박까지 하며 골프를 즐기려면 가격이 꽤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붐비는 골프장이다. 호주에서는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를 많이 들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빈부 차이가 심해서일까. 한국 사람들의 씀씀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지인이 예약해 놓은 다음 숙소는 양양에 있다.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야 한다. 리셉션에 알아보니 다행히 속초까지 버스가 다닌다. 서울에서 사용하던 교통 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대중교통은 호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한국에서 생활한다면 자동차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도로에는 자동차가 넘쳐난다.

버스 기사가 알려준 대로 속초 시내에서 내렸다. 양양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버스에서 내리니 식당이 바로 앞에 있다. 매우 저렴한 가격이 붙어있는 콩나물국밥 전문집이다. 호주 시골에서는 보기 어려운 콩나물이 듬뿍 들어있는 콩나물국에 밥을 넣어 점심을 해결한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한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양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기사는 손님들이 타기 무섭게 과속으로 달린다. 시간에 쫓겨 운전하는 것 같다. 호주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한국에 비하면 너무 느리다. 오래전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에서 탔던 시외버스가 생각난다. 장거리 여행이어서일까, 운전 기사 두 명이 돌아가며 갑갑할 정도로 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숙소가 있는 해변에 가려면 양양 시내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양양 근처에 왔을 때 해변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렸다. 천천히 해변을 걷다가 택시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걷는다. 여름이 지나서일까, 백사장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백사장을 끝까지 걸으니 차도가 나온다. 그러나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도로 근처에 있는 호텔에 들어갔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할 생각이다. 호텔에 들어서니 라운지에 양양서핑학교라는 팸플릿이 눈에 뜨인다. 반갑게 팸플릿을 집어 들었다. 서핑은 호주에서 가장 즐기는 해양 스포츠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렀다. 그러나 택시가 오지 않는다. 목적지가 가까워 택시가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며 직원이 직접 태워 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사람이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직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동차 도로를 걸으며 고생했을 것이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에도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에게 준 도움보다 받은 도움이 많았다. 삶의 끝자락을 보내는 은퇴 생활이다. 지금부터라도 받는 도움보다 주는 도움이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성인들은 타인을 위한 삶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머리에서만 맴돌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흉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글자를 종이에 긁적여 본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 영랑호.
 설악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 영랑호.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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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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