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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어, 어디야? 그래? 알겠어! 거기서 기다려 내가 내려갈게."

강남에 볼일이 있어 연차를 내고 왔다는 친구가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에 왔다고 연락을 준다.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10분 전.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오늘 하루만은 조금 일찍 점심시간을 즐기러 회사를 나섰다.

5년 전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회사가 압구정 로데오거리 근처라는 것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한때는 패션과 트렌드의 중심지였지만 사뭇 낡아가는 이미지가 강하던 압구정로데오였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가 되어 각종 음식점과 팝업으로 주말과 저녁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장소가 되었다. 그렇기에 친구들이 회사 근처에 한 번씩 놀러 온다고 하면 차곡차곡 모은 나만의 핫플레이스 리스트를 꺼내 본다.

태국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태국 쌀국수 전문점부터 쫀득한 도우에 토핑이 듬뿍 올라가 맛이 끝내주는 피자 가게, 옛날부터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고 유명한 일본 가정식 전문점과 건강하지만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때 들리는 포케집, 민물새우 튀김이 듬뿍 올라간 매콤한 떡볶이와 소시지 김밥으로 유명한 분식집, 그리고 미드에서 자주 볼 수 있고, 개인적인 추억이 깃든 아메리칸 차이니스 음식점까지, 약속 전날 친구에게 보내준 리스트 중에서 오늘 친구가 고른 곳은 다름 아닌 햄버거 전문점이다.
 
스매시 햄버거
 스매시 햄버거
ⓒ 김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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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도 해보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본 덕분에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 등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미국의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맛볼 기회가 있었고, 심지어 햄버거가 이름을 따온 함부르크에서도 햄버거를 먹어보기까지 했다(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명성 있는 여러 햄버거 가게를 다녀봤지만, 만족스럽게 먹었던 곳은 손에 꼽을 수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압구정로데오의 한복판에 있다.

널찍하게 난 통창으로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에 위치한 가게에 힙합 음악과 모던한 미국식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가게는 점심때쯤 해가 잘 들어서 사진 찍기에 딱 좋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판매하는 햄버거의 종류는 기본 버거와 치즈버거, 매콤한 치폴레 버거와 치킨버거 등이 있고, 한국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오레오 프라이즈와 양송이 튀김부터 칠리를 얹은 감자튀김까지 사이드 종류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오레오 프라이즈 이거 인터넷에서 미국 애들이 먹는 거만 봤는데 한국에서도 실제로 파는구나…"
"하나 시켜볼까?"
"궁금하기는 한데 우리 햄버거에 이거까지 먹으면 혈관 막힐 거 같아. 그냥 칠리치즈 올라간 감자튀김 하나 시켜서 나눠 먹자."


오랜만에 만난 터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주문한 햄버거와 프라이가 같이 나왔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사진 찍기 좋게 빈티지한 접시에 나오는 햄버거는 참깨가 듬뿍 올라간 번과 납작하게 구워낸 패티와 그 위에 녹아있는 치즈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햄버거의 패티를 얇게 눌러서 구워 주는 것을 스매시 스타일 햄버거라고 부르는데, 패티를 뜨거운 불판에 눌러서 바삭하게 크러스트가 생기도록 굽는 게 특색 있는 조리 방식이다.

사진을 다 찍었으면 이제 햄버거를 손에 안 묻히고 먹을 수 있도록 함께 나온 종이 포장지에 넣어서 먹어 본다. 부드러운 번과 바싹하게 구워진 패티 위에 살포시 녹아내린 치즈에 더해 살짝 구워진 양파가 패스트푸드 햄버거의 매운 양파 맛과 달리 달큰한 맛을 내서 더욱더 인상적이다. 함께 나온 칠리치즈 프라이도 위의 꾸덕꾸덕한 치즈와 칠리가 조화를 이뤄서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비록 짧은 점심시간 때문에 식사 후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여유도 없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겼지만, 다음에는 내가 친구네 회사로 놀러가겠다는 약속을 하며 친구를 보내야 했다.

회사에 다니고 가정을 꾸리며 각자의 삶이 바쁘기에 옛날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만큼 같이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도 만나면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비록 짧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럼에도 얼굴을 봤다는 데 의미가 있는 친구들.

매일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고 점심시간이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친구와의 점심시간처럼 이렇게 한 번씩 다양한 변주를 찾아 삶을 꾸려 나간다. 그렇기에 다음 번 친구를 만날 시간을 기대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홀짝이며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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