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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한동안 혼밥(혼자 먹는 밥)이 대세였다. 혼밥에 이어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영(혼자 보는 영화), 혼여(혼자 하는 여행) 등의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혼밥, 혼술, 혼영 등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을 때, 어쩐지 서글프고 궁상 맞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는 혼밥이 좋아지고 편한 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혼밥이 좋아졌다
 
가끔은 대기 시간이 긴 맛집을 공략하기도 한다. 혼자 가면 대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가끔은 대기 시간이 긴 맛집을 공략하기도 한다. 혼자 가면 대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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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속상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는 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서 집안일과 육아의 더블 콤비를 바로 마주할 힘이 없을 때, "직장에서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는 시간을 조금 늦추고 싶을 때, 그런데 누군가와 그 시간을 공유할 여력조차 없을 때.

나를 돌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한 그런 날에 혼자 식당에 들러 오롯이 내 앞에 있는 음식과 나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한 입 한 입 꼭꼭 씹어 삼키다 보면 집으로 '출근'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도 그런 날이 있다. 늘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이 어쩌다 각각 약속이 있어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날. 혹은 시간이 없어서, 혹은 그저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밥을 먹게 되는 날. 그럴 때면 고민이 몰려온다.

'오피스에 앉아서 즉석밥이나 컵밥을 먹을까? 나가서 뭘 사가지고 와서 먹을까? 배달을 시킬까? 아니면 아예 나가서 먹을까?'

기분이 좋은 날에는 씩씩하게 혼밥 외식을 하러 나간다. 샌드위치든, 김밥이든, 국수 한 그릇 혹은 부리또 하나든 간에. 가끔은 백반 집에 가기도 하고 샐러드를 파는 집에 가서 혼밥을 하고 오기도 한다.
 
국밥은 혼자 먹기 좋은 메뉴 중 하나이다.
 국밥은 혼자 먹기 좋은 메뉴 중 하나이다.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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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기분이 울적한 날에도 혼밥 외식을 한다. 이런 날은 매운 국물이 제격이다. 짬뽕이나 육개장 같은 음식. 정 안되면 분식 집에 가서 김밥 한 줄에 매운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들어오기도 한다. 왠지 체력이 고갈 된 듯 기운이 없거나 마음이 애매한 날에는 사무실에서 해결을 한다. 비축해 두었던 컵밥을 뜯거나,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가끔은 배달앱을 열어서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나가기는 귀찮은 날이다. 그런데 막상 배달을 시키려니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다. 1인분만 배달이 안 되거나 최소 주문 금액이 내가 시키려는 음식의 가격보다 높거나 배달비가 터무니 없이 높게 측정 되어 있을 그런 날.

그런 날엔 고민 끝에 그 음식을 포기하거나 (컵라면 물이나 올리자) 정말 먹고 싶은 날에는 캔 콜라만 5개 정도를 추가로 주문해서 냉장고에 쟁여 놓은 적도 있다(세상에나, 먹는데 지나치게 진심이다). 그렇게 혼자 물회를 주문해서 먹은 적도 있다.
 
혼자서 물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배달해 먹기도 했다.
 혼자서 물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배달해 먹기도 했다.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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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무실에서 혼밥을 하는 날에는 영상을 틀어 놓고 먹기도 한다.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적막한 사무실에서 나의 음식 먹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 어색해서, 짧은 유튜브 영상이라도 켜두고 밥을 먹는다.

반면에 식당 혼밥을 하는 날은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 주변을 둘러 보기도 하고, 내 앞에 놓인 음식에 오롯이 집중을 하고 먹는다. 나에게 말을 거는 이도, 내가 말을 걸어야 하는 이도 없으니 내 속도에 맞게 음식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먹는다.

구내식당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
 
나는 점심 시간 혼밥에 구내식당이 아닌 곳을 더 선호한다.
 나는 점심 시간 혼밥에 구내식당이 아닌 곳을 더 선호한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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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구내식당 가면 혼밥 하는 사람들도 많고, 혼자 먹으니 저렴하고 메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고 하는데, 나는 구내식당 혼밥이 썩 내키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주관이 뚜렷한 편이라서 그렇다. 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메뉴를 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그러니까 혼밥의 기회)를 구내식당 영양사님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이왕 혼자 먹게 된 것, 아주 간편해서 시간을 아끼거나 (컵밥과 컵라면은 내 친구) 내가 꼭 먹고 싶은 메뉴(배달 음식이나 나가서 먹는 것)를 먹고 싶다. 구내식당은 이 두 가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뛰어 넘을 정도로 구내식당이 저렴하고 맛있으면 또 먹으러 가겠지만, 물가 상승률에 맞춰 마냥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보니 가격에 음식을 맞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괜히 혼자 먹으러 갔다가 아는 얼굴을 마주칠 확률이 아주 높은 곳이기도 해서 꺼려지는 것도 있고.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점심 시간 혼밥에 구내식당이 아닌 곳을 더 선호한다. 혹자는 이런 나를 유난스럽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나와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혼밥은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메뉴로 선택하고 싶다.

그리고 추천하고 싶다. 점심시간, 혼자 밥을 먹을 기회가 왔을 때 무작정 구내식당으로 향하지 말고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혼밥 시간을 즐겨 보자. 의외로 여유롭고도 새로운 점심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개인 SNS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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