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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감협의회 등 167개 단체가 모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대위가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등 167개 단체가 모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대위가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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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유초중고 동생들의 돈을 빼앗아 대학에 주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15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의 방향과 대략적인 내역을 내놨습니다. 국회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구상을 밝힌 것입니다. 전체 규모는 11.2조 원입니다. 기존 지원 8조 원에 교육세를 얹었습니다. 초중고에 쓰던 교육세 3조 원을 대학으로 당겨오겠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이 회계에 과학기술원 예산을 이관하겠다고 했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계가 반발하자 보류했습니다. 반면 교육세 당겨쓰기는 강행할 생각입니다. 다른 형님의 돈을 가져오는 것은 안 하고 동생들 돈만 가져오는 형국입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명분은 고등교육 재정 확대입니다. 재정 칸막이, 재정 불균형도 함께 말합니다. 초중등교육의 돈이 많으니 고등교육에 쓰겠다는 겁니다. 교부금 손보고 싶다는 기획재정부의 숙원도 이참에 대놓고 말합니다. 

OECD 평균 부근에 있는 초중고 재정,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재정은 어느 정도일까요. OECD 교육지표에서 GDP 대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을 보겠습니다.

초중등교육은 2016년 지표까지 평균 이하였습니다. 2017년과 2018년 지표는 평균을 조금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평균 및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가 2021년 지표에서 평균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그러니까 초중고 재정은 OECD 평균 부근입니다.

올해 2022년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재정은 세계 11위입니다. 초기 재원 3.42%와 최종 재원 3.39%로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물론 세계 1위 4.71% 및 4.59%와 확연한 차이입니다. 상위 10개국 산술평균과도 거리 있습니다. 
 
GDP 대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 OECD 교육지표 2022(www.oecd.org)에서 추출하여 재구성
▲ 정부재원 공교육비 GDP 대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 OECD 교육지표 2022(www.oecd.org)에서 추출하여 재구성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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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에서 11번째라는 위치는 개개인에 따라 많다고 볼 수도 있고,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아진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학교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면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고등교육의 재정을 보겠습니다. 초기 재원 0.82%와 최종 재원 0.58%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세계 1위와 격차, 상위 10개국 산술평균과 차이 모두 상당합니다. 순위는 초기 재원에서 20번째, 최종 재원에서 32번째로 중하위권입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합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고등교육은 초기 재원과 최종 재원이 차이 있습니다. 정부가 학생에게 장학금 등을 많이 주는 나라에서 보이는 현상입니다. 초기 재원에서는 정부 돈이었다가 민간으로 이전되어 최종 재원에서는 다르게 잡힙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어쩌면 초기 재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수 있습니다.

초중등교육은 OECD 평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고, 고등교육은 평균과 거리가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모두 끌어올리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교육부에 이주호 장관이 있는 점도 불안요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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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반도체의 경우 '초격자'를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교육도 초격차를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세출 구조조정도 있고, 고등교육 수익자인 점을 감안하여 법인세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초중고교육의 돈을 빼앗아 고등교육에 주려고 합니다. 재정 불균형 등을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이러면 평균에 만족하거나 평균 아래에서 맴돌 수 있습니다.

교육은 초기 투자가 상당한 분야입니다. 한 학교 짓는데만 300억 원이 훌쩍 넘게 듭니다. 냉난방 등 안팎의 환경 생각해야 하고, 선생님도 필요합니다. 교육은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OECD 평균 부근에 닿았다고 해도 그동안 뒤쳐졌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한 번에 만회되지 않습니다. 간극을 메우고 선진교육으로 도약하려면 재정이 꾸준히 필요합니다.

예컨대, 과밀학급의 경우 올해 2022년 기준으로 18.9%입니다. 전국 4만 4764학급이 콩나물교실입니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 김포가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서울은 강남, 대구는 수성, 광주는 광산, 강원은 원주, 충북은 청주, 전남은 무안, 경남은 거제가 시도 최상위입니다.
시도별 과밀학급 비율 상위 시군구, 2022년 교육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교육부가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 재구성
▲ 과밀학급 시도별 과밀학급 비율 상위 시군구, 2022년 교육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교육부가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 재구성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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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과밀학급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이고, 중학교는 경기 오산, 고등학교는 경남 양산입니다. 오산의 중학교는 92.6%, 양산의 고등학교는 82.6%입니다.

재정이 없으면 해소되지 않습니다. 한동안은 과밀 해소를 위한 교원 확보에 중앙정부가 난색을 표하더니, 이제는 초중고 재정마저 가져가려고 합니다.

교육부에 이주호 장관이 있는 점도 불안요소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 누리과정의 재원 부담을 놓고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갈등을 밎으며 발생한 '누리과정 보육대란'은 이 장관이 발단입니다. 그는 2011년 5월, 만5세 공통과정 도입 브리핑에서 "교부금이 내년부터 3조 원씩 증가하게 된다"며 추가 부담 없이도 가능하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와 최대 10조 원의 차이를 보여 그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경기와 세수에 바로 영향받습니다. 무조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2~3년 전의 장밋빛 전망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 전례가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교부금이 증가했다며 유초중고 돈을 빼앗아 대학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일부 교육감이 현금이나 현물을 살포하는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하고 시정되어야 합니다만, 그걸 기회로 학생들 교육재정에 손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유초중고 돈을 빼앗는데, 미안해하는 대학이 안 보입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교부금, #교육세, #기재부, #윤석열 정부, #이주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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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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